학부모, 교육현실에 여전히 '불안감' … 공교육 국가책임 강화 요구도 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핵심 교육정책 중 하나인 교고학점제에 대해 교육주체인 학부모와 교사, 입학사정관 상당수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논술형 평가 확대 등의 정책에 대해서도 동의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여전히 자녀 교육과 대학입시 등에 대해 불안감을 드러냈다. 그런 위기감이 반영된 탓인지 '공교육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요구도 컸다.

이것은 내일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에 의뢰한 '2019년 교육정책 인식도 조사' 결과다. 이 조사는 학부모 1000명과 교사 107명, 입학사정관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원탁회의에서 교사와 입학사정관들이 학부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전호성 기자


◆서술형 평가 확대도 동의 비율 높아 = '고교학점제'와 '서·논술형 평가 확대' 등 문재인정부의 새로운 교육정책 방향에 대해 학부모와 교사, 입학사정관의 다수가 찬성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의 다양한 과목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 준비중인 고교학점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학부모의 66.2%, 교사의 72.0%, 입학사정관의 90.0%가 '찬성한다'고 대답했다.

'기존의 객관식 시험 위주의 평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진 중인 서·논술형 평가 확대, 학교생활기록부 등과 같은 평가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학부모의 62.7%, 교사의 83.2%, 입학사정관의 90.0%가 동의했다.

일각에서는 '자사고와 외고, 일반고가 공존하는 체제 아래에서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구현할 핵심정책으로 고교학점제 시행에 대해서는 별 이견이 없는 셈이다.

고교학점제는 2020년 마이스터고에 우선 도입된 뒤 2022년에는 특성화고·일반고 등에 학점제 제도를 부분 도입하고, 2025년에는 전체 고교에 전면 시행된다. 도표는 교육부가 발표한 마이스터고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변화. 자료 교육부


◆학부모 우려, 교육양극화의 필연적 결과 = 하지만 학부모들은 교육현실에 대해 상당히 불안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보부족'과 '넉넉하지 못한 경제력'을 걱정했고, '자녀가 경쟁에서 낙오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다.

'중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자녀의 학교 교육과 대학입시에 대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학부모의 35.4%가 '학교 교육과 대학입시에 대한 지식정보 부족'을 들었다. '자녀 지원을 위한 경제력 부족'을 우려하는 의견도 26.9%, '경쟁에서 낙오'될까봐 걱정하는 의견도 15.0%나 됐다. '자녀의 진로선택이 불확실(미정)'(21.0%)한 데 대한 우려도 많았다.

학부모들이 학교생활기록부 평가라는 방향성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이런 불안감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시확대 요구도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들이 무의미하다고 지적한다. 각종 데이터에 따르면 수시든 정시든 대도시 지역 고소득층 자녀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수능중심의 정시는 이른바 '강남3구'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실 '정보 및 경제력 부족' '자녀의 불확실한 진로' '경쟁에서의 낙오 우려' 같은 학부모의 우려는 심화되고 있는 교육양극화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학부모들은 한편에서는 교육양극화 해소를 지향하는 문재인정부 교육정책에 기대를 걸면서도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고 있다"고 정리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조 국 법무장관 논란은 학부모의 생각을 의심쪽으로 더 기울게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소득·계층 관계없는 공평한 교육' 요구도 = 교육현실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교육당국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도 다양했다. 특히 공교육에 대한 국가책임과 공평한 교육, 재능에 따른 맞춤형 교육에 대한 바람이 컸다.

'학교, 시도교육청 및 교육부를 포함한 공교육에 가장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학부모의 29.1%가 '공교육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를 선택한 것이다. '학생개인의 적성과 재능에 따른 맞춤형 교육 제공'이라는 응답도 27.1%, '소득과 지역 계층에 관계없이 공평한 교육보장'이라는 응답도 23.6%나 됐다. 반면 '시도교육청과 학교단위의 교육자치 실현' 요구는 5.4%에 불과했다.

공교육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29.1%)가 시도교육청과 학교단위의 자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응답(5.4%)보다 월등히 많은 것은 학부모들 상당수가 '공평한 교육, 재능맞춤형 교육이라는 시대적 요구가 국가차원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과제라고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교사와 입학사정관 현장교육 전문가들 다수는 현재 진행중인 교육자치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근 초·중등 교육의 권한이양과 교육자치의 필요성에 활발하다. 수업혁신과 학생평가의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시도교육청의 정책에 동의하느냐'라는 질문에 교사의 60.7%, 입학사정관의 65.0%가 '만족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어떻게 조사했나

'2019년 교육정책 인식도 조사'는 문재인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및 태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기획됐다. 설문항목은 크게 '학교 교육과정 평가' '신뢰성과 공정성' '교육정책수요' 등 3개 섹션으로 나눠 설계했다.

조사대상도 중고등학교 자녀가 있는 학부모 1000명, 중고등학교에 근무중인 교사 107명, 각 대학 입학사정관 20명 등 3개 범주로 나눴다. 학부모조사는 여론조사기관이 보유한 1,107,539명의 패널 중 랜덤으로 1000명(남성 492명, 여성 508명)을 추출해 스포트폰 앱을 활용한 모바일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교사조사는 개인전화번호를 제공한 214명을 대상으로, 그리고 입학사정관 조사 역시 개인전화번호를 허용한 38명 전원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사기간은 학부모의 경우 2019년 7월 29일부터 8월 6일까지 9일간, 교사는 2019년 7월 26일부터 8월 1일까지 5일간, 입학사정관은 7월 26일부터 8월 1일까지 5일이 소요됐다. 설문 문항은 내일신문과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이 교육부 관련부서와 논의해 설계했고, 조사진행과 데이터처리 및 분석은 디오피니언이 담당했다.

[내일신문·디오피니언 특별기획] 2019년 교육정책 인식도 평가 연재기사 보기

전호성 남봉우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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