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한 예산·법안 심사 위한 법취지 퇴색

정기국회때 결산심사·국감 관행 굳어져

국감결과보고서 1년 지난후 의결하기도

국회가 법 취지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관행이 만들어졌다. 이는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라는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감을 통해 큰 소리 치면서도 사후조치에 대한 무관심도 드러냈다.

7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회는 국정전반에 관하여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매년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국정감사 시작일부터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감사를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기국회 중에 이뤄지고 있다.

국감 출석한 통신3사 | 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택진 LG유플러스 부사장(왼쪽부터), 오성목 KT사장, 강종렬 SK텔레콤 ICT인프라센터 센터장이 무소속 김경진 의원으로부터 '요금제' 관련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100일간의 정기국회 기간에 국감을 실시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 이는 예외조항인 '다만, 본회의 의결로 정기회 기간 중에 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외조항은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여야간 합의로 가능한 것으로 일상적이고 관행적으로 행하는 것은 법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기회는 국회법에 의해 9월1일부터, 헌법에 의해 100일간 열리게 돼 있다. 정기회에서는 주로 주요 법안심사와 의결 그리고 차년도 예산안 심사를 하게 된다.

정기회에 부득이하게 국정감사를 실시하게 되면 그만큼 법안과 예산안 심사가 부실해거나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기회기 중에 치러지면서 시간부족으로 국감이 법으로 인정한 '30일 이내'가 아닌 '20일 전후'로 짧아졌다. 현장시찰을 뺀 실질 국감일은 올해 10일도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국회는 국감 일정도 늦게 내놓고 있다. 국감법에서는 "(국정)감사계획서에는 감사반의 편성, 감사일정, 감사요령 등 감사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해야 한다"면서 "감사계획서는 매년 처음 집회되는 임시회에서 작성하고 감사대상기관에 이를 통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국감일, 국감대상자 등을 포함한 국감실시계획서는 지난달 26일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감사계획서의 감사대상기관이나 감사일정 등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내용을 감사실시일 7일 전까지 감사대상기관에 통지해야 한다'는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

감사결과보고서 역시 제대로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감법 15조는 "감사를 마쳤을 때에는 위원회는 지체 없이 그 감사 또는 조사 보고서를 작성해 의장에게 제출해야 하고" "제출받은 의장은 이를 지체 없이 본회의에 보고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이행되지는 않고 있다.

정무위 산자위 문체위 외교위의 지난해 국감결과보고서는 지난달 30일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운영위 여성위 정보위 행안위 국방위가 지난해 국감을 실시한 후 마련한 결과보고서는 지난 4월 5일에 의결됐으며 3월28일에는 교육위 농해수위 기재위 법사위 환노위의 '2018년 국감결과보고서'가 통과됐다.

국감결과보고서 의결이 늦어짐에 따라 사후조치 요구 효력발생시점도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국감법은 "국회는 본회의 의결로 감사 또는 조사 결과를 처리한다"면서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항이 있을 때에는 그 정도에 따라 정부 또는 해당 기관에 변상, 징계조치, 제도개선, 예산조정 등 시정을 요구한다"고 했다. "정부 또는 해당 기관은 시정요구를 받거나 이송받은 사항을 지체 없이 처리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들어갔다.

한편 국회의 법 취지에 벗어난 행위에는 '결산심사'도 포함돼 있다. 결산심사는 예산심사때 활용하기 위해 정기국회이전에 끝내도록 국회법에 강제하고 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최근 3년동안엔 더욱 악화됐다. 정부가 5월말에 결산보고서를 내놓았지만 예결위에 회부된 것은 8월 중순이었다. 2016회계연도 결산과 2017회계연도 결산은 모두 정기국회 막바지인 12월 6일과 12월 8일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올해도 이미 규정을 어겼다. 국회 핵심관계자는 "결산을 정기국회 이전에 마치라고 한 이유는 결산결과가 예산심사에 반영돼 선순환되도록 하기 위한 취지였으나 거의 실현되지 않고 있다"며 "국감 역시 정기국회이전에 해야 하는데 이 또한 규정위반이 관행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을 감사한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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