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의원님"하고는 모욕 쏟아내

여야 대리전 전락 … 윤리위, 5개월에 한번꼴

윤리위 사라진지 100일째, 징계안 40건 방치

여야의 대립양상이 극단적으로 흐르면서 국정감사장 등에서 막말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는 더 이상 국회의원들의 윤리를 제어할 제도적 장치마저 없다. 20대 국회가 '막말 국회' '윤리없는 국회'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0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0대 국회들어 접수된 국회의원 징계안은 모두 45건으로 이중 3건은 철회됐고 2건은 심사대상에서 제외됐다. 계류돼 있는 징계안은 40건이다.

민주당, 여상규 법사위원장 징계안 제출 |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오른쪽)과 정춘숙 의원이 8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 여상규 법사위원장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지난 8일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국감장에게 욕한 한국당 소속의 여상규 법사위원장을 민주당 김영호 의원 등 20명이 징계해달라고 요구했고 같은 날 민주당 기동민 의원 등 20명은 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국감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건망증, 치매 등을 언급하며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거론하며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를 담아 징계안을 제출했다.

징계안은 국회법 25조, 국회의원 윤리강령 1호와 윤리실천규범 2조 등에서 제시한 품위유지 위반을 근거로 제기된 게 많다.

국회의원들의 막말수위가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원들은 항상 '품위 유지'와 '상대방 존중'의 토론문화를 고려해 '존경하는 00의원님'을 언급하며 서로에게 말하는 관례가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엔 입에 담기 어려운 모역적인 언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14대 국회이후 239건 중 의결은 단 1건뿐 = 국회가 '윤리상실의 전당'이 된 데는 징계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윤리특위가 생긴 1991년이후인 14대 국회부터 현재까지 239건의 징계안이 올라왔지만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은 강용석 의원건 하나뿐이었다. 그것도 원래 안은 부결되고 징계수위를 낮춰 수정제안한 징계안만 통과됐다.

징계하기 위한 징계안 심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징계안 심사를 놓고 여야간 대립이 심하고 징계안을 심사한다는 것만으로도 상대당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윤리특위 위원장을 어느 당이 맡아야 하느냐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리특위 구성과 합의과정을 보면 여야간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고 다수결에 의해 일방적으로 징계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여야간 대결국면으로 전개되면 징계 심의조차 쉽지 않다.

윤리특위는 20대 국회에서 8번 여는 데 그쳤다. 2016년에 4번이 열렸고 2017년엔 2번, 2018년과 올해는 각각 1번씩 여는 데 그쳤다. 5개월에 한 번 꼴로 열린 셈이다. 올 3월 7일 이후 7개월 동안 윤리징계안은 방치됐다.

징계안이 여야의 세대결로 변질돼 '징계 통과'가 어렵기도 하다. 지난 3월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 등 128명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한 징계안을 접수하자 당일 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등 113인은 민주당의 이해찬 당대표와 홍영표 원내내표를 징계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윤리특위에서 징계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아 폐기된 경우도 많았다. 17대에 주성영 의원은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정문헌 박진 안영근 이은영 박승환 등 5명의 의원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로 처리됐지만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아 '없던 일'로 끝났다.

◆유명무실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 = 국회의원들의 윤리 무관심은 지난 7월부터 윤리특위를 없애버리기에 이르렀다. 20대 국회 후반기(2017년6월부터)엔 윤리특위가 비상설특위로 전환됐고 지난 5월말 여야가 연장협상을 타결하지 못해 결국 특위는 가동을 중지했다.

남아있는 40개의 징계안은 '미아'로 떠돌게 됐다. 심사할 상임위가 없기 때문이다. 국회 사무처는 '상임위 배정 미확정'으로 분류해놓고 있다.

의원들로만 구성된 윤리특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유명무실'해졌다. 국회법 제46조 3항에서는 '윤리특위는 의원의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기 전에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이 경우 윤리특위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원이 포함될 수 없는 외부인 중심의 윤리심사자문위의 의견을 청취하고 존중하는 게 '의무'로 돼 있지만 '형식치레'로 전락한 지 오래다.

현재 윤리심사자문위원이기도 한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정책학부)는 '국회의원 윤리심사와 겸직제한의 제도적 한계와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과거 1995년에 국회규칙으로 마련된 윤리심사자문위가 비판여론에 밀려 국회법으로 상향조정, 강제성을 높인 것을 예로 들며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의원윤리수준 제고를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제도개선을 자발적으로 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를 실질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시민들의 강력한 경고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을 감사한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