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지따라 사법개혁법 본회의 부의일정 달라질 듯

문 의장, '신속 처리·여야 합의' 위한 압박카드 준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본회의 상정시점이 다가오면서 '문희상의 시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무부장관 후보자시절에 진퇴를 놓고 결단해야 했던 '조국의 시간'과 의혹투성이인 조국 후보자의 임명여부를 결정해야 했던 '문재인의 시간'에 이어 현 정국의 향배를 가를 열쇠가 문희상 국회의장의 판단에 달렸다는 얘기다.

11일 국회의장실과 사무처 등에 따르면 문희상 국회의장의 최대 관심사는 '사법개혁법' 처리다.

의회외교포럼의 밤 주최하는 문희상 의장 | 문희상 국회의장(오른쪽 두번째)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회의장 공관에서 열린 의회외교포럼의 밤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국회 제공


사법개혁법이 마무리돼야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가 정리되고 양분된 국민여론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진정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등 사법개혁법안은 이달 28일이면 법사위 심사기간이 끝난다.

다른 법안이라면 법사위에서 체계자구심사를 위한 90일을 더 머무른 후에 본회의에 부의하겠지만 일반적으로 법사위 관련 법안은 법사위 심사중에 이미 체계자구심사까지 병행, 별도로 추가심사기간이 필요치 않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관례에 따라 '29일에 곧바로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회선진화법(국회법)의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60일' 규정에 따라 '법사위에서 추가로 90일 동안 계류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 의장은 지난 7일 "국회법에 따라 가능한 모든 의장 권한을 행사해 사법개혁안을 본회의에 신속히 상정할 생각"이라고 했다. 여야에 합의안을 내놓으라는 공개적인 압박이다. 11일 여야는 당대표들이 합의한 '정치협상회의'를 열고 합의안 도출을 위한 실무협상에 들어갈 전망이다. 문 의장은 13일부터 이어지는 일주일간의 해외순방을 마친 후 여야 협상 상황을 확인하고 사법개혁안의 '본회의 직행'과 '법사위에서의 추가 논의'를 결정할 전망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안과 함께 제3의 안으로 사개특위에서 법사위로 부의된 후 90일간 숙려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대로라면 12월 3일에 본회의에 올라간다.

국회의장실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법률 검토를 마무리했다. 유권해석에 따라 민주당안, 한국당안, 제3안 모두 가능하다는 의견이 확인됐다. 결국 '문희상의 판단'에 맡겨진 셈이다.

문제는 '사법개혁안 통과'다. 상정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 장관과 민주당의 검찰개혁 방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라있는 검찰청법이나 형사소송법과 다소 달라진 데다 한국당(권성동안) 의견과 근접해졌다는 점에서 협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가 합의할 의지를 보인다면 압박강도를 풀어 법사위 계류기간을 더 줄 것으로 보인다. 90일을 주게되면 본회의 상정 가능일이 내년 1월말이후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선택지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제3안이 주목받는 이유다.

문 의장은 여야의 협의자세가 소극적이라면 곧바로 본회의로 직행시켜놓고 본회의 계류기간인 60일 안에 합의하라는 '압박카드'를 내놓을 수도 있다.

여당 핵심관계자는 "패스트트랙 법안은 늦어도 올해안에는 통과돼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도 "내년으로는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공직선거법을 처리한 이후 사법개혁법을 표결에 부치겠다는 '표결순서'에 합의한 만큼 문 의장이 순서를 뒤바꿀 가능성은 낮다.

사법개혁법은 공직선거법이 본회의로 올라오는 11월 27일부터 표결에 부칠 수 있다. 공직선거법이 통과되더라도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가동해 선거구를 다시 정하고 이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후에야 공식 후보등록과 내년 4월15일로 예정된 총선을 치를 수 있다는 점을 문 의장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17일이 내년 4.15 총선 예비후보등록일이라는 점도 의미있는 가이드라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내년 예산안 처리 이후이면서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12월10일을 공직선거법과 사법개혁법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기회로 보는 시각이 있다.

국회 고위관계자는 "본회의 상정은 순전히 문 의장의 시간이며 선택"이라면서 "선거구획정이 늦어질수록 신인이나 도전자에게 불리하다는 점과 사법개혁법을 빨리 처리해 국민 분열을 막고 정치상실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 의장이 12월중에는 법안처리에 나설 것이며 이르면 12월 초에 단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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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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