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예비후보등록 2달전인데 선거구획정 안돼

법엔 1년전 확정 명시됐으나 매번 어겨

의장실 "비상상황, 올해안 선거법 표결"

21대 총선 예비후보등록일(12월17일)을 두달 앞두고 있는데도 선거구가 어떻게 조정될지 가늠하기 어려워 이번에도 '깜깜이 선거'가 불가피해 보인다.

법에는 선거 1년전에 확정해 유권자와 출마자들이 준비하게 규정해 놨지만 국회는 상습적으로 지키지 않고 있다. 선거구획정이 늦어질수록 현역의원에 유리하고 도전자나 신인 정치인에겐 크게 불리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불평등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10개월전에 선거구획정위 출범은 했는데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의 선거구 획정을 위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선거구획정위)가 공식 출범하였습니다. 선거구획정위는 2018년 12월 7일 제1차 위원회의를 열어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을 위원장으로 호선하고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선거구 획정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사진 중앙선관위 제공


이에 따라 문희상 국회의장은 패스트트랙(신속지정안건)에 올라있고 50%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올해안에는 통과를 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선거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 2018년 12월 7일에 공식 출범했으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돼 선거구획정 논의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을 돌아다니며 의견을 듣고 있지만 '선거법도 개정되지 않았는데 무슨 선거구 획정이냐'는 비난도 나온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지난 4월에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이후 정치개혁특위, 법사위를 거쳐 내달 28일에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이다.

21대 총선을 치르기 위한 실질적인 선거구 획정작업은 비례대표규모를 75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담긴 선거법 개정안의 통과여부를 본 이후에나 가동될 전망이다.


◆선거법 위반중인 선거구획정위 = 선거구획정위는 불가피하게 공직선거법 제24조를 위반했다. 우선 선거구획정위 설치기한(2018년 10월 15일)을 두 달 가까이 어겼다.

21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은 국회의원선거일 전 13개월인 올 3월 15일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는 의무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또 선거일 1년전인 올 4월 15일까지 확정해야 한다는 조항 역시 위반했다.

'1년전 선거구획정' 규정은 지켜진 적이 없다. 15대 국회는 선거일 75일전에야 선거구획정이 끝났고 16대엔 65일전에 선거구가 정해졌다. 17대부터는 선거 2달전에도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17대는 37일, 18대는 47일, 19대는 44일, 20대는 42일을 남겨놓고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했다.

선거구 획정을 1년전에 하려는 것은 후보자와 유권자가 서로에 대해 알수 있는 시간을 벌게 하기 위한 취지다. 한두달만에 정해지면 후보자가 자신을 알기도 어렵고 유권자도 누구에게 표를 줘야 할지 결정하기 어렵다. 선거구획정이 늦어질수록 현역의원에게 유리하고 도전자나 신인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21대 총선에서는 '50%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가능성마저 있다. 이 제도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253개의 지역구중 28개가 줄어들어 최대 70~80개 지역구에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27일 선거법 본회의 부의 = 패스트트랙에 올라 법사위에 들어가 있는 공직선거법은 다음달 27일에 본회의에 부의될 전망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에 공이 넘어가는 셈이다. 문 의장은 60일 이내에 여야 합의를 요구하면서 상정시점을 저울질 할 전망이다. 하지만 12월을 넘기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문 의장은 선거법 통과 이후에 선거구획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법 처리를 서두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12월 중순을 넘어가면 선거구획정을 통과시키기 위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과 선거구획정이 안되면 선거 자체를 치를 수 없다는 점, 선거구가 법적으로 사라지게 된다는 점을 들어 '비상사태'로 규정, 상정강행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법적으로 따지면 총선 지역구는 총선 1년 전에 확정되어야 했지만 우리나라 선거사에서 그런 적은 없었다. 지난 선거 때도 법적으로 선거구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었다"며 "선거구획정위원회도 구성되어 있으나 개점휴업 상태다. 의원정수와 지역구-비례의석의 배분 그리고 인구 상한선과 하한선 등의 선거구 획정지침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사무처 핵심관계자는 "선거구획정이 늦어질수록 도전자나 신인들의 선거준비가 어려워진다"면서 "현역의원들이 선거법 개정과 선거구획정을 늦춰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을 감사한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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