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대이후 접수·처리 '최악'

"민의 수렴 기능 문제" 지적

20대 국회의 국민 청원 접수와 처리가 1988년 민주화 이후 최악의 수준까지 떨어졌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들어 이날까지 접수된 청원은 모두 187건으로 월평균 4.5건이었다. 19대 국회의 4.7건에 비해 0.2건 적은 수준이다. 본회의 채택, 본회의 불부의 결정, 철회 등 본회의와 상임위에서 처리한 건수는 34건으로 한 달에 한 건도 안됐다.

20대 국회가 법안 처리율 차원에서 역대 최악의 수준을 갈아치운 가운데 청원 처리에서도 1988년(13대국회) 이후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전망이다. 청원의 접수규모를 보면 13대에 503건에서 16대에 765건까지 꾸준히 증가하다가 17대에 432건으로 대폭 줄더니 18대엔 272건, 19대엔 227건으로 내려앉았다. 20대에서는 200건을 넘기기도 버거워 보인다. 청원 처리건수도 급감했다. 13대엔 325건, 16대엔 339건을 처리했으나 18대부터 처리규모가 두 자리 수로 떨어졌다.


청원 접수보다 처리건수가 빠르게 줄면서 처리율이 급락했다. 13대 국회에서는 처리율이 64.6%로 50%를 웃돌았으나 이후 하락세를 이어오며 20대는 18.1%로 최저점에 머물러 있다.

청원채택건수는 한 자리 수로 내려온지 오래다. 16대와 17대에서 각각 4건이 채택됐고 18대는 3건, 19대는 2건이었다. 20대에도 4건 채택에 그쳤다. 20대 국회 들어 채택된 4개의 청원 중 금강산투자기업에 대한 보상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에 채택된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 건립의 추진은 확정되지 않았다.

20대 국회 청원처리현황을 상임위별로 보면 운영위 국방위 행안위 문체위 농해수위 산자위 등 6개 상임위에서 청원처리건수가 전혀 없었다. 특히 행안위는 32건의 청원이 올라왔으나 하나도 처리하지 않아 청원에 대한 대응이 가장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회사무처 연구용역보고서 '청원권 확대를 위한 방안 연구'에서 가상준 단국대 교수 등 연구팀(유성진 이화여대 교수, 박진수 덕성여대 교수, 이한수 아주대 교수)은 "국회에 접수된 청원의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 청원 처리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상임위원회에 청원심사소위원회의 활동이 미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국회가 청원을 통한 민의 수렴 기능 수행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을 감사한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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