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성장률 2.5% 전제로 국가채무비율 39.6% 제시

국내외 기관, 성장률 하향 … 예정처 "40% 넘을 것"

소비·투자 부진→성장률 하락→세수 악화 우려 커져

올해 우리나라 실질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조정되는 분위기다. 아직까지는 올해보다는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지만 하향조정 추세는 불가피해 보인다. 낮은 물가와 함께 실질 성장률이 낮아지면 세금이 덜 들어와 국가채무비율이 악화될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내년 국가채무비율인 39.8%를 지켜내기가 힘겨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년도 예산안은 경상성장률(명목 GDP)을 3.8%로 잡았고 실질성장률 예상치는 2.6%였다. 물가수준의 상승률을 말하는 GDP디플레이터는 1.2%로 봤다.

2020년 예산안 심사 시작 | 김재원 예결위원장(오른쪽)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물가수준이 낮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실질성장률마저 하락하면 경상성장률 3.8%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이 내년 실질성장률 전망치가 1.8%로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봤다. IMF(국제통화기금)는 2.2%,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3%로 예상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3%로 제시했다. 모두 정부 전망치보다 낮은 수치다.

문제는 실질성장률 하락이 곧바로 세수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질성장률 감소에 기업과 가계 활동 부진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올 3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4%에 머문 것도 민간소비, 기업투자 부진의 영향이 컸고 미일 분쟁 등 대외여건에도 쉽게 흔들린 결과이기도 했다.

여당 핵심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세수가 넘쳐나 문제되지 않았지만 올해부터 시작해 세수가 많이 걷히기 어려운 구조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재정건전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기업들의 실적이 올해 법인세 세수에 반영되기 시작해 내년에는 경기침체 국면이 세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라는 우려다.

야당은 '총선용 예산'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삭감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때 주로 활용되는 게 '재정건전성'이다.

예산정책처는 경상성장률 3.5%(실질성장률 2.3%)를 기준으로 내년 국가채무규모가 811조1000억원으로 국가채무비율이 40.5%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처음으로 40%선을 돌파하는 시점이 2021년에서 내년으로 당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예산정책처의 성장률 전망치가 국내외 전망기관들과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인 만큼 실제 성장률이 더 떨어질 경우엔 재정건전성 지표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특히 복지예산 등 의무지출 확대로 2021년 국가채무규모는 예상치인 895조5000억원을 넘어 900조원대를 돌파할 수도 있다.

모 한국당 의원은 "지금까지 각 정권마다, 심지어 박근혜정부에서도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며 효율성을 높여왔는데 현 정부에서 재정을 마구잡이로 쓰면서 후대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면서 "재정건전성 확보와 함께 '40%룰'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통해 "정부 예산안대로 해도 내년도 국가채무비율은 GDP대비 40%를 넘지 않는다"고 말한 점을 집중 공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 편성'은 재정건전성을 위한 또다른 악재다. 여당은 내년 총선을 맞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대규모 예산을 편성했다고 하지만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세수부족현상과 하반기 재정절벽을 극복하기 위해 총선 이후 추경편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문재인정부는 집권이후 매년 추경 편성을 이어왔다. 재정건정성에 대한 경고의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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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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