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팩토리 설치, 4차산업혁명 선제적 대비 … 경력단절 여성 사회진출 지원

#1. 4년제 사립대학을 졸업한 김 모씨(27)는 평소 미래 유망산업인 가상현실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비전있는 콘텐츠를 직접 구상해보겠다는 생각에 그는 지난 3월 폴리텍대학 대전캠퍼스 VR미디어콘텐츠과에 입학했다. 재학 중 콘텐츠 기획, 영상편집, VR제작과정 등 관련 지식을 두루 학습한 그는 입학 8개월 만에 조기취업에 성공했다. 현재 그는 서울의 한 유명 교육업체 뉴미디어팀에서 바이럴(입소문) 영상기획 업무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무위주 교육과정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최신식 교육환경에서 콘텐츠 개발부터 음향, 영상까지 종합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2. 충청지역 4년제 국립대학 출신인 전 모씨(32)는 졸업 후 수년간 학원 강사로 활동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기술관련 분야 취업을 위해 대전캠퍼스 전기전자제어과에 입학했다. 전씨는 재학 중 '2018 참人폴리텍 포트폴리오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전기관련 이론과 실무를 익힌 그는 한 중견기업이 운영하는 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3. 충청권 한 대학 학사출신인 정 모씨(35·여)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국책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다. 이후 결혼한 그는 가사와 육아문제로 인해 결국 경력단절 여성의 길로 접어들었다. 다시 사회에 진출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정씨는 코딩지도사과정을 선택했다. 김씨는 짧은 교육기간 동안 자격증 여럿을 취득하고 현재 지역 초·중학교에서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대전캠퍼스(대전캠퍼스)는 기술 인력양성을 위해 설립된 국책특수대학이다. 대전캠퍼스 취업률은 81.8%(2016년 대학정보공시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대전캠퍼스는 △기계시스템 △녹색산업설비 △스마트로봇자동화 △스마트소프트웨어 △영상디자인 △전기전자제어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2년제 학위과정을 운영한다. 또 전문대 졸업 이상을 선발하는 하이테크과정으로 △스마트소프트웨어 △전기전자제어 △VR미디어콘텐츠 등을 운영하고 있다.

폴리텍대학 대전캠퍼스는 미래 유망산업인 VR(가상현실) 콘텐츠 제작 분야 인재를 양성하는 'VR미디어콘텐츠학과'를 개설하고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학과는 4차산업혁명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한 사례로 꼽힌다. 사진 폴리텍대학 제공


◆산업구조 변화 수용 = 대전캠퍼스 안팎에서는 높은 취업률의 비결로 무엇보다 산업구조 변화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을 꼽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래 유망산업인 VR(가상현실) 콘텐츠 제작 분야 인재를 양성하는 'VR미디어콘텐츠학과'다. 올해 첫 신입생을 받은 이 학과는 4차산업혁명에 선도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VR미디어콘텐츠학과는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 소지자들을 선발해 3월부터 10개월 동안 1200시간 집중교육을 실시했다. 학과 관계자는 "대전지역에만 게임회사가 60개가 넘는다"면서 "현재 졸업생 절반 이상이 취업을 했고 내년 1월까지 전원 취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신입생을 모집하는데 수도권은 물론 영호남에서까지 지원자가 찾아온다"면서 "산업체들의 인력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분야라 학생모집과 취업에 상당기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VR미디어콘텐츠학과는 지역기업 10곳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협약으로 내년 3월부터 학생들은 콘텐츠기업에서 현장 업무를 실질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사전에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다만 상호조건이 일치하지 않으면 취업과 채용 의무는 없다. 또한 지역소재 3개 콘텐츠기업이 같은 달 학교에서 재학생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와 채용을 위한 현장면접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 외에 전기전자제어과(하이테크과정)도 눈여겨볼만 하다. 이 학과는 전기전자제어시스템, 신재생에너지시스템 등을 설계, 제작, 설치 및 유지·보수할 수 있는 현장중심형 전문인력 양성한다. 졸업생은 공장자동화 관련업체, 전기전자 제조업체, 전기에너지 관련업체 등 전기·자동화 설비 관련 분야로 진출한다. 전기전자제어과의 취업률(2019년 졸업자)과 유지 취업률은 80%대를 기록하고 있다. 또 스마트소프트웨어과(하이테크과정)도 산업현장의 인력수요에 맞춰 교육과정을 운영해 높은 취업률을 기록 중이다. 이 학과는 전자정부표준프레임워크 활용 웹사이트 및 모바일 앱을 제작하고 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를 양성한다. 소프트웨어개발자, 데이터베이스관리자, 웹디자이너, 시스템엔지니어 등으로 진출한 졸업생(2019년)의 취업률은 82.1%이며 95.2%의 취업유지율을 기록했다.

◆융합프로젝트실습 과목 확대 = 이런 대전캠퍼스가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대전캠퍼스는 지난 달 융·복합 수업연계형 러닝팩토리 실습실 '하이텍 융복합 기술센터'의 문을 열었다. 대전캠퍼스 러닝팩토리는 기계시스템과 전기전자제어 중심으로 이원화됐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곳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해 제품 설계부터 가공, 시제품 제작 단계까지 생산 실습이 원스톱으로 한 공간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조성됐다. 먼저 전기전자제어 기반 러닝팩토리에는 스마트 협업로봇, 전기공압실습장치, MR_스마트제어 실습장치, HMI 실습장치, 3D 프린터 등이 설치됐다. 기계시스템 기반 러닝팩토리는 컨베이어시스템, CNC선반, 머시닝센터, 수직밀링머신, 3D 프린터, 5축가공기, 연삭기 등의 설비가 설치됐다. 다양한 장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설비와 장비를 갖춘 융합 실습공간인 셈이다. 러닝팩토리는 재학생 대상 프로젝트 실습, 자율실습 뿐만 아니라 지역 중·고생에게 진로체험의 기회를, 재직자에게 직무향상 기회를 제공하는 열린 실습장으로 운영된다.

대전캠퍼스는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코딩지도사, 4차산업 메이커지도사 등 맞춤형 기술훈련과정으로 자격증 취득과 재취업을 지원하는 여성재취업과정도 운영한다. 출석률이 80% 이상이면 교육훈련비는 물론 식비도 국비로 지원한다. 특히 대전캠퍼스는 직무소양교육, 취·창업 마인드 교육 등 8시간 이상 인성교육 실시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총 480시간의 교육을 받은 코딩지도사과정의 경우 63.6%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수료생들은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나 초기업체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11월에는 메이커, 로봇실습, VR, 드론 등 폭 넓은 기술교육을 받은 '4차산업 메이커지도사과정' 교육생 21명이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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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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