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시간에 꾸준히 함께 책 읽겠다" … 부대의 지원 약속에 병사들 호응 커

건강한 대한민국 청춘이라면 한번은 거쳐야 하는 곳이 군이다. 요즘 청춘들은 군에서 군사훈련을 바탕으로 체력단련을 할 뿐 아니라 책을 읽으며 지적단련도 할 수 있다. 특히 일부 부대는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마련, 독서코칭 강사와 부대원들이 함께 주제도서를 읽고 관련 내용을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 화제가 되고 있다.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통해 부대원들은 독서를 즐기고 선후임들과 보다 깊이 있게 소통할 수 있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자발적으로 독서동아리를 결성해 '함께 책 읽는 즐거움'을 이어간다. 내일신문은 책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병영을 찾아 그 생생한 현장을 공유한다. <편집자주>


"저희 팀 이름은 유무일체입니다. 유선과 무선이 하나된 동아리라는 뜻입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꾸준히 함께 책을 읽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6개월 동안 18회 모일 예정입니다. 모임시간은 격주 1회로, 둘째 주, 넷째 주 금요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입니다. 그리고 앞서 정한대로 셋째 주 금요일 오후 1시에 다른 동아리들과 함께 모입니다. 시간 약속은 기본 중 기본이기 때문에 제 시간에 참석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2번 연속 불참하면 자체 징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동아리에 참석하기 이전에 책을 꼭 읽고 올 것을 약속했습니다. 서로 아직 낯설지만 각자의 의견을 상호존중하는 동아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17일 독서동아리 첫 모임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육군 6군단 정보통신단 병사들. 사진 이의종


"저희 팀 이름은 블렉스(BLEX)라고 지었습니다. 블렉스는 북(Book)과 플렉스(Flex)를 합성한 말입니다. 플렉스는 자기과시라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말 그대로 '책을 플렉스하자'는 의미입니다. 저희 조는 6개월 동안 격주 금요일 오후 1시부터 2시 30분까지 모이기로 했습니다. 계급과 상관없이 상호존중하며 서로의 말을 경청하기로 했습니다. 또 제 시간에 오는 것이 규칙입니다."

"저희 팀 이름은 독사입니다. 독사란 '독서하는 사람들'을 줄인 말입니다. 독사처럼 한번 읽기로 정한 책은 끝까지 읽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목적은 1달에 1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독서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규칙은 시간을 준수하며 서로를 비난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 리더 총무 서기 등 각자 역할을 맡았는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규칙 중 하나입니다. 모임 시간은 첫째 주, 셋째 주 월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입니다."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통해 발간한 문집. 사진 이의종

◆동아리 지원 프로그램 운영 = 17일 오후 육군 6군단 정보통신단 북카페에서는 18명의 병사들이 독서동아리를 만들기 위해 모였다. 올해 독서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병사들이 자발적으로 독서동아리의 필요성을 느껴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기로 한 것.

특히, 이날은 처음 시작하는 병사들의 독서동아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금껏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맡아 이끌어온 은효경 강사가 독서동아리 멘토링에 나섰다. 병사들은 독서동아리 이름과 규칙을 정하고 언제 모일지 등을 협의해 발표했다.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을 주관하는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는 세부 사업 중 하나로 독서동아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독서코칭 우수 부대를 대상으로 독서동아리 멘토링 강사를 파견하고 독서동아리 문집 발간을 지원하는 것. 독서동아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독서노트도 지원하고 있다.

한편 독서코칭 프로그램은 부대에 독서코칭 강사를 파견해 병사들이 책을 읽고 독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의 핵심 사업이다.

◆"앞으로 활동 기대" = 이날 부대는 병사들의 독서동아리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독서동아리 담당인 이상우 하사는 "언제 모일지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부대에서는 그 일정에 독서동아리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면서 "앞으로 주말을 이용해 답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해 병사들의 호응을 받았다.

이날 모임에서 병사들은 계급이 아닌 '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이에 병사들은 계급과 무관하게 보다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었다. 이는 독서코칭 프로그램에서부터 육군 6군단 정보통신단 병사들이 만들어온 문화다.

이날 함께한 한상현 상병은 "독서코칭 프로그램은 강사의 코칭을 바탕으로 독서하는 방식이라 '우리끼리 할 때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첫 모임에 참여했다"면서 "모임을 해 보니 보다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많은 얘기가 나와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사용에 적극 대응 = 이에 앞서 진행된 육군 6군단 정보통신단의 독서코칭 프로그램은 병사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변화한 부대 생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호평을 받았다.

독서코칭에 참여하는 병사들이 SNS 대화방에 참여해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을 온라인으로까지 이어간 것. 이들은 SNS를 통해 여행을 주제로 각자의 사진과 글을 써서 공유하고 이를 편집, 인쇄해 문집을 펴냈다. 또 클래식을 주제로 한 책을 읽을 때에는 다양한 클래식을 배경으로 팟캐스트 방송 녹음을 시도했다.

은 강사는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병영독서활성화 최우수상(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표창)을 수상했다.

[관련기사]
독서동아리 지원 프로그램에 '호평'

[내일을 꿈꾸는 병영 연재기사]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