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공포에 코스피 1900선 붕괴

바이오주 급락 코스닥 사이드카 발동


올해 글로벌 증시는 하반기 들어 미국이 사상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는 등 호황기를 맞았다. 하지만 한국 증시는 여전히 안개 속을 헤매이며 제자리걸음을 했다. 일년 내내 미중 무역협상 뉴스에 따라 세계 증시는 급등락을 반복했는데 한국 증시는 글로벌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급락하기에 바빴고 호재가 생겼을 때에는 서서히 반응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를 떠나 해외 주식시장으로 이탈했다. 해외주식 보관잔액은 17조원에 육박하며 전년대비 48% 증가했다.

◆3년 만에 장중 1900선 하회 =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세계 증시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한국 증시는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24일(현지시간) 올해 세계 증시 시가총액이 85조달러(약 9경8940조원)를 넘었으며, 올 들어서만 17조달러(약 1경9788조원)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증시 시가총액은 85조달러(약 9경8940조원)를 넘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홍콩의 반정부 시위 등등 악재가 가득했지만 올해 세계 증시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주가지수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상하이종합지수가 19% 이상, 선전종합지수는 34% 가까이 올랐다. 상하이와 선전 증시 우량주 300개로 구성된 CSI300지수는 32% 넘게 상승했다. 대만 자취안 지수도 반도체 종목을 중심으로 23% 뛰었다. 격렬한 반정부 시위로 10년 만에 경기침체를 겪은 홍콩 항셍지수도 7% 넘게 오르며 선방했다. 유럽 증시도 올해 즐겁게 지냈다. 브렉시트로 말미암은 정치 혼란, 독일의 경기 침체 우려, 미국과의 무역 갈등 등 악재가 많았지만, 주가지수는 상향곡선을 그렸다.

반면 한국 증시는 급등락을 반복하며 줄곧 하향세를 보였다. 세계 경기침체 공포는 코스피 1900선도 무너뜨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지수는 미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시사 발언 및 미중 무역협상 진전기대 등으로 지난 4월 16일 2248.63까지 상승했지만 8월 6일에는 장중 1891.81까지 떨어지면서 3년 만에 1900선이 붕괴됐다. 2007년 6월 이후 처음으로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 등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미국 무역 갈등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해외주식 잔액 17조원 육박 = 이에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한국 증시를 떠나 해외 주식시장, 특히 미국 증시를 찾아갔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24일 기준 외화주식 보관잔액은 144억9248만달러(16조8692억원)로 지난해 말보다 47.37% 증가했다. 이 중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58.06%로 가장 많았다. 미국 주식 보관 잔액은 84억1446만달러(9조7944억원)로 지난해 말보다 80.46% 급증했다. 다른 나라 국가 주식에 대한 투자도 활발했다. 해외주식 보관잔액은 일본(19억1177만달러), 중국(18억3996만달러), 홍콩(12억9336만달러) 순으로 미국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미국 증시의 강세가 계속되면서 국내 투자자의 미국 등 해외주식투자가 급증했다”며 “미 연준의 금리인하 및 달러강세 등의 영향으로 국내투자자의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채권거래도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초부터 이달 24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11조6399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8조4697억원, 1조2611억원을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가 6조9229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고 기관과 외국인이 3조8547억원, 5172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투자자들도 약 4년 만에 최장기록인 2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일시적으로는 수급에 부담을 주기도 했다. 외국인은 지난 11월7일부터 12월5일까지 21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약 4년 전인 2015년 12월2일부터 2016년1월5일까지 22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 최장기간 순매도를 기록했다.

◆바이오 대형주 임상실패 = 올해 코스닥 시장은 대형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임상결과 발표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했다. 이로 인해 3년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8월 2일 신라젠의 임상 3상시험 무용성 평가 결과에 따른 주가 급락이 4일간 이어지며 68.1% 하락했고 이 여파로 바이오주 전반이 동반 약세를 보였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더해지면서 8월 5일 코스닥지수가 7.46% 급락하며 약 3년 만에 코스닥시장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이다. 에이치엘비와 헬릭스미스와 같은 대형바이오주도 임상결과발표에 따라 상한가와 하한가를 오가는 등 주가가 급등락했다.

코오롱티슈진은 5월에 식약처로부터 인보사케이주 품목허가취소처분을 받았고, 상장심사와 관련한 제출서류의 내용 중 중요한 사항의 허위기재 등을 사유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