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2400억원 전액 손실 위기 … 독일 헤리티지 DLS 만기 연장 사태

최근 몇년 동안 급성장하던 사모펀드 시장에 악재가 잇따른 한해였다.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만기연장사태 등이 연이어 터지며 금융투자업계가 휘청거렸다. 특히 원금 손실이 가능한 고위험 상품인데도 판매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위험을 알리지 않아 불완전 판매 논란이 크게 불거지며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이렇게 사모펀드 시장에서 연이은 경고음이 울리자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사모펀드 규제 완화에 박차를 가하던 금융당국은 다시 규제 강화로 분위기를 바꿨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에는 사모펀드 일반투자자 최소 투자 금액을 기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사실상 공모펀드가 규제를 피하려고 형식상 사모펀드로 설계되는 시도를 차단하는 내용을 담았다.

◆폰지사기 혐의 =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환매 중단된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 개인투자자들이 2400억원대 투자 원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투자 대상인 미국 헤지펀드가 미 금융당국으로부터 ‘폰지 사기’로 판명돼 자산 동결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한국 금융당국은 라임 무역금융펀드에서도 비슷한 수법의 폰지 사기 혐의를 확인하고 내년 초 고강도 제재 조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당국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헤지펀드 손실을 숨기고 최소 6000만달러 규모의 가짜 대출채권을 판매하는 등 증권사기 혐의로 글로벌 투자자문사인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의 등록을 취소했다. 아울러 IIG 관련 펀드의 자산에 대해 동결 조치를 취했다. SEC는 IIG가 지난해 투자자산이 채무불이행에 상황에 빠졌는데도 이를 속이고 가짜 대출채권을 판 것으로 보고 있다.또 기존 고객 환매가 들어오면 신규로 받은 투자금으로 돌려막는 일종의 ‘다단계’ 수법을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라임자산운용은 개인 투자자 금액 2436억원과 신한금융투자에서 받은 레버리지 자금 등 6000억원대의 무역금융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이 중 40%가량을 IIG의 헤지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IIG 헤지펀드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는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라임 펀드는 손실이 나면 일반 투자자가 우선적으로 떠안도록 설계돼 있다. 따라서 전체 손실이 40% 수준이면 개인들은 한푼도 못 건지게 된다. 라임운용은 싱가포르 R사와 재구조화 계약을 통해 투자자 손실을 2024년까지 이연시켰다고 발표했지만 IIG 자산 동결로 실효성이 매우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0월 사모채권과 메자닌 등에 투자한 6000억원 규모의 펀드들에 대해 환매를 중단한 데 이어 2436억원 규모의 무역금융 자펀드들에 대한 환매를 추가로 중단한 상태다.

금감원은 일단 라임자산운용이 IIG의 대출사기를 알고도 IIG 헤지펀드에 투자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무역금융펀드 자금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투자한 사실 등을 확인했고 조만간 이를 검찰에 통보할 계획이다.

◆해외 대체투자 경고등 =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건 이후 독일 헤리티지 DLS상품에서도 원금손실 우려가 발생했다.

독일 헤리티지 DLS는 독일 현지 시행사인 저먼프로퍼티그룹(옛 돌핀트러스트)이 독일 고성·유적지를 리모델링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독일 시행사 저먼프로퍼티그룹(옛 돌핀트러스트)의 독일 유적지 리모델링 사업에 투자하는 역외펀드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파생결합증권(DLS)을 말한다. 역외펀드는 싱가포르 반자란자산운용이 운용을 맡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NH투자증권과 KB증권, 키움증권 등이 발행했고, 신한금융투자와 은행권 등을 중심으로 총 4600억원어치가 판매됐다. 하지만 독일 현지 사업의 인허가 지연이 길어지면서 2년여 만기인 헤리티지 DLS는 예정된 기간 내에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져 당초 7월 말이었던 만기가 계속해서 연장되는 상황이다. 연장기간이 더 길어지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독일 헤리티지 DLS 상당수가 은행 창구에서 팔렸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신한금융투자 복합점포인 PWM센터에서 약 4000억원어치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약 500억원), 우리은행(약 230억원)이 판매한 규모도 크다.

이탈리아에서도 해외 대체투자 경고등이 켜졌다. 이탈리아 건강보험료 매출채권을 유동화한 펀드에 투자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이 조기 상환에 실패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기초자산과 구조가 동일한 미회수 DLS 규모가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본다.

약 2년 전 KB증권이 발행하고 DB자산운용(옛 동부자산운용)이 KEB하나은행 등을 통해 판매한 이탈리아 의료비 매출채권 유동화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에서 조기 상환 실패가 발생했다. DB자산운용은 이 DLS로 파생결합증권펀드(DLF)를 만들어 하나은행에서 팔았다. 그런데 현지 사정으로 매출채권 유동화에 차질을 빚어 상환 일정이 당초 11월 말에서 한 달 미뤄졌다. 이탈리아 지방정부가 당장 50억원을 상환할 여유가 없으니 한 달간 상환을 미뤄달라 요청한 것이다.

이번에 상환하지 못한 원리금 규모는 50억원 정도지만 내년 1월 중순까지 순차적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것을 포함하면 모두 320억원 규모다. 이외 시장에 풀려 있는 같은 구조의 미상환 DLS 규모만 약 7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자칫 ‘제2의 독일 헤리티지 DLS’ 사태로 확산될지 관련 파장에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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