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거대정당 일방 유리"

"과잉금지 위반" 위헌 판결

미국 등 기탁금 제도 없어

소수정당의 이름으로 21대 총선에 출마하는 도전자들의 참가비(기탁금)부담이 만만치 않다.

지역구 출마자가 내야 하는 비용이 무려 1500만원이다. 비례대표 출마자의 기탁금도 1500만원이었으나 너무 많다는 이유로 위헌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선거 참가비는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한 장치다. 21대 국회에서 사상처음으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 다양한 이해를 의정활동에 반영하려는 의도와 크게 엇갈리는 대목이다. 게다가 주요 선진국에서는 기탁금제도 자체가 아예 없거나 소액만 받고 있어 우리나라가 과도한 장벽을 쳐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국회 행안위에 따르면 기탁금 액수에 대한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 전선미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에 의해 각각 제출됐으며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외 1명의 소개로 들어온 청원이 있다.

현재 국회의원 기탁금은 1500만원이다. 이에 대해 김태년 의원은 지역구 출마자에 대해서는 500만원으로 낮추고 비례대표 출마자에 대한 기탁금 제도는 없애자고 주장했다.

윤소하 의원은 150만원으로, 청원자는 100만원으로 하향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진선미 의원은 비례대표 출마자의 기탁금만 15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낮추자고 했다.

전문위원실에서는 "현행 기탁금의 액수가 지나치게 과다해 기탁금을 납부할 재력이 부족한 사람이 공직선거에 입후보하기가 어려워 공무담임권을 행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인식하에 재력이 부족한 사람, 신인정치인이 공직선거에 진입하기 위한 장벽을 낮추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헌재의 판단은 = 2016년 헌법재판소는 비례대표국회의원 출마자의 기탁금이 너무 많다는 위헌심판 청구건에 대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정당활동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위헌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고액의 기탁금은 거대정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다양해진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여 사표를 양산하는 다수대표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비례대표제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비례대표 기탁금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되며 공익보다 제한되는 정당활동의 자유 등의 불이익이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탁금 액수가 지나치게 과다하여 정당활동의 자유 등을 침해해 위헌이나 그 적정성 액수는 비례대표국민회의원 선거의 성격, 방식, 이에 관한 선거관리업무와 비용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자가 정책적으로 정함이 바람직하다"며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고 그 적용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입법자가 2018년 6월 30일까지 개정하지 아니하면 그 효력을 상실하고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위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하도록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세계적으로 너무 높은 우리나라 기탁금 = 국회는 현재 계류돼 있는 4개의 법안을 심의, 비례대표 기탁금을 하향조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탁금이 과도하게 많다는 점에 하향압박이 약하지 않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멕시코 브라질 필리핀엔 아예 기탁금 납부제도가 없고 우리나라보다 많은 나라는 터키(3564만원), 일본(3000만원) 정도다.

따라서 녹색당은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기탁금도 낮춰야 한다며 위헌심판을 청구했다. 신생정당이나 정치신인은 기탁금과 선거비용을 그대로 홀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소수정당은 정부로부터 국고보조금 지원도 받기 어렵다. "돈이 없으면 선거에 나갈 수없고 정당도 후보를 낼 수 없는 게 현실"이라는 주장이다.

비례대표 기탁금 조항의 위헌의견을 제시한 이정미 이진성 안창호 재판관은 "정당 난립을 방지한다는 (기탁금 조항의) 목적은 오늘날 정당제 민주주의 아래에서의 정당의 기능 및 그 엄격한 설립절차와 등록요건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정당이 주로 선거운동의 주체가 되고 선거운동방법도 제한되므로 등록되는 후보자 수의 증가가 곧바로 선거운동의 무분별한 과열 혼탁 및 선거관리업무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추측도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소수정당에 너무 높은 국회문턱"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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