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위, 국회의견 요구

한국당 불참, 합의 지연될수도

호남 고정, 수도권 변경 가능성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선거구 획정'이라는 또다른 난제가 버티고 있어 진보-보수간 마찰이 예상된다.

3일 선거구획정위원회 관계자는 "국회에서 17개 시도별 의원정수와 인구하한선을 결정해줘야 선거구획정에 들어갈 수 있다"며 "재차 국회에 의견제출을 요구해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 18세 선거권 쟁취 축하 기자회견 |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서 열린 '만 18세 선거권 쟁취 축하 및 청소년 참정권의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송년 기자회견'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문제는 17개 시도별 의원정수와 인구하한선을 정하는 데에 자유한국당 참여가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공직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한국당은 표결에도 참여하지 않은 만큼 선거구 조정 협의에도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4+1(민주·바른미래·정의·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애초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규모를 225대 75로 정했다가 결국 현행대로 253대 47로 고정시켜 놓았고 호남 지역의 의석수를 줄이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논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호남, 영남 등 농촌지역에서는 인구수가 줄어 의석수도 같이 축소해야 하는데 현재 의석을 고정시켜 놓으면 각 지역마다 대표하는 인구수 편차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호남과 함께 보수진영의 반발을 고려해 영남 지역의 의원수도 고정시키는 대신 수도권에서는 서울시에서 줄이고 경기도에서 늘리는 방식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 의견을 내놓지 않고 버티거나 '4+1협의체'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방안을 제시할 경우엔 난감한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각 당의 의견을 취합하고 합의점을 찾아 국회의장이 선거구획정위에 제안하는 방식으로 해왔고 이렇게 해야 획정위가 국회의 의견을 반영해 획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면서 "국회로 일단 들어온 선거구획정안은 재적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수정할 수 있는 등 사실상 손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회는 2015년에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선거구획정위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선거구획정안을 고치기 어렵게 만들었고 국회의 수정요구도 한 차례만 허용한 바 있다.

'4+1 협의체' 의견을 중심으로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의견을 전달하고 이를 근거로 선거구를 획정할 경우엔 선거구획정위의 중립성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선거구획정위는 일단 이달 10일에 각 정당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획정위는 "오는 10일 오전 10시에 선거구획정과 관련해 국회에 의석을 가지고 있는 정당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며 국회에서 시도별 정수 등의 선거구 획정기준이 확정되는 대로 빠른 시일내에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회는 매번 선거구획정을 법정기한내에 처리하지 않고 총선을 앞두고 결정, 신인들의 선거운동을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20대 총선을 위한 선거구획정안은 선거 42일전인 2016년 3월 2일에 통과했다. 당시 여야 원내대표는 2월 23일에야 선거구획정기준에 최종 합의했고 획정위에서는 획정안을 28일에 의결, 국회에 제출했다.

총선은 4월에 치러졌는데 17대와 20대 총선을 위한 선거구획정은 3월에 통과됐고 16대, 18대, 19대 총선을 위한 선거구획정은 2월에 확정됐다. 15대 국회때는 1월에 선거구가 정해져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었다. 공직선거법에서는 선거일 13개월 전에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선거일 1년전까지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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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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