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삼킴도움(연하)식품 개발 … "읍면동에 주민 조합식 공공식당 열고 일자리 창출도"

5년 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가운데, 한국사회는 '전환의 시대'를 요구받고 있다. 관 주도, 돈 중심, 공급자 위주의 보건복지제도 환경에서 벗어나 이용자의 인권과 편의성을 높이며 자주적 참여와 민관협력으로 지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갈구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전국 곳곳에서 혁신적 실천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사람과 단체들의 경험을 소개하고 나눠 사회발전의 자양분으로 삼고자 한다. <편집자주>


"매일 한 끼를 이곳에 와서 밥을 먹고 있습니다. 한 반년은 됐습니다. 밥맛도 좋은데 공공근로 일을 하고 있고 혼자 생활하고 있다고 하니 식사비도 깎아 줬습니다. 사장이 '불편한 게 없냐'고 살펴봐 주고 생활이야기도 나누고 편합니다."

서울 광진구 자양로에 위치한 '열린밥상'에 들어가는 시민들 모습. 열린밥상은 복지유니온이 직영하는 지역커뮤니티형 식당이다. 사진 복지유니온 제공


지난 9일 서울 광진구 자양로에 위치한 '열린밥상'으로 점심식사를 하려 온 손정익(85세)씨는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 날 열린밥상 식당 안쪽에는 식당을 찾은 노인 2명이 지역 방문간호사들에게 건강상담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식사하는 노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장성오 ㈜복지유니온 대표를 만났다. 열린밥상은 복지유니온이 지역커뮤니티형 돌봄식당으로 직영하고 있다. '모두가 행복한 건강 한끼'라는 슬로건 아래 2016년부터 3년간 서울시 사회적경제 돌봄 특구사업으로 한식뷔페, 반찬/효반(복지유니온 개발식품) 배달, 커뮤니티 운영방식으로 진행됐다.

열린밥상에서 음식을 떠는 이용자들. 사진 복지유니온 제공

◆노인인권 보장하는 영양돌봄 실현 위해 도전 = 장 대표는 '열린밥상'을 통해 오는 2월4일부터 서울시 어르신 무료급식 식사배달사업을 추진하고, 7월부터 서울시 돌봄SOS센터, 지역사회투자바우처 식사지원서비스 거점기관 모델로서 활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열린밥상을 운영하게 된 배경에는 장 대표가 2011년 회사 설립 이전 요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목격한 '노인들의 급식과 영양상태 현실'이 있었다.

규모가 작은 요양원은 영양관리 전담인력이 없고, 규모는 크고 영양사가 있는 요양원일지라도 노인의 건강상태를 충족할 식품이 없었다.

장 대표는 "복지시설의 현장에서 노인들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식단, 비인권적인 콧줄(강제 식사 보조기구) 사용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었다"며 "노인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려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장성오 복지유니온 대표

이후 장 대표는 '삼킴 장애 및 당뇨, 신장질환 등을 가지고 있는 노인들의 인권 친화적인 영양돌봄 실현'을 도전하게 된다.

2011년 노인케어매니지먼트 교육과 컨설팅 일을 하는 김병순 코미앤복지연구소 소장의 도움을 받아 복지유니온을 설립하고 부설 한국고령친화식품연구소(소장 황은미PhD)에서 노인 맞춤형 식품을 개발 생산하기 시작했다.

2015년 '연하도움식' 효반을 특허등록하고, 이어 현미영양죽, 건강나물밥, 건강국밥 등 4종을 개발 생산 중이다. 이들 제품은 또 20가지 맛이 나는 다양한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연하도움식' 효반은 국내에서 유일한 삼킴 장애가 있는 환자나 노인들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이다.

장 대표는 "수술환자나 80세 이상 노인들은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음식을 삼키지 못하면 영양부족으로 저체중이 발생하거나 음식물 오염으로 폐렴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생명을 위협받게 된다"며 연하식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장대표는 또 노인들의 영양관리를 강조했다. 1인 노인가구가 140만명을 넘고,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노인이 300만명을 넘는 가운데 이들이 건강유지에 필요한 영양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장 대표는 "노인 단독 세대의 경우 자신들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장보기, 조리, 섭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읍면동 단위로 공공식당이 필요하다고 장 대표는 제시했다.

노인은 대부분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기에 연하식, 저염식, 다이어트식, 영양식 등 맞춤형 다양한 식단이 필요한데, 이를 읍면동 지방자치단체가 노인 등 주민들을 위한 공공식당을 설립해 운영하자는 것이다.

공공식당의 설립은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식이나 사회적경제 조직 등으로 진행해 지역민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자고 주장했다.

지난 9일 열린밥상 이용 노인이 지역방문간호사에게 건강상담을 받고 있다. 김규철 기자

◆독일 요양시설 평가기준에 영양분야가 30% 차지 = 장 대표는 또 "지난해 3월 20일∼29일 사이 독일의 노르트라인 등지를 방문해 적십자사 운영 요양시설과 배달급식 운영기관, 독일영양학회, 노인식품 전용 매장 등을 견학한 것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독일 사례를 전했다.

독일의 경우 장기요양시설을 운영함에 있어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 MDK의 장기요양시설 급여제공평가기준이 되는 DNQP 전문가표준 총 6개 분야 중 하나인 영양분야가 평가지표의 30%를 차지할 만큼 '급식을 포함한 영양관리'가 매우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1990년대부터 고령사회 대책으로 식생활 취약층 노인 중심 바우처사업 진행 △2006년 MDK가 노인 식생활 및 요양시설 급식의 취약성 확인 △ 2007년 대국민 영양 및 식생활 조사에서 노인과 관련 영양관리 미비로 인해 연간 추가의료비가 12조원 이상 들어간다는 것 등이 있었다.

이후 10여 년간 영양관리가 법적 의무화되고 요양시설 및 재가요양에서 체계적인 노인식생활관리로 노인기 삶의 질 개선을 실천하고 있다. 이로써 노인 1인당 연간 의료비 지출이 약 90~250만원 절감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정부, 노인영양관리 환경만들기 나서야 = 한국에서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독일의 사례가 국내에 전해지자 2019년 9월 6일 서울시는 시민영양 기본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지자체가 시민영양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한 법적 활동을 할 것을 강제 것이다. 이후 서울시노인복지시설협회 이사회에서는 연하곤란식 공동구매를 추진하기로 하였다.

보건복지부도 제2차 장기요양기본계획(2018∼2022)에서 2022년까지 장기요양시설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영양사정과 연하곤란식 제공 매뉴얼 준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장 대표는 "정부가 매뉴얼을 제시하고 커뮤니티케어 추진사항에 노인들을 위한 배달식 등을 제시하면서도 아직 눈에 보이는 준비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도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함으로 인해 건강을 잃고 생명을 단축하는 노인들이 많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공공기관에서 노인 특성에 맞는 식품을 쉽게 공급할 수 있는 환경만들기에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유니온은 향후 △어르신 영양돌봄 사례관리 어플 개발 보급 △고령친화식품 KS인증, 일본 대학 연계 제품 테스트 및 글로벌 인증 추진 △독일 노인식 시장조사 및 수출추진 △소화촉진, 항산화, 치매예방 등 기능성 신제품 개발 등을 계획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까운 미래를 여는 사람들" 연재기사]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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