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 국채 보유량 줄이고 금보유량 늘려

유럽, 중동지역 등 전 세계적인 탈 달러 흐름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이 임박했다. 미중 무역합의 낙관론이 지속되며 달러·위안화는 6.9위안까지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철회 가능성을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섣불리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반응도 나온다. 미중 패권다툼은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니고 달러·위안화 가치를 둘러싸고 언제 또다시 강하게 부딪치는 상황으로 급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금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유럽과 중동 지역 등 전 세계적인 ‘탈 달러’ 흐름도 거세지고 있다. 달러패권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 서명식은 오는 15일 오전 11시 30분(미국 동부시간) 백악관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에 역내외 위안화 가치는 큰 폭으로 절상되며 10일(현지시간)역외 달러·위안 환율이 6.9위안을 하향 이탈하는 등 추가 강세를 나타냈다. 작년 8월 이후 최고치다.

홍록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1차 미중 무역합의는 단기적으로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할 전망이지만 관건은 이행 여부”라면서 “합의 핵심은 위안화 환율 조작”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경우, 중국산 소비재에 대한 관세율을 인하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중국이 대미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만약 중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서비스를 추가로 구매하겠다는 것은 기존 수입 규모에서 2배 넘게 늘린다는 뜻이다.

때문에 같은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더 비싸게 구매하는 방법을 통해 대미 수입금액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홍 연구원은 이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위안화 강세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1차 무역협상 이후,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이번 무역합의 핵심이 환율조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은 지난해 8월 위안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중국이 미국 관세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려고 의도적으로 위안화를 절하했다고 비난했다.

이후 미국은 12월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도 통화가치 약세를 이유로 철강 관세를 부과했다. 주로 무역 분쟁에서 주로 환율 문제를 쟁점으로 삼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상무부는 환율조작 관련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어 올해는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서는 유럽과 중동지역의 ‘탈 달러’ 움직임까지 커지고 있다.

원유 거래에 유로화 결제 확대를 모색하는 유럽연합(EU) 움직임은 환율 갈등을 촉발 시킬 잠재 요인 중 하나다. 유럽연합(EU) 새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강한 유럽’ 건설을 위해 최우선 목표로 ‘유로화의 부흥’을 내세웠다.

그는 취임하기도 전에 “역내 국가와 관련 부처들에 대외 무역,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의 유로화 결제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법을 모색하라”고 EU 에너지위원에게 지시한 바 있다. 현재 EU가 수입하는 석유·가스 등 에너지의 80% 이상이 달러화로 결제되고 있는 관행을 바꾸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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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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