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환영” 이란 “우려” 극과 극 반응

국회 동의 등 국민 공감대 넓혀야

지난달 27일 부산해군작전사령부에서 왕건함이 출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정부가 고심 끝에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독자 파병을 결정했다. 미국과 이란 두 나라를 모두 고려한 ‘신의 한수’가 될지 아니면 전쟁위험이 도사리는 화약고로 서둘러 뛰어드는 악수가 될지 아직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정부 결정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데이비드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 작전범위를 확장키로 한 한국 정부 결정에 대해 “이전에 밝힌 대로 이것은 국제적 해결책을 필요로 하는 국제적 문제”라며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을 지원함으로써 중동에서 항행 자유 보장을 돕는 동맹 한국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를 주장하는 미국 주도 IMSC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지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 측은 한국의 결정을 환영하고 기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고, 외교 소식통도 “미국도 한국이 독자 파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의 반응은 정반대다.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0일 주간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사전에 통보했으나 ‘미국의 모험주의에 동조하는 것은 오랜 양국 관계에 맞지 않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21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이란측 입장은 그 지역(호르무즈 해협)에 외국 군대나 선박이 오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일차적으로 그것에 따라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 앞서 지난 주말께 이란 측에 외교경로를 통해 결정사항을 미리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이날 정부 발표는 지난해부터 IMSC 참여를 요구해 온 미국과 이란의 반발 등을 고려한 절충안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중동정세가 언제 어디로 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만약 미국과 이란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고 IMSC에 지원이 아닌 참여를 요구할 경우 이를 거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해부대 작전범위가 확대되면서 우리정부 의도와는 무관하게 우발적 사건으로 전쟁위기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국회동의 여부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파병 자체에 대한 반대여론도 만만찮다.

참여연대는 21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한국 국민과 선박 보호’를 파병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지금까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국적 선박에 대한 그 어떤 구체적인 위험도 보고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번 파병 결정이 오히려 한국 국민과 선박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청해부대 파병과는 목적과 임무, 지역 자체가 전혀 다른 새로운 파병”이라며 “국회 동의도 거치지 않은 채 새로운 파병을 함부로 추진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 행위”라고 지적했다.

파병결정이 문제해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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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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