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5% “사회가 필요한 인재 양성 못해”

2015년부터 적립금 인출, 투자 급감


국내 대학들은 등록금을 많이 받지만 사회적 인재 양성 역할은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만 19~74세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학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55.4%가 ‘그렇지 못하다’고 답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대학가에서는 ‘우리도 할 말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사립대 보직교수는 “경비는 증가하는데 등록금 수입은 오히려 줄어 신규 투자는 상상도 못하는 상황이라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양성은 그림의 떡”이라면서 “학령인구 감소보다도 경쟁력 상실로 인해 수험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외면당할까 더 두렵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등록금 인상요구 거부 = 앞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정기총회를 열고 등록금 자율책정권을 행사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현행 고등교육법상 등록금 인상률 법정 한도는 최근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다. 이를 적용하면 올해 사립대학들은 등록금을 1.95%까지 인상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등록금을 한 푼이라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Ⅱ 유형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합법적으로 등록금을 올려도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각종 평가와 재정지원 권한을 가진 교육부 뜻을 거스를 수 있는 대학이 없다. 실제로 교육부의 의사표시 이후 사립대학들의 등록금 동결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반값 등록금’으로 불리는 등록금 동결·인하 정책이 시작된 지 올해로 12년째다. 반값 등록금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사립대학들의 재정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교육·복지 예산이 줄어들자 학내 구성원들의 불만과 항의가 거세져 사립대학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이 산업구조 변화에 인재양성을 견인하지는 못할망정 대학이 배출하는 인재와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와의 격차가 커지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다.

특히 강사법 통과로 강사가 담당하던 수업을 교수들에게 맡기는 학교가 늘면서 학문 생태계까지 위협받고 있다. 한 지방대 총장은 “연구와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과 장비인지 알면서도 핑계를 만들어 결재를 미루고 나면 내가 뭐하나 싶다”면서 “그동안은 어찌어찌 버텼는데 적자 폭이 커져 경비절감뿐만 아니라 교수·직원 임금삭감도 고민해야 할 판”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립대 만성적자 = 최근 12년간(2007~2018년) 사립대 운영수지를 분석한 한국교육개발원의 ‘고등교육 정부재정 확보방안 연구’에 따르면 2009년 등록금 동결정책이 시작되면서 2010년부터 재정 건전성이 급락했다. 4년제 사립대 운영수지는 2009년 2조7230억원에서 2010년 1조6809억원으로 떨어졌다. 전문대학을 합한 사립대 전체로는 4조8001억원에서 2조1985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2016년부터는 재정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2016년 4년제 사립대의 운영수지는 -138억원을 기록했다. 지출보다 수입이 더 적었다는 얘기다. 전문대는 이보다 앞서 2015년(-427억원)부터 적자가 발생했다. 사립대 전체로는 2015년(-260억원)부터 적자가 발생했다. 교육개발원은 “대학들은 재정결손을 보전하기 위해 2015년 이후 적립금을 인출해 집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재정적자 규모는 커지고 있다. 4년제 사립대는 2016년 -138억원에서 2017년 -2230억원, 2018년 -2676억원으로 재정적자 규모가 늘었다. 전문대는 2015년 -427억원에서 2018년 -1132억원으로 커졌다. 사립대 전체로는 2015년 -260억원에서 2018년 -3808억원으로 재정적자 규모가 증가했다. 사립대학 한 곳당 평균 재정적자 규모도 2015년 -7800만원에서 2018년에는 -11억7200만원으로 증가했다. 2018년 4년제 사립대의 평균 재정적자 규모는 한 곳당 -15억7400만원이다. 전문대의 평균 재정적자 규모는 -7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대학보다 고교 교육환경이 더 낫다"" 로 이어짐

["재정 위기, 무너지는 사립대학" 연재기사]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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