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잔액 5072억원 중 절반

자산매각 쉽지 않아 상환연장

기초자산 ‘담보 설정’ 불투명


라임자산운용과 알펜루트자산운용 등 사모펀드에서 잇따라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하는 가운데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의 만기 연장금액이 25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금융감독원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금융업권의 자료를 종합하면 이날 현재 독일 헤리티지 DLS에 투자했다가 만기에 상환하지 못한 금액은 2586억4900만원으로 전체 판매잔액 5072억 5900만원 중 약 51%에 달한다.

독일 헤리티지 DLS는 독일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어 매각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예정이다. 올해 펀드 판매 잔액 대부분의 만기일이 돌아오기 때문에 미상환액이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매각 대상이 부동산이고 개발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만기일이 도래하고 있지만 상환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독일 헤리티지 DLS는 독일 정부가 문화재로 지정한 ‘기념물보존등재건물’을 주거용으로 개발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펀드로 운용사는 싱가포르의 반자란자산운용이다. 현지 시행사인 돌핀트러스트(Dolphin Trust GmbH)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반자란운용이 펀드를 통해 대출해주고 국내 증권사들은 이를 기초자산으로 DLS를 발행했다.

증권사들은 2년 내에 65% 이상의 분양이 이뤄지면 분양대금만으로 원리금 상환이 가능하고 30% 이상만 분양이 돼도 은행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가 기념물 등재 건물에 대한 리모델링 건축 허가 승인을 하지 않으면서 개발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증권사들은 개발 사업 자체와 무관하게 시행사인 돌핀트러스트(Dolphin Trust GmbH)의 자체 신용으로 원리금 상환이 가능하다고 봤지만 이마저도 어렵게 되면서 독일 내의 자산 매각을 통한 원리금 상환이 추진되고 있다. 독일 해당 자산들에 대한 담보권을 설정하고 있으며 선순위 자격을 바탕으로 시장에 재매각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부동산 가격하락 등 시장 상황에 따라 매각이 지연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특히 일부 물건은 담보권 설정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권사들이 현지에 직원들을 보내 물건의 법적 권리를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고 있다.

독일 헤리티지 DLS는 신한금융투자가 2017년 5월 첫 발행을 시작해 2018년 12월까지 3907억5000만원을 판매했다. 이중 109억원을 상환해 현재 판매잔액이 3798억5000만원으로 가장 많다. 올해 연말까지 상환을 못할 경우 미상환액은 3500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이달말쯤 투자 원리금 상환 여부에 대한 조사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18건의 물건 중 17건은 담보권 설정이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증권사 중에서는 신한금투 이외에 NH투자증권(243억1900만원), 현대차증권(124억7000만원) 등의 순으로 판매금액이 많다.

은행에서 독일 헤리티지 상품을 판매한 곳은 KEB하나은행(DLF, 파생결합펀드)과 우리은행 (DLT, 파생결합신탁)이다. 각각 559억3000만원, 222억8000만원 가량을 판매했다.

독일 헤리티지 DLS가 프로젝트를 진행한 대상 물건은 베를린의 발전소, 주터보그 지역의 군대막사, 바이에른 캄과 아헨의 수도권, 알테아르와 크로네비츠의 캐슬 등 18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신한금투를 종합검사하는 과정에서 독일 헤리티지 DLS와 관련한 검사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일부 법규 위반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투와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다른 판매사와 발행사로 검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과 달리 헤리티지는 실체가 있어 자산이 언제 팔리느냐에 따라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며 “다만 일부 문제되는 사업장이 있고 부동산 가치 하락에 따라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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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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