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메르스백서' 보니 '정보공개·소통' 신뢰 기반

지자체가 나서 주민 설득

'반발' 대신 '의료진 응원'

"아파트 옆 병원에 환자들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불안이 고조됐지만 지자체의 정확한 정보제공과 대책을 믿고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5년 전인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중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중점치료병원으로 지정된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이 위치한 수원시 장안구 정자2동에 거주했던 한경희씨의 말이다. 그 해 연말 수원시는 한씨를 비롯한 정자2동 주민과 수원병원 의료진을 '올해의 시민'으로 선정하고 감사콘서트를 열었다. 당시 정자2동 주민과 인근 상인들은 메르스 감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의 입원치료를 동의하고 환자와 의료진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국 우한의 교민들을 진천·아산 공무원연수시설에 격리하기로 결정하면서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5년 전 메르스 확산 당시 전국 첫 메르스중점병원으로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이 지정될 당시 혼란을 극복했던 상황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국내에서 메르스로 사망자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온 국민이 공포에 떨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한 현재 상황보다 훨씬 심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당국은 경기도 전역의 확진 환자를 수원병원에 모아 중점치료를 하기로 했다. 수원병원의 일반 환자들은 모두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수원병원은 아파트가 밀집한 도시 한 복판에 위치해 있다. "우리 동네에 타 지역 메르스 환자가 온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이에 염태영 수원시장과 공무원들이 나서 주민들을 설득했다. 염 시장은 병원 인근 아파트와 경로당, 상가 등의 대표자들을 직접 만나 '역지사지'를 강조했다.

"여러분의 가족이 확진자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들이 잘못해서 감염된 게 아니고 열심히 생활하다 운이 없어 감염된 겁니다. 여기서 막지 못해 병이 확산되면 나 자신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동시에 수원시는 수원병원 인근지역에 대한 철저한 방역은 물론 병원 의료진에게 별도의 숙소까지 제공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 주민들에게 설명했다. 중앙정부와 달리 수원시와 성남시 등 지지체들은 메르스 관련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SNS를 통해 쌍향방 소통을 하며 주민들과 신뢰를 쌓았다.

동요하던 주민들은 수원시를 믿고 중점병원 운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얼마 뒤 정자동 주민들과 상인들을 비롯한 수원시민들은 수원병원 울타리 등에 현수막과 녹색리본을 달기 시작했다.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는 수원병원 의료진을 응원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일부 지역의 주민과 학교 안팎에서는 메르스에 대응하는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에 대해 감염자 취급을 하거나 '왕따'를 시키기까지 했다. 소위 '메르스 님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원시민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도 수원시를 찾아 의료진과 시민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수원시는 '메르스 희망의 거리'를 조성, 1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방문해 녹색리본을 달았다. 의료진에게 과자와 빵을 만들어 전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은 수원시가 만든 '메르스 일성록'(백서)에 대부분 기록돼 있다. 수원시는 '신종 코로나' 대응을 시작하면서 모든 간부들에게 일성록을 숙독할 것을 당부했다. 염 시장도 5년 전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신종 코로나' 관련 속보를 올리고 있다.

염 시장은 "메르스 환자가 수원에서 발생했을 때 시민과 함께해야 극복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신속하고 정확한 소통으로 시민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게 한 것이 성공 포인트였다"고 말했다.

수원시 한 관계자는 "우한 교민 임시거처 문제로 해당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격리공간의 안전성, 입국부터 이동과정, 통제방안 등 주민불안을 해소할 방안을 제시하고 발표 전에 지자체로 하여금 시민을 설득시키는 과정을 거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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