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잠금 효과, 집값 상승 원인 … 정부, 이르면 2월 임대주택 현황 발표 후 대책 마련

재산세 면제와 감면, 양도세 장기보유 70% 공제, 임대소득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비과세), 국민건강보험료 감면.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동산 부양정책인 주택임대사업자 지원 내역이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후 각종 부동산 규제 방안을 내놓으며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집값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임대사업자에 특혜를 준 것이 발목을 잡았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3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임대사업자 특혜 관련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정책은 임대 사업자에게 과도한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들은 임대사업자 특혜 폐지를 주장하며 공익감사까지 청구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은 31일 "임대사업자 특혜로 다주택자에게 조세회피처를 제공하고 투기를 조장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의 직무유기 등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지난달부터 임대사업자 특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주장에 정부가 귀를 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임대사업자 특혜로 문재인정부 주택정책이 통째 흔들리고 있는데도 정부는 다주택자 소유 주택을 합법적인 임대등록시장에 내놓게 하는 효과적인 '당근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공급은 막히는데 임대사업만 부흥 = 임대사업자 특혜는 등록임대주택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매물감소로 나타났다. 2017년말 이후 2년 동안 서울의 등록임대주택은 17만가구가 증가해 47만3000가구(12.7%)는 최소 4~8년간은 일반적인 매매 거래가 불가능한 임대주택이 됐다. 이로 인해 발생한 매물 잠김은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조세감면 등의 혜택 이후 임대주택사업자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등록임대 활성화 방안이 발표된 2017년 12월 이후 한달 동안 9313명이 임대사업자(개인)로 신규등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2.5배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11월 기준 임대사업자는 47만2000명, 등록임대주택은 149만호에 달했다. 1년 전인 2018년 11월보다 사업자는 8만명, 임대주택은 17만호가 각각 늘었다.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확대는 2017년 12월 1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민간 임대주택 등록을 한 임대사업자에게 조세감면과 금융지원 등을 제공하겠다는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다주택자들에게 조세회피수단을 제공해 오히려 투기 수요를 부추겼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8년 이상 집을 장기보유하는 임대사업자가 늘어나면서 발생한 매물 잠김 현상은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국회 박주현·채이배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과세 특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강남과 선호지역의 집값이 불과 2년 사이에 50% 이상 올랐고, 수도권 규제지역은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이후 4차례의 고강도대책에도 100% 이상 집값이 폭등했다"며 "문재인정부 들어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은 더 늘어났고 강남 등 신축분양아파트 중심으로 집값 폭등 조짐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집값폭등을 방치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의무에 비해 너무 많은 혜택 = 임대사업자 세제혜택은 집 있는 사람이 또 집을 사는 주택사재기가 해마다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경실련 분석을 보면 지난 10년간 늘어난 주택 490만채 중 절반이 넘는 247만채를 다주택자들이 사들였다. 지난해 상위 1%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 수는 1인당 평균 7채로 10년전(3.5채)에 비해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이에 반해 임대사업자의 의무사항은 임대주택제도가 정착된 미국 뉴욕시에 비하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이다.<옆 기사 참조> 임대사업자는 인적사항과 소재지, 주택유형과 전용면적만 제출하면 된다.

이런 이유로 아예 임대사업자 등록제도를 폐기해야 한다는 강성 주장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다주택자들의 투자가 폭증하고 있는데 그동안 정부에서는 다주택자에게 임대사업자 등록을 추천해 주택 매입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매물이 잠겨 공급부족으로 이어졌고 이는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아예 임대주택사업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한 한 청원인의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주택가격 상승과 무관할까 = 정부는 임대사업자 혜택이 주택가격 인상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임대등록제도가 전월세가격 안정을 위해 1994년 도입돼 현 정부에서 오히려 종부세 합산배제와 양도세 중과세 배제 적용을 5년 이상에서 8년 이상으로 강화했다"며 임대등록제도가 정착단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서울 주택가격 상승은 시세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혜택은 시세 9억원 이하에 집중돼 있다고 강변했다. 다주택자 중에서 일부만 임대등록하고 있기 때문에 투기수단으로 쓰고 있다고 단정하기도 곤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주장과는 다르게 임대개시일 기준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일 경우 이후 시세와 상관없이 조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 등 디테일한 문제점들이 발견되고 있다.

국회 박주현 의원은 "현재 주택임대사업자로서 어마어마한 특혜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은 85㎡ 이하 주택 중 임대개시일 기준에 공시가격 6억원이면 된다"며 "이후 시가가 크게 올라도 여전히 혜택이 유지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이는 부동산 부양정책을 위장한 일방적인 퍼주기식 부자감세이며, 우리나라 조세제도 역사상 유례를 볼 수 없는 특혜로 당장 폐지해야할 민생 적폐"라고 덧붙였다.

임대사업자에 혜택을 주고 등록임대주택을 늘려 전·월세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주장도 현실에서는 큰 간극을 보이고 있다. 전체 주택임대시장에서 등록임대주택 비율이 30%를 밑돌고 있다.

참여연대가 2019년 '렌트홈 등록민간임대주택찾기'에 등록된 106만9963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민간임차가구의 24.8%만 등록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다. 나머지 75%는 임대주택으로 등록되지 않은 집에서 권리보호를 받지 못한채 위태롭게 셋집살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정용찬 민달팽이유니온 기획국장은 "등록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에 대해서는 등록 사실을 통지하는 장치조차도 마련하지 않아 세입자 대부분은 자신이 등록임대주택에 거주한다는 사실조차 모른채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권리 행사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대사업자 혜택 폐지론을 종합해보면 과도한 지원은 임대사업자 양성화나 세입자권리 보호 강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임대사업자에게 조세회피와 투기수단을 제공해 집값 상승만 부추겼다는 부정적인 결론만 남은 셈이다.

임대사업자 지원을 아예 없애자는 강력한 주장도 있지만, 임대사업 활성화를 위한 출구전략 모색 등에 대한 해법을 정부가 찾아야 할 때다.

각계의 비판이 터져 나오자 뒤늦게 정부는 임대등록주택과 임대사업자 현황 실태를 조사 중이다. 이르면 2월 등록임대주택 현황 분석을 발표한 뒤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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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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