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동선, 검증 거쳐 안전 구역 선포

전문가 "바이러스, 방역 후 하루면 사멸"

퇴원자가 잇따라 나오는 등 신종 코로나의 극단적 확산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서울시가 클린존 지정을 준비 중이다. 과도한 공포감 확산을 막고 국민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 신호'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박원순식 과잉 대응'이 민생경제 회복에도 적용될지 아니면 잘못된 신호로 경계 태세를 늦추는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서울시가 바이러스 공포 진원지인 확진자 동선을 클린존으로 지정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시 관계자는 "10일 오후 신종 코로나 일일 점검회의에서 클린존 지정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5년 8월 중국 광저우 베이징루를 방문해 서울 관광을 홍보하며 춤을 추고 있다. 박 시장은 당시 메르스 사태로 급감한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광저우, 상하이, 베이징 등을 돌며 거리홍보를 펼쳤다.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클린존 검토에 나선 것은 공포 확산과 이로인한 시민 일상 파괴가 지나치다는 판단 때문이다. 생계 파탄을 걱정하는 소상공인들이 급증하고 유치원, 학교 등 휴원조치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없어서다. 돌봄시설 관계자들은 "맞벌이 부부는 휴원이 계속되면 아이를 맡길 또다른 시설을 찾아야만 한다"며 "오히려 더 안전하지 않은 사설 시설에 아이를 맡겨야 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 의견은 클린존 검토의 근거가 됐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감염력과 관련, 방역 후 하루가 지나면 거의 사멸된다고 말한다. 일각에선 의학논문을 근거로 바이러스 생존 기간을 최대 5일로 잡는다. 하지만 이는 극단적 수치일 뿐 과학적 대응은 평균값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기수 고려대 의과대학 환경의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방역수준, 바이러스 확산 양상 등을 볼 때 확진자 동선을 휴원 또는 폐쇄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감염병 확산에도 불구, 일상 회복을 시도한 경험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도 있다. 당시 공무원 시험을 앞두고 시험 연기론이 불붙었지만 박 시장은 "오랜 시간 시험을 준비한 청년들의 희망을 뺏을 수 없고 시민 일상을 책임질 공공 행정은 비상시에도 유지돼야 한다"며 시험을 강행했다. 의심증상을 보인 수험생은 방역복을 입은 감독관이 집으로 찾아가 시험을 볼 수 있게 했다. 시험장마다 발열체크기를 설치, 열이 감지된 학생을 돌려보낸 일도 있다.

경제·일상회복을 강조하는 박 시장 태도는 전체 중국민 입국 금지 반대와 마스크 지원에서도 드러난다.

그러나 위험부담이 너무 커 클린존 지정을 서둘러선 안된다는 흐름도 감지된다. 확진자 동선 중 어디까지를 클린존으로 할지, 클린존 지정 후 감염이 발생하면 책임은 누가질지 등 복잡한 문제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켠에선 사태 수습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확산을 경고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일상 회복을 강조하는 것은 아무나 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클린존이 상황 진정, 민생 복원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은 누구보다 과잉대응을 강조했기 때문에 거꾸로 클린존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시민들이 안전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민생에 '과잉 대응'하는 것도 바이러스 경계 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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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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