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투자 비율 OECD 평균 절반 수준

대학·정치권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요구

세계 최고수준 진학률을 기록 중인 '고등교육 신화'의 배경은 재정지원 등 교육정책 효과라기 보다는 민간의 경제적 부담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학부모가 비싼 등록금에 고통을 받는데도 사립대학은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교육부 자료와 201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통계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OECD 회원국 평균(1만5556달러·2016년 기준·구매력평가 환산액)의 67.4%(1만486달러) 수준이다.

경쟁국인 미국(3만165달러) 영국(2만3771달러) 스웨덴(2만4341달러) 호주(1만6170달러) 일본(1만9191달러) 독일(1만7429달러) 프랑스(1만6173달러) 등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교육계는 이런 상황의 원인을 부족한 정부 재정투자에서 찾는다.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 중 38.0%(3985달러)만 정부가 재정투자를 통해 부담한데 반해 62.0%(6501달러)는 민간의 몫이었다. 이에 반해 OECD 회원국 평균은 정부 68.0%(1만267달러), 민간 32%(4978달러)였다. 우리나라 정부 부담비율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절반 정도 낮았으며 민간 부담율은 약 1.9배 높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고등교육 재정투자가 적다. GDP 대비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이 정부 0.9% 민간 0.5%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정부가 0.7%, 민간이 1.1%를 부담했다. 반면 초·중등교육 단계에서는 정부 3.1%, 민간 0.5%로 정부의 공교육비 비율이 OECD 평균값과 일치했다. 대학교육 여건이 고등학교 만도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정부 부담율을 보면 고등교육 예산의 열악함을 알 수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산업구조 재편을 선도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를 늘리고, 상대적으로 높은 민간재원 부담비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적 등심위 보장하라'│1월 1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등록금 부담 완화와 민주적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요구하는 대학생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회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정부·대학 서로 다른 셈법 = 2012년까지 40조원대였던 교육부 예산은 크게 증가해 2018년 68조5492억원에 달했다. 전체 정부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7.6%에서18.6%(368조6463억원 중)로 커졌다. 고등교육 예산도 2012년 5조8308억원, 2013년 7조1671억원, 2014년 8조1826억원, 2016년 9조2485억원, 2018년 9조6465원으로 증액됐다. 이는 정부 예산 비중 2.1%에서 2.6%로, 교육부 예산 비중 11.7%에서 14.1%로 확대됐다.

하지만 고등교육예산 총액을 바라보는 정부와 대학들의 셈법은 다르다. 대학들은 가계소득수준에 따라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등 학자금지원사업비의 경우 복지예산 성격이라 고등교육예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예산 중 실질 고등교육 예산만으로 재정지원 규모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질 고등교육 예산은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고등교육 예산 금액을 의미한다. 2017년 고등교육 예산 9조3638억원에서 국가장학금 4조3346억원을 제외하면 교육부 고등교육 예산은 5조292억원이다. 교육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고등교육 실질 예산은 2008년 19.4%에서 2012 7.4%로 하락 한 것이다. 반면 2008년 교육부 고등교육 예산의 12.4%(4431억원) 수준이던 국가장학금은 2012년 34.8%(2조1531억원)로 크게 증가했다. 이어 2017년에는 47.2%로 확대됐다. 국가장학금의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실질적으로 교육부의 고등교육 재정지원사업 예산이 감소한 것이다.


◆"실질 지원 예산이 중요" = 이런 이유로 재정난에 대한 볼멘소리가 확산되자 정부도 대학재정지원사업 지원 방식을 개편했다. 그동안 지원받는 정부 예산을 쓸 수 있는 용도가 까다롭게 제한됐으나 대학이 사업을 설계하고 인건비 등에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했다. 하지만 대학들의 반응은 정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학들은 법적 근거가 없어 정권과 장관에 따라 재정지원 정책이 바뀌는 불안정성 해소가 먼저라고 지적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긍정적인 변화지만 정부 의지에 따라 큰 어려움 없이 정책기조를 반대로도 바꿀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면서 "예산규모를 예측할 수 없고, 정책적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지원 여부와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불안정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계와 정치권은 대안으로 GDP의 1% 내외 또는 내국세의 8~10%를 고등교육지원 예산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시하고 있다. 국회에 발의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들은 국립대뿐 아니라 사립대에 대해서도 대학운영에 필수적인 경상비를 일정부분 국가가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특히 학생 1명을 교육시키기 위한 최소 경비에 학생 또는 학생과 교원 숫자를 고려해 배분하도록 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은 3가지로 2016년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2017년 윤소하 정의당 의원,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유은혜 교육부총리도 안민석 의원 법안에 이름을 같이 올렸다.

대교협 관계자는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투자규모는 OECD 평균보다 적고 해마다 규모와 조건이 달라져 불안정하다"면서 "이로 인해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대와 균형발전, 대학의 특성화와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안정적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부금법을 제정해 OECD 평균 수준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고 교육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취업 사교육까지 2중고 = 한편 국내에서 대학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개인이 높은 경제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지만, 취업률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4년제 대졸자 취업률은 76.7%로 OECD 평균 84.2%에 비해 7.5%p 낮았다. 이 때문에 대학생들에게 취업 사교육이 필수처럼 여겨지고 있어 실질 고등교육 교육비가 상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취업관련 업체들이 다양한 형식의 조사를 통해 취업사교육비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표본이 적은데다 조사방법도 제각각이라 신뢰도가 떨어진다. 국가기관의 신뢰할 만한 대규모 조사는 2015년 이뤄졌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12년 2월 대졸자(2011년 8월 대졸자 포함) 1만8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4년제 대졸자의 취업 사교육 기간 및 비용'이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4년제 대졸자의 취업 사교육 비용은 평균 511만원으로 총 대학 교육비의 12.5%를 차지했다. 유형별로 보면 어학연수 비용이 1541만원으로 가장 많이 들었고 공무원 및 전문자격 준비(900만원), 교육 및 훈련(126만원), 자격증 취득(112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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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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