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취소 필요 없다' 권고 … 대학들 "실무적으로 다시 하긴 어려워"

보건 당국이 "코로나19 우려로 집단행사를 취소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각급 학교의 졸업·입학식 등 대규모 행사 취소 또는 연기를 권고했던 교육부가 가이드라인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개강 앞둔 대학 외국인 기숙사 '비상'│1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의 외국인 기숙사인 세화원에서 유학생들이 입실 전 손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가이드라인이 변경되면 초·중·고와 각 대학들이 일부 행사 개최를 다시 검토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더 많다. 특히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등 대규모 외부시설이 필요한 행사들은 공간확보 문제 등 난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2일 '행사·축제·시험 등 개최 지침'을 발표하면서 "집단행사를 전면 연기하거나 취소할 필요성은 낮다"고 밝혔다. 중수본은 "감염증 예방을 위한 방역적 조치를 충분히 병행하며 각종 행사를 추진하면 된다"면서 "사전 안내 및 직원교육, 참가자 밀접 접촉 프로그램 제외, 만약을 대비한 격리공간 확보 등이 이뤄지면 된다"고 안내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도 대학 입학식 및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 관해 가능한 한 허용하는 방향으로 새 가이드라인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유은혜 부총리 주재로 대학관계자 회의 이후 "대학 졸업식, 입학식,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등 집단 행사는 가급적 연기하거나 철회하라"고 권고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수본이 지침을 낸 만큼 집단행사 관련 가이드라인을 새로 안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말했다. 새 지침에는 '입학식·신입생OT 등 집단 행사를 개최하려면 중수본 지침에 따라 방역 조치를 철저히 하라'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어렵게 취소를 결정했는데 다시 추진하려면 실무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전국 대부분 대학은 2월 중순∼3월 초로 예정했던 졸업식·입학식 및 신입생 OT를 취소한다고 학생·학부모들에게 통보한 상태다.

졸업식·입학식은 물론 OT 취소를 발표한 수도권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교육부 권고로 외부에 예약했던 공간을 취소하면서 위약금까지 물기로 한 상태"라면서 "내부 공간에서 치러지는 졸업·입학식 등도 학사일정과 연계돼 있어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가능여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억지로 하려면 하겠지만 대형 대학들의 경우 일정 변경이 그리 쉽지 않다"면서 "행사 대부분이 교수 직원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 동문 지역사회 등이 연계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충청권 한 사립대 관계자는 "졸업식·입학식 취소, 개강 연기 등이 모두 학사일정으로 맞물려 있는 거라 이미 취소 발표한 것을 다시 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코로나19가 완전 종식 선언이 없는 상황에서 학부모 등 외부 인원이 캠퍼스 안에 몰려들어 환자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영남지역 사립대 관계자도 "취소 통보를 받은 학생·학부모 중에는 개인일정을 잡아 놓은 분들이 많을 것"이라면서 "이제 와서 다시 한다면 개인일정이나 회사 업무 등으로 참석이 어려운 분들의 불만과 항의가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학생·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졸업식·입학식이 일생에 한 번뿐인 추억이므로 좋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딸이 올해 연세대에 입학하는 고 모(51)씨는 "입학식이 취소됐다는 말을 듣고 손녀 입학식에 가고 싶어 하시는 부모님이 무척 서운해 하셨다"라면서 "실무적으로 어렵겠지만 가능하면 늦게라도 입학식을 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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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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