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생산·소비·투자 늘고, 소비심리까지 상승

경기지표 회복세 뚜렷했지만 '코로나' 여파가 변수

2020년 상반기를 '경기회복을 위한 절대절명의 모멘텀'으로 판단했던 정부가 한 발 물러섰다. 14일 기획재정부는 2월 그린북(최근경제동향)에서 "세계와 한국 경제의 회복 흐름이 제약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를 지목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때 한국 제조업의 상징인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췄다. 내수를 대표하는 음식점과 쇼핑몰엔 인적이 끊겼다.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지출이 줄고 돈이 돌지 않는다. 돈이 돌지 않으면 생산이 줄어든다. 생산과 내수가 줄면 결국 소비자 '구매력' 약화로 이어진다. 악순환의 고리는 돌고 돌면서 눈덩이처럼 커진다. 이런 변화는 GDP와 같은 경제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특히 코로나 19의 발원지이자 최대 피해국이 중국이다. 수출의 25%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로선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최근 홍남기 부총리가 "과도한 공포감이 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우려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감염은 철저히 예방하되, 경제활동은 정상적으로 해달라는 주문이다. 문제는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산기류가 확연히 꺾이는 시기까지는 '경기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기회복 예단했던 정부 = 그린북은 정부(기획재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경제동향지침서다. 정부의 경기판단이나 경제정책 방향의 맥락을 짚어볼 수 있다. 지난해까지 정부는 그린북에서 매번 '경기부진'을 언급했다. 하지만 작년 연말부터 이 표현을 뺐다. 최근 1월 그린북에서는 '회복세'란 말로 바꾸기까지 했다. 한국의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실제 정부가 이날 발표한 그린북의 경제지표를 보면 '회복세'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산업생산은 전년동월에 비해 3.2%가 증가했고 소매판매도 3.2%가 늘었다. 설비투자는 무려 11.1%가 증가했다. 그동안 약세를 면치 못했던 건설투자까지 2.1%가 늘었다.

수출은 전년동월보다 6.1%가 줄었지만 조업일수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실제 일평균 수출액으로 따지만 20.0억달러로 1억달러 가량 늘었다. 경제심리도 상향조정 중이었다. 소비자심리와 기업심리 모두 '+'를 기록했다. 향후 경기전망의 주요지표가 되는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 모두 상승세로 돌아섰다. 무려 35개월 만이다.

고용지표는 작년 하반기 이후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반도체 업황도 좋아졌지만 = 작년 한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대외리스크'도 완화되는 분위기였다. 미중 무역갈등이 1차협상 타결로 반전 기회를 잡았다. 한국 반도체산업 업황을 좌우할 D램 반도체 고정가격까지 소폭 상승 전환했다. 정부는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는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하필 이런 시기에 코로나19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코로나19 발병 이후 실물경제 위축 속도는 우려할만한 정도다.

신용카드 사용실적은 이미 12%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금융협회의 '신용-체크 카드 가맹점 승인실적'을 보면 연휴 직후 2월 첫 주말(2/1~2) 사용액이 직전 주말(1/18~19) 보다 11.5% 줄었다. 2015년 5월 메르스 확진자 발생 전후 '카드사용액 차이'는 4.9%였다. 메르스 당시보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2배 이상 커진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월 경제동향'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경기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이상 하락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결국 코로나19의 경제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경기회복 모멘텀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상반기 경제팀의 최대 난제가 되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 위기 확산" 연재기사]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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