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통한 추가 공간 확보 현실적 어려움 … 정부 재정·전문인력 지원이 더 절실

유학생회 중심 가이드라인 준수 자발적 움직임 확산 … "우려 상황 없을 가능성 커"

방학과 춘제(중국 설)를 맞아 고향을 방문했던 중국출신 유학생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다. 대학들도 가용 가능한 기숙사 등을 총동원해 격리공간 마련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잠복기인 2주간 기숙사 등에 입주하면 자취방 등에 머무는 경우보다 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출신 유학생에 비해 가용할 수 있는 기숙사 시설이 턱 없이 부족해 대학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다만 유학생회를 중심으로 자가격리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 우려할 만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격리 기숙사 들어가는 중국인 유학생│18일 광주 광산구 호남대학교 교정에서 중국인 유학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잠복기를 보낼 격리 기숙사로 이동하고 있다. 호남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날부터 입국하기 시작한 중국인 유학생 전원을 2주간 격리해 건강 상태를 지켜본 뒤 수업에 참여하도록 한다. 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이 1000명 이상인 17개 대학 가운데 연세·이화여대를 제외한 15곳(88.2%)이 기숙사 방 수가 중국인 유학생 수보다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중국인 유학생이 원할 경우 기숙사에 수용하고 '1인 1실 배정'을 원칙으로 하라고 대학에 안내했지만 이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교별로 보면 한양대의 경우 중국출신 유학생이 2949명인데 기숙사 방이 1015개뿐이라 최소 1934명을 수용할 수 없다. 중앙대는 약 1900명, 고려대·동국대·국민대는 약 1500명이 학교 밖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중국출신 유학생 1000명 이상인 서울 소재 대학 15곳 모두를 더하면 약 1만4000명이 원해도 기숙사에 들어갈 수 없다. 중국출신 유학생이 1000명 미만인 대학까지 합치면 부족분은 더 커진다.

이는 단순 산술일 뿐 현실은 격리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숙사가 더 부족하다. 대학들이 기숙사 시설 전체를 격리 공간으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방출신 등 국내 학생들이 거부하고 있어 대학 대부분은 기숙사 일부만 격리공간으로 활용한다. 대학가에서는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중국출신 유학생이 최소 2만명, 많으면 2만5000명 이상일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지방에서 올라온 우리나라 학생도 있으니까 기숙사 일부만 격리 공간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인 유학생의 20∼30%도 채 수용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대학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학교 밖에 거주하는 유학생에게는 입국 후 14일간 등교 중지 방침과 감염병 예방수칙을 안내하고, 외출 자제 및 마스크 착용 등 생활 예방수칙을 (전화·문자 등으로) 매일 1회 이상 안내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각 대학에 관리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지방자치단체 보유 시설을 중국인 유학생 임시 거처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교육부도 13일 유은혜 부총리 주재로 정부세종청사에서 17개 시·도 단체장과 영상회의를 열고 중국 입국 유학생 지원·관리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교육부는 중국 입국 유학생을 최대한 대학 기숙사에 수용하되 들어가지 않거나 못한 경우 지자체 소유 시설에 입소하도록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자취방 등에서 생활하는 경우 완전한 격리가 쉽지 않아 자칫 학교 모니터링 범위 바깥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대학들의 우려를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기는 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자치단체에 공간지원을 요청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학교 밖에서 생활하는 유학생이 입국한 이후부터 지자체, 지역 보건소와 협력해 1일 2회 유선 확인 등 입국 단계부터 철저히 모니터링 하는 등의 자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정부에 재정·인력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자취방 등에서 자율격리에 들어가는 학생들에게 2주간 매끼 밥을 제공하고 이들이 사용할 물품을 지원하는 것만 해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8일 한 대학에서 진행된 유은혜 부총리와 유학생 및 국내 학생과의 간담회에서도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방역을 대학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전문인력을 지원해 도와줘야 한다는 요청이다.

유 부총리는 "정부가 예비비를 활용해 대학을 지원하는 방안을 (재정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이런 가운데 다른 의견도 나온다. 이미 입국했거나 중국을 방문하지 않는 유학생들도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 보다 유학생들의 개인위생 관리가 철저하다"면서 "여기에 유학생회를 중심으로 학교와 협조해 자가격리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위한 자발적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중국 전역이 위험지대도 아니고 유학생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생활수준이 높아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의 부모들이 확진자가 점차 늘어나는 한국에 있는 자녀를 오히려 걱정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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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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