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들과 주말반납 훈련

지난해 해양오염 60건 처리

정순모(55) 부산해양경찰서 해양오염방제계장의 일상은 해양오염사고 확산을 막는 훈련이다. 해경은 한 해 네 번 기본훈련을 실시하게 돼 있지만 일선 지휘관인 정 계장은 팀원들과 함께 지난해 19회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을 위해 부산해경 해양오염방제계 직원들은 주말을 17회 반납했다. 직원들이 나오면 정 계장도 나온다.

정순모 부산해양경잘처 해양오염방제계장은 훈련으로 점철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제공


주 52시간 노동과 '워라밸'(일과 휴식의 균형찾기)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주말을 반납하며 훈련한 결과는 해양오염 방제에서 성과로 나타났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정 계장과 직원들은 지난해 부산 해역에서 60건의 해양오염사고를 처리하며 오염 확산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했다. 통행하거나 계류하는 선박이 많은 부산은 전국 해양오염사고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오염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하면 바다오염이 확산돼 사회·경제적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곳이다.

정 계장은 "선박사고로 유출된 기름이 바다로 확산되지 않게 차단하는 오일펜스는 신속히 사용할 수 있도록 평소 권취기(전동기의 힘으로 펜스를 자동으로 감는 기계)에 감아놓았는데 평소 이를 잘 운용하는 훈련을 반복실시해 신속히 오염확산을 차단할 수 있었다"며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오일펜스를 신속히 설치하고 기름회수기를 가동해 바다 위 기름을 회수하고, 바다에 남은 잔존유들은 기름흡착제를 사용해 수거한다"고 말했다. 선박에 파손돼 구멍이 난 곳(파공부)은 봉쇄한 후 사고선박에 남은 기름을 다른 곳으로 옮겨 싣는다.

정 계장은 이런 과정을 체계적으로,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직원들 뿐만 아니라 민간업체나 다른 공공기관과 협력도 평소 진행하고 있다. H호(기름 7.1㎘유출)를 포함 1해성호(기름 1.2㎘유출), 203경진호(20㎘유출), 협성P-2호(8.3㎘유출) 등에서 기름 유출사고가 났을 때 부산해경은 평소 훈련한 대로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사고 선박의 기름을 다른 곳으로 신속히 옮겨 피해를 줄였다. 이들이 지난해 사고선박에서 다른 곳으로 옮긴 기름은 542㎘에 달한다.

영도 북빈물양장에 계류 중이던 준설선 협성P-2호가 침몰했을 때는 SK에너지 부산물류센터와 미창석유 직원 등 민간업체에서도 함께 나와 방제작업을 했다. 정 계장은 "민간업체들은 복잡한 선박계류장 사이로 오일펜스를 빨리 설치할 수 있도록 도왔다"며 "민간기업들은 자기 시설에서도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 예방차원에서 방제작업에 협력을 잘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부산 송도 앞바다에서 H호가 운항 중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한 바람으로 배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정 계장은 10명의 직원을 투입, 오일펜스를 치고 파공부위를 막고 배에 남은 잔존유를 이적하고 흡착제로 마무리했다. 당시 H호에 타고 있던 선원 2명이 사망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다.

태풍 속에서도 방제작업을 진행한다. 경진호는 자갈치시장 인근 충무동 새벽시장 쪽에 장기간 계류 중인 선박이었는데 태풍에 흔들리다가 배가 가라앉고 지붕만 남은 상태였지만 기름띠 확산을 막기 위한 오일펜스 설치 등은 한치 오차 없이 진행됐다.

정 계장은 "사고가 났을 때 오일펜스를 필요한 만큼 신속히 동원할 수 있도록 오일펜스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현황 지도를 부산지역 해역별로 표시해 두고 비상연락망을 유관기관들과 공유해 뒀다"며 "한 두 사람의 머리속에 있으면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지만 지도에 표시를 해서 모두가 현황을 공유할 수 있게 해 혼란을 줄이고 대응역량을 높인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은 "해양환경 분야의 업무행태 개선을 위해 파출소의 해양오염대응 역량을 향상시키고 해난사고가 발생했을 때 파공봉쇄, 유류이적 등 적극적인 긴급구난작업과 유관기관 및 해양시설과의 소통으로 해양오염피해를 줄이는 등 해양환경보전에 기여한 공이 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당사자는 "나는 맡은 바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며 살아가는 공무원의 한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장보고 후예를 찾아서" 연재기사]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정연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