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교육청, 학교만 점검지시 … 다중이용시설 방역 구축 시급

정부가 23일 코로나19에 대해 '경계에서 심각'단계로 격상시켰다. 하지만, 정부청사와 부처, 산하기관 방역체계는 허술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외부 접촉이 많은 민원인과 공무원들이 쉽게 드나들고 있지만 특별한 점검과 방역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마스크 쓰고 출근하는 시민들│24일 서울 광화문역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19 예방 등의 이유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범정부대책회의를 주재한 정부서울청사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이날 위기경보 최고 단계인 '심각'단계로 격상시키며 일주일을 '중대분수령'으로 규정했다.

감염병 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나뉜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다. 지금부터 며칠이 매우 중요한 고비"라며 "정부와 지자체, 방역당국과 의료진, 나아가 지역주민과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총력 대응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대구광역시 '신천지교회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시점을 계기로 코로나19 전국 확산 방지에 총력전을 펼치는 양산이다. '대구경북 위기가 국가적 위기'라며 지금부터 일주일 정도가 위기라고 강조했다. 대구·청도지역을 '감염병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앞서 총리실과 교육부를 중심으로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정부세종청사 방역관리가 소흘하다"며 신속한 대응방안을 요구해왔다.

교육부 한 공무원은 "하루에 교육부를 찾는 민원인과 전국 산하기관 공무원, 출장을 다니는 공무원들이 수백명에 달하지만 아무런 검사 없이 들락거리고 있다"며 "출입구에 손 소독제와 발열체크기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 취재 현장을 누비는 기자들이 상주하는 기자실과 집단 급식을 하는 청사 구내식당도 위험지구로 규정했다.

교육부 한 과장은 "1주일에 2번 정도 오송역에서 경부선 KTX로 서울 출장을 다닌다"며 "옆 자리에 탄 사람이 누구인지 어디서 탑승을 했는지 불안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시도교육청도 상황은 정부부처와 비슷했다. 학교에는 방역과 발열체크 등 철저한 예방책을 주문하면서 교육청은 감염예방에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전국 대부분 시도교육청은 발열체크 등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 대전교육청, 전남교육청 등 일부교육청만 청 출입구에서 출근시간에 맞춰 소독과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이기봉 전남 교육청 부교육감은 "교육청에 민원인이 많다는 점을 감안, 개인정보 파악과 소독, 발열체크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너진 사회방역체계 = 그러나 이런 주장이 과잉대응이라는 반론도 나왔다. 중수본을 비롯한 보건당국에서 "과잉대응은 불안감만 키울 수 있다"며 "'철저한 개인위생'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23일 문 대통령이 범정부대책회의를 주재한 정부서울청사도 발열체크 등 코로나19 사전예방에 대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총리실을 비롯한 정부 산하기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전 한 고교 교장은 "남을 도울 때는 '내가 가장 안전한 상태에서 시행해야 한다'는 안전수칙을 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교 휴업여부에만 관심을 쏟았다. 학원이나 PC방 게임방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내일신문 12일 보도, 다중이용시설 관리 무방비, 사회방역체계 구축 시급>

지자체와 시도교육청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이 학원 등 다중이용시설을 통해 감염자와 접촉, 양성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럼에도 학원에 대해서는 휴업명령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소홀했다는 게 교육청과 현장 교사들의 주장이다. 지자체나 행정기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다중이용시설을 폐쇄하거나 예방시설을 갖추도록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신속한 '학교감염병' 예방 대응 차원에서 학교보건법개정(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전 유성구 갑)만 발의된 상태다.

따라서 일선 교사들은 "학원법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위한 법안 개정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코로나19 치료제가 없고 전 국민이 사용할 마스크조차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전 예방이 최선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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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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