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탈리아, 이란 등 확진자 급증 … 지역감염 우려 입국불허 등 강경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 이탈리아 등에서 급증하면서 다시 한 번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국 이외 지역에서 진정세를 보이던 추세가 다시 예측불가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23일 현재 중국을 제외한 국가의 코로나19 확진자는 한국 608명, 일본 146명(일본 크루즈 691명), 이탈리아 132명, 싱가포르 89명, 홍콩 74명, 이란 43명, 태국과 미국 각 35명 등의 순이다. 한국의 경우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 감염이 확진자 증가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대구 경북지역에서 확진자가 급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을 제외한 나라들 가운데는 이탈리아의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마스크 쓴 이란 시민들 | 23일(현지시간) 오후 마스크를 쓰고 외출한 테헤란 시민들. 이란에서는 23일 현재 코로나19 감염증에 전염된 환자가 43명 확인됐다. 이들 가운데 8명이 사망해 중국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23일(현지시간) 밤 현재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소 152명(사망자 3명 포함)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76명)보다 두 배 증가했다.

이탈리아 확진자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해 지역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밀라노 북부 롬바르디아주 내에서만 110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베네치아가 주도인 베네토주에서도 2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망자도 2명에서 3명으로 늘었다. 악성 종양 발병으로 롬바르디아주 크레마 지역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던 77세 여성이 이날 사망한 데 따른 것이다.

며칠 사이 확진자 수가 폭증한 것은 물론 사망자까지 발생하자 이탈리아 정부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신규 확진 사례는 이탈리아 전체 경제의 약 30%를 담당하는 롬바르디아와 베네토주 두 지역에 집중돼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전날 이 지역에 대한 이동제한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동 제한령 대상은 2개 주 11개 마을 주민 약 5만3000명으로 외부로 나가는 것은 물론 외부인의 진입도 제한된다. 이 지역 내 상당수 초·중·고교와 대학은 물론 박물관·미술관 등 문화시설까지 잠정 폐쇄 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배네치아 카니발, 밀라노 패션위크 2020, 라 스칼라도 공연, 프로축구 등 각종 문화 예술 스포츠 행사 등이 취소되거나 대폭 축소됐다. 또 22일 개막하기로 돼 있던 세계 최대 안경 박람회(MIDO) 역시 5월로 연기됐다.

이탈리아 인접국가들 역시 비상이 걸렸다. 오스트리아는 이탈리아를 오가는 열차 운행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고 스위스도 이탈리아 접경 지역의 검역을 강화했다.

다만 이탈리아 정부는 현 상황에서 국경 폐쇄까지는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유럽지역에서 이탈리아가 위기에 처한 상태라면 중동 지역에서는 이란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중국 항공노선까지 중단한 이란에서는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사망자까지 8명으로 늘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란의 사망자는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숫자다.

23일(현지시간) 이란 보건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15명 늘어난 43명이며, 785명은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여 검사 중이다. 더구나 새로 확진된 환자는 이란 내 '진원'으로 지목되는 곰(7명)을 비롯해 테헤란(4명), 북부 길란주와 마즈다런주(2명, 1명), 중부 마르카지주(1명) 등으로 점차 확산 범위가 커지는 모양새다.

이란 정부는 지난달 31일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단해 중국인 입국을 상당히 제한하는 선제적 조처를 취한 뒤 한동안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진정되는 듯 했지만 이달 19일부터 다시 확진자가 확인되면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란 정부는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20개 주의 각급 학교에 한 주간 휴교령을 내렸고, 전국적으로 영화관, 박물관 문을 닫고 콘서트 공연, 축구 경기도 취소했다.

뿐만 아니라 이라크, 터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아르메니아 등 인접국들은 속속 이란과 통하는 국경출입국 검문소를 닫았다. 아울러 이라크, 요르단, 바레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민을 제외하고 이란 국적자를 포함해 이란에서 오는 모든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하고 이란을 여행한 적 있는 자국민은 2주간 격리·관찰하고 있다. 이라크, 쿠웨이트, 아르메니아의 국적항공사는 이란행 노선을 잠정 중단했고 쿠웨이트는 이란에서 오는 선박 입항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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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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