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맞춰 입국했다 재 귀국하기도 … 한국 상황 악화에 휴학 상담 늘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개강일이 다가오면서 중국출신 유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입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입국했다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거나 아예 입국하지 않은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고된 유학길│24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입국한 한 중국인 유학생이 모자, 마스크, 얼굴 가리개, 비닐 장갑, 우의 등으로 몸을 가린 채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각 대학들에 따르면 개강을 앞두고 중국출신 유학생들이 속속 입국하고 있다. 중국에서 입국한 유학생들은 학교가 제공한 교통편으로 대학이나 학교 인근 자취방으로 이동한다. 정부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중국 입국 유학생 안내센터'를 설치하고 학생 생활 수칙 등을 전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입국 예정이던 중국출신 유학생 일부가 입국을 취소하고 있다. 각 대학들에 따르면 한국 내 확진환자 발생, 항공편 감축 등으로 입국시기를 조정하거나 휴학을 고려하는 유학생도 증가하고 있다.

호남지역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최근 유학생들의 휴학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항공사들의 항공편 감축으로 비행기표 구하기가 어려운 것도 한 원인"이라며 "휴학 등 새로운 양상이 전개되고 있어 상황 변화에 따른 탄력적인 대책 마련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소재 한 사립대학 관계자도 "오늘 하루 동안 중국인 유학생 총 17명이 기숙사에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일부 학생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있어 실제 입소인원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런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도 나온다. 서울소재 한 사립대 관계자는 "현지 홍보를 위해 중국출신 유학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용하고 있다"며 "국내 상황이 악화되면서 유학생들이 중국 부모들로부터 매일 안부 전화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지역 대학 유학생들의 경우 생활 수준이 높은 가정 출신이 많다"며 "상황이 더 악화되면 모국으로 귀국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이 대규모 휴학으로 이어지면 사립대학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사립대학의 경우 '반값 등록금' 정책 장기화로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유학생 유치로 그나마 재정을 확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소재 한 사립대의 경우 전체 예산의 5% 가량을 중국출신 유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 대학 관계자는 "국내 대학에 유학 온 외국인 중 중국출신이 절반에 가깝다"면서 "이들이 이번 학기에 대거 등록하지 않고 휴학할 경우 대학은 재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출신 유학생들의 자가격리도 대학들의 고민이다. 이들 대부분은 대학 주변에서 자취를 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대학 차원의 완벽한 관리가 어렵다.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 되면서 대학가 주변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진다. 중국출신 유학생이 가장 많은 경희대(3839명)의 경우 기숙사에 입소할 학생은 480여명뿐이다. 나머지는 국내에 있는 거처에서 따로 지내겠다고 학교에 신고했다. 다른 대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숙사에서 2주간 자율격리를 하는 학생은 성균관대 3330명 중 100여명, 중앙대 3199명 중 80여명, 고려대 2508명 중 180여명, 한국외대 1810명 중 80여명, 연세대 1400명 중 30여명 수준이다. 대학이 매일 전화 등으로 학생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외출 자제를 당부하면서 코로나19 안전수칙을 권고한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생들의 외출을 막거나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할 방안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한편 25일 충북대 기숙사에서 격리 생활을 하던 중국인 유학생이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여 검사가 진행 중이다. 학교 측은 이날 오전 A씨를 충북대병원으로 이송했다. 의료진은 A씨의 검체를 채취해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의뢰했다.

충북대 관계자는 "입국해서 학교에 온 직후 감기 증상을 보여 관할 보건소와 긴밀히 연락하면서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었다"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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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 연합뉴스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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