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위험관리실태평가에 반영키로 … 그룹 차원에서 내부통제·지배구조 공시해야

금융당국이 금융그룹의 내부거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그룹 자체에 내부통제협의회를 구성·운영토록 하고 사후평가하기로 했다.

감독대상 금융그룹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 복합금융그룹(여수신·보험·금투업 중 2개 이상의 업을 영위하는 금융그룹)을 말하며 현재 삼성 한화 미래에셋 교보 현대차 DB 등 6곳이다.

금융그룹 최고경영자·전문가 간담회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그룹 최고경영자·전문가 간담회를 주재했다. 사진 금융위원회 제공


26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들이 개별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시스템과 별개로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협의체를 마련해 운용하고 있는 것처럼, 금융그룹에도 이를 벤치마킹해 적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4일 '금융그룹 CEO·전문가 간담회'에서 금융그룹감독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으며 초점은 '금융그룹의 내부통제와 지배구조'에 맞춰졌다.

◆'자본규제 방식' 한계, 내부통제 강화 = 금융위원회는 2018년 7월 '금융그룹감독 모범규준'을 마련,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들어갔다.

금융그룹을 금융당국의 감독권에 포함시킨 것은 금융계열사를 보유한 기업집단이 부실화되면 금융계열사로 위험이 전이되기 때문이다. 금융계열사까지 부실화될 경우 금융시장과 금융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자칫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업을 영위하는 10대 기업집단은 국내 비은행 금융부문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비중이 크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은 국내 금융시스템을 평가하면서 금융그룹감독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금융당국에 각종 자료를 요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IMF에서 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고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국제적으로 금융그룹 감독은 국제은행감독기준 제정기구(BCBS)와 국제증권감독기준 제정기구(IOSCO), 국제보험감독기준 제정기구(IAIS) 등 세 기관이 공식 협의체인 'Joint Forum'을 설립한 뒤 본격화됐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그룹의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감독 필요성을 고려해 감독원칙에 대한 수정보고서를 2012년 발표했다. 유럽 각국과 호주, 일본 등이 이를 기초로 각국에 맞게 금융그룹 감독제도를 수용·도입했다.

Joint Forum 원칙의 주요내용은 △감독자 권한 △감독자 책임 △지배구조 △자본적정성 △위험관리 등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자본적정성을 중심으로 금융그룹 감독을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지배구조와 위험관리 등으로 적용을 확대했다.

24일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행 그룹위험 평가 및 자본규제 방식은 그룹위험을 종합적·체계적으로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주요 선진국의 금융그룹과 같이 스스로 위험요인을 모니터링·관리할 수 있는 선제적 위험관리 체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융당국의 감독강화로 금융그룹은 대표회사 중심으로 내부통제협의회(대표회사와 소속 금융회사 준법감시인으로 구성)를 신설하고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자율적으로 협의체를 구성하지만 지배구조와 관련된 공시를 하고 금융당국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개별 회사별로 이미 공시된 내용이지만 그룹차원의 공시를 시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금융그룹 전체 지분구조도, 금융그룹 내부통제기준 및 내부통제협의회 구성·운영현황, 급융그룹 지배구조 관련 권고·지적사항 및 개선이행현황(위험관리실태평가) 등이 공시 대상이다.

금감원은 금융그룹에 대한 위험관리실태평가와 관련해 '그룹 내부통제체계'를 새로운 항목으로 포함시키고 지배구조 관련 평가비중(현행 10%)도 확대하기로 했다.

◆핵심은 '내부거래 기준' 마련 = 금융그룹 감독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업종별로 위험에 대응하는 자기자본을 유지하도록 규제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금융회사가 금융그룹에 속해 있는 경우 그룹 내 계열회사간 상호연결성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적인 위험은 자기자본 산정시 고려되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삼성생명의 지분을 27% 가량을 보유해 사실상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있으며 삼성생명은 주요 금융계열사인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에 대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그룹 내에서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생명은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8.51% 보유하고 있는 등 여러 비금융계열회사에 출자한 상태다. 삼성화재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그룹의 자산이 비금융계열사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삼성은 자본적정성 평가 요소 중 '집중위험'이 가장 큰 금융그룹으로 지목되고 있다. 자본적정성은 손실흡수능력인 '적격자본'이 업권별 최소 요구자본 합계액인 '필요자본' 이상이 되도록 관리해야 하는 금융그룹감독의 중요한 평가지표다.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는 요소는 집중위험뿐만 아니라 중복자본, 전이위험 등이 있다. 중복자본은 금융계열사간 출자 등 자본 과다계상을 야기하는 가공의 자본을 말하고, 전이위험은 계열사 위기시 하나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다른 계열사까지 동반 부실화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평가요소들은 모두 '계열사 간 내부거래'의 위험성을 나타낸다.

내부거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자본적정성 평가가 필요하고 내부통제 등 지배구조 문제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의 내부거래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 별도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고 실제로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 이외에 어디까지 금지시켜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해외는 강력한 감독권한, 우리는 자율 규제 = 1980년대 이후 주요 국가들은 금융규제를 완화했고 금융업종간 통합이 이뤄지면서 상호연결성에 대한 위험이 커졌다. 2008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는 이같은 위험을 간과하면서 폭발력이 커졌다.

EU는 금융그룹 감독을 강화하면서 금융당국에 상당한 권한을 부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외 금융당국은 금융그룹에 재량권을 주면서도 자체 위험관리를 하게 만들고 이를 주기적으로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한다"며 "금융당국은 해당 금융그룹에 문제가 많다고 판단하면 엄청난 규모의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강제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금융그룹이 건전성 기준에 미달할 경우 대표회사에 자본적정성 회복방안 또는 금융계획을 요구할 수 있고, 대표회사(금융회사)의 이익 인식에 사용된 회계처리를 제한 또는 금지시킬 수 있다. 금융그룹의 지주회사(비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이익배당까지 제한할 수 있다.

대표회사는 그룹 단위의 중대한 리스크 집중 또는 규정 위반 사실이 있다면 이를 감독당국에 즉각 알려야 하고, 금융당국은 금융그룹의 내부거래 한도 초과시 대표회사의 재원으로 이를 충당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일본은 감독당국이 금융그룹에 대해 조사·검사를 할 수 있고 재무건전성이나 업무 적정성에 문제가 있다면 업무개선명령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금융그룹은 그룹 전체 차원의 리스크위원회를 둬서 그룹 전체의 위험을 평가하고 관리해야 한다. 리스크 내용과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등은 금융청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청은 비금융회사에 대해서도 자료 제출 요구 등의 조사와 검사를 할 수 있다.

미국은 EU와 같은 감독기준이 없지만 금융계열사간 이해상충과 위험전이 등에 대비한 규제를 두고 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박사는 "금융그룹 감독제도의 구속력 및 실효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법제화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그룹감독법이 통과돼도 외국과 같은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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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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