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잇따른 실언 부각 '혐오정치' 꿈틀

통합당, '반중부각-신천지 침묵' 줄타기

코로나19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정부여당의 자충수가 연일 부각되고 있다. '야당 복' 운운하던 처지가 뒤바뀌었다.

'대구봉쇄' 논란으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직을 내려놓은 26일에도 정부여당은 국민감정을 건드리는 '실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질의 답하는 박능후 장관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코로나19 국내확산 원인으로 '한국인'을 꼽았다가 곤욕을 치렀다. 초기에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왜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원인은) 애초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며 "하루 2000명씩 들어오는 한국인을 어떻게 격리수용하느냐"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이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건 역설적으로 한국의 국가체계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주장했다가 야당과 네티즌들의 반발을 샀다.

복지부는 논란 확산에 중국인 환자가 지난 며칠 간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고, 박 최고위원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내용을 인용한 것이었지만 시기와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경솔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여권이 '신천지'를 둘러싼 '혐오정치'의 덫에 빠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신천지가 코로나19 사태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적으로 악용될 경우 총선역풍이 불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친문 네티즌들의 경우 "신천지가 나라 망치려고 작정한다"는 댓글을 추천토록 하는가 하면 신천지와 미래통합당 및 소속 의원을 연결지은 의혹을 퍼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신천지를 혐오하거나 차별하면) 그들은 더욱더 숨어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막말-친일-친박 3중 프레임에 빠져 허우적대던 보수진영은 올해는 교묘한 공세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중국발 입국금지" 주장으로 반중정서에 올라탔지만 신천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정부책임론을 유지하는 한편 '혐오정치' 프레임으로부터도 비껴나는 포석으로 보인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교리에 엄격한 침례교의 독실한 신자임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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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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