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위 녹색성장위 기후환경회의 등 옥상옥 … 비슷한 조직 기능 재조정해야

의외로 집에서 뿜어내는 온실가스가 상당하다. 전 세계적으로 건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활발하다. 나아가 이제는 건물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단열 등 에너지 절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초과 생산해 전력을 사고파는, 바야흐로 '건축+에너지, 융합시대'로 대전환 중이다. 제로에너지 건축이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정부도 거창한 육성 계획을 내세웠지만 제자리걸음이다. 내일신문은 3회에 걸쳐 국내 제로에너지 건축 정책의 한계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을 살폈다. <편집자주>

'정부 정책의 전반적인 사각지대.'

녹색건축물 활성화 정책에 대한 현장 평이다. 녹색건축은 궁극적으로 개별 건물이 아닌 전체 도시 혹은 마을 전반적인 시스템이 탈바꿈해야 하는 개념이다. A건물에서 생산한 에너지가 남으면 B건물로 팔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전 도시에 전력 공급망을 어떻게 깔지를 고민하면서 함께 건물 계획이 들어가야 한다.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관련 정책들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녹색성장위원회. 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이승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물은 인간의 삶과 똑같이 다양하다"며 "비주택과 주택, 크게 두 영역으로 봐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병원 호텔 백화점 등 여러 분야로 나뉘기 때문에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정책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건물 10동 중 9동, 제도 사각지대 = 파리협정에 따라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 당사국에 속한다.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하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협정은 당사국 모두에 구속력을 가진다.

당사국들은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또 5년마다 상향된 감축목표를 제출하고 이행 여부를 검증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BAU(배출전망치)대비 37.0%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현 제도만으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제로에너지 도시는커녕 개별 건물 관리도 공공부문 등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국토교통부 '건축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축물은 약 719만동(2018년)이다. 이 중 연면적 500㎡미만의 소규모 건축물은 약 616만동으로 전체 건축물 동수의 약 85%를 차지한다. 현행 녹색건축물 관련 규정이나 제도는 중·대규모 건물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사실상 10동 중 9동이 정부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협업 중요 =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건물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물론 지방정부와의 협업이 중요하다"며 "이를 개별 부처에만 맡겨두면 현실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 있는 대규모 건물들만 해도 에너지를 어떻게 쓰는지 다 비공개 처리가 돼서 실태 파악조차 어렵다"며 "지자체 중 에너지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서울시조차도 과소비 에너지 사업장 개선 명령을 하고 싶어도 중앙 정부의 권한 영역에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집행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제로에너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형과 지역의 특성파악과 분석 △에너지 소비 최소화 등을 위해 바람길 형성 고려 △지역별 특성에 맞춰 에너지성능 높은 건축물 차등 배치 △에너지저장시스템 부지 고려 △도시 발전형 발전시스템 도입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세대별 에너지관리시스템(HEMS) 등이 필요하다.

나아가 에너지거래가 가능토록 하는 네트워크 구축 등이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시장주도형 녹색건축 조성을 위한 녹색채권 등 금융모델 개발이 더해져야 한다.

◆정치적 중립성 보장해야 = 국토부나 산업부 등 개별 부처에서 펼치는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에너지 건축 금융 도시계획 등 큰 그림을 그려 전체를 조율해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조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이미 컨트롤타워는 있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기능을 하는 조직이 3개나 있는 상황이다. 녹색성장위원회,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등이다. 옥상옥 기구 형성으로 오히려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이다.

녹색성장위원회는 국무총리소속기구로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을 심의·조율하고 사회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한다.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환경부 산하기구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대통령 직속 범국가 기구다. 미세먼지 문제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김대중정부 시절 출범한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이명박정부 등을 거치면서 환경부 산하로 격하됐다. 이명박정부 시절 출범한 녹색성장위원회는 대통령 직속기구에서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총리실 산하로 바뀌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문재인정부 때 출범, 5년 한시 조직이다.

결국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목표는 같지만 정권에 따라 조직 구성이 널뛰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정책 조정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BEMS와 HEMS = 건물의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지원하는 제어·관리·운영 통합시스템을 말한다. 이들 단어의 약자를 살펴보면 'EMS'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에너지 관리 시스템(Energy Management System) 앞에 빌딩(B), 집(H) 등 대상이 붙을 뿐이다. HEMS는 에너지 절약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로서 발전 가치가 높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 예로 집 조명을 자동차 안에서 원격으로 끄는 일도 HEMS의 일종이다.

["[기후위기] 건물에서 에너지를 캐다" 연재기사]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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