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제로에너지 건축을 넘어서 제로에너지 도시, 지구 단위로 탈바꿈하고 있다. 규모를 떠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지역 주민들이 에너지 소비자 역할에만 그치지 않고 생산자, 나아가 판매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독일 보봉마을 주민들은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본인들이 사용하는 전기 대부분을 충당한다. 사용하고 남는 전기는 판매해 수익을 낸다. 사진 김아영 기자


또한 분산 에너지 형태에 의한 자급자족 시스템이 정착하는 분위기다. 분산 에너지 시스템은 중앙 공급형식보다 공급거리 단축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도심 지역 태양광 부족 한계 극복 = 독일 프랑크푸르트에는 이미 2015년부터 플러스에너지 건물인 '악티프 슈타트하우스(Aktiv Stadthaus)'가 운영 중이다. 도심의 경우 거주자 밀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태양광이 부족하기 때문에 플러스에너지 건물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극복한 사례로 꼽힌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에 따르면 악티프 슈타트하우스의 경우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해 주민들이 사용하고도 약 10%가 남는다.

독일 보봉마을에서는 플러스에너지하우스나 패시브하우스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사진 김아영 기자

악티프 슈타트하우스의 경우 단독주택 규모의 제로 및 플러스에너지 하우스 개념을 대규모 공동주택에 적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부근의 동서로 길쭉한 부지(길이 150미터, 폭 9미터)에 지상 8층, 지하 1층 규모의 임대 주택 건물을 세웠다. 면적은 66~116㎡, 74세대가 산다.

악티프 슈타트하우스는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도심 자투리땅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데다 시민 주거안정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응직, 2018, 사례를 통한 제로 및 플러스에너지 주거단지의 에너지 컨셉 고찰, 한국생태환경건축학회 논문집)

◆민간 주도 개발, 저소득층 우선권 = 독일 하이델베르크에는 1160㎢ 규모의 대규모 패시브하우스 단지 '반슈타트(Bahnstadt)'가 있다. 이곳에는 2500세대, 약 5000명이 산다. 버려진 화물역사를 재개발한 단지로 100% 신·재생에너지로만 운영한다. 주택의 경우 매매는 불가능하고 월세만 가능한 구조다. 입주권은 저소득층에게 우선권이 있도록 운영한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에 따르면 반슈타트에는 패시브하우스 2500동과 대학교 병원 연구소 보육원 시민센터 철도 등이 있다. 또한 해당 지역 일자리만 약 7000개에 달한다. 시와 민간개발업체가 협업을 한 경우다. 패시브하우스를 짓는 것을 전제로 민간에 매각한 뒤 준공 단계마다 시에서 검사 등 관리를 했다고 한국패시브건축협회 측은 소개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내에서 3km정도 떨어진 보봉(Vauban)마을은 주민 주도형 에너지 자립 마을로 유명하다. 주민 수가 6000여명인 이곳에서는 패시브하우스나 플러스 에너지 하우스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기후위기] 건물에서 에너지를 캐다" 연재기사]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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