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2만2천~6만6천호 매매 … 주택가격동향조사 아파트표본은 1만6천호 불과

한국감정원, 표본 세부내역 공개안해 … 자료 신뢰성에 의문일어

정부가 주택가격의 변동흐름을 조사하여 발표하는 공식적인 지표는 두 개인데, '전국주택가격동향지수'와 '공동주택실거래가지수'이다. 두 지수 모두 '주택법' 제88조에 근거하며, 조사기관은 한국감정원에서 수행한다. 주택가격동향조사 중 매매가격지수는 표본조사방식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시행하며, 실거래가지수는 신고된 거래자료를 기초로 통계적으로 산정된다. 아파트만을 기준으로 2017년 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두 지수의 서울지역 누적변동률은 각각 12.9%와 42.4%로 크게 차이가 난다.


정부는 이중 매매가격지수를 국가승인통계라며 정책수립의 기초로 삼는다. 실거래가격지수에 대해선 '실거래가격만으로 주택가격 변동을 판단하는 것은 현 시장상황을 과잉 해석할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 입장이다.

하지만 두 지수를 생산하는 한국감정원은 매매가격지수에 대해 더 부정적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감정원, 두 지수 비교분석 = 한국감정원의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 사이트에는 두 지수를 비교하는 표가 올라와 있다. 두 지수의 단점을 비교하며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대해 △모집단 변화를 적시에 반영 못하거나, 부적정 표본으로 인한 표본오차 우려가 있고 △비표본오차로 조사자 '정박효과' 등 편의(bias)로 '평활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다.

정박효과란 배가 닻을 내리면 움직이는 않는 것처럼, 초기에 제시된 값이 일종의 선입관으로 작용해 판단에 영향을 주는 효과를 말한다. 평활화란 데이터의 급격한 변동을 감소시키거나 제외시키는 것을 말한다. 즉 주택가격동향조사가 초기에 낮은 지수를 정하면 이후에도 비슷하게 되고, 이를 맞추기 위해 급격하게 오르면 이를 감소하거나 제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작성자의 유인이 작동해 인위적으로 지수를 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실거래가격지수에 대해선 거래량이 적은 시기나 지역의 지수는 불안정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울지역만을 놓고 보면 아파트 거래가 다른 곳보다 월등히 많아 가격변동흐름을 더 잘 반영하게 된다.

지난달 12·16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서울 주택가격 상승폭이 크게 둔화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주택(아파트·단독·연립 포함) 가격은 전월 대비 0.34%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상승폭 0.86%의 절반 이하다. 사진은 4일 오후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서울 실거래가격 신고, 신뢰할 만 =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2017년 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매월 아파트 매매 규모는 2만8000호에서 6만6000호에 달했다. 실거래가격 신고도 그만큼 됐다. 이 규모는 국가승인통계인 매매가격지수를 산출하는 주택가격동향조사의 표본주택(아파트)수 1만7000호보다 65~288%나 많은 규모다.

거래량이 적은 지방의 경우는 지수가 불안정할 수 있지만, 서울지역은 이와 관련이 없는 셈이다.

특히 실거래가격신고제도가 도입된 이후, 허위신고를 하면 적발될 가능성이 높고, 적발시 취득세 3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 등 벌칙이 크기 때문에 정확히 신고했을 개연성이 높다. 그만큼 실제 가격변동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더욱이 정부가 주택가격동향조사 표본주택의 세부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낳았다. 주택가격동향조사의 서울지역 아파트가격 변동률을 검증하기 위해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에 서울지역 표본아파트수를 문의했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감정원이 담당해 모른다"고 했고, 감정원 직원은 "법령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표본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지수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공개하지 않아 표본의 신뢰성에 의문이 일고 있다.


◆부동산114, '40.7% 상승' 분석 = 두 지수와 비교할 수 있는 사례는 각각 민간인 '부동산114'와 KB국민은행의 자료가 있다.

부동산114는 지자체에 신고된 실거래가격을 인용해 변동률을 산정했고, KB국민은행은 주택가격동향조사와 같이 표본을 선정해 부동산중개인에 설문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조사했다.

지난해 12월 부동산114는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 실거래가격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40.7%인 2억3000여만원 올랐다고 발표했다.

한국감정원이 산정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 상승률 42.4%와 비슷했다. 두 곳 모두 신고 된 실거래가격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비슷한 수치가 나온 것이다.

부동산114 조사결과가 언론에 보도되자 국토교통부는 즉시 반박자료를 냈다. 국토부는 "현 정부(2017년 5월~2019년 11월) 서울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12.3%"라며 "거래량이 많지 않은 경우 실거래가격만으로 주택가격 변동을 판단하는 것은 시장상황을 과잉 해석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앞서 지적과 같이 거래량은 국가승인통계를 산정하는 주택가격동향조사보다 훨씬 많다.

◆'원조' 국민은행 지수보다 크게 낮아 = 한편 KB국민은행이 산정하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같은 기간 21.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이 산정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12.9%보다 68%나 높은 수치다.

사실 두 조사는 같은 내용이다. 주택가격동향조사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86년 1월이다.

전국 시장의 매매가격을 조사해 주택시장의 평균적인 가격변화를 측정해 주택시장 판단지표 또는 주택정책 수립의 참고자료를 제공한다는 목적이었다.

구 주택은행(현 KB국민은행)이 37개 도시 표본주택 2498호에 대한 조사로 시작했다. 이후 표본주택수를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주택은행은 2001년 국민은행과 합병했고 이후 국민은행이 이를 산정했다. 2013년 국민은행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작성기관이 변경된 이후에도 국민은행은 자체적으로 조사해 주택매매가격지수를 산정해 발표해왔다.

두 지수의 차이는 표본 선정과 변수, 가중치 부여에 따라 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은행은 감정원의 표본 아파트수 1만7190호보다 76%나 많은 3만327호라고 밝혔다. 감정원이 표본수를 공개하지 않는 것과 달리, 서울지역 표본도 6432호라고 밝히고 있다.

익명의 부동산 전문가는 "주택정책수립의 가장 중요한 근거자료가 되는 변동률 통계에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라며 "통계 생산기관을 바꾸거나 아파트처럼 거래가 많은 경우 실거래가격지수를 정책수립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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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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