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락세

큰 폭 금리인하 가능성 부상

신용위험 초래 가능성 부각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우려로 전 세계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미국 10년물 국채와 30년물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사상최저치를 경신했다.

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주 세계 증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팬데믹(세계적 유행병)' 공포로 패닉상태에 빠졌다. 미국 다우지수와 유로 스톡스 600 지수가 각각 12.4%, 12.3% 하락하며 주가 하락은 주간 기준 금융위기 이후 주가 낙폭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유일하게 상승 중이던 뉴욕증시가 사상 최대 폭락세를 보였고 아시아와 유럽 증시의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졌다.

코스피, 상승 출발후 하락 반전 | 코스피가 상승 출발한 후 약세로 전환된 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이날 오전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상승 출발한 후 하락세로 전환해 장중 1970선까지 내려갔다. 장중 기준으로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다.

지수는 오전 9시 40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16.54(0.83%) 내린 1970.65에서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10.02p(0.50%) 오른 1997.03으로 출발한 후 외국인 순매도가 확대되면서 하락전환했다. 이시각 현재 외국인은 1785억원을 순매도중이며 개인과 기관이 각각 1131억원, 58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 또한 약세로 돌아졌다. 코스닥은 7.15p(1.17%) 오른 617.88로 장을 출발 한 뒤 오전 9시 40분 현재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시각 현재 코스닥은 608.59로 전장대비 2.14(0.35%) 하락한 채 거래되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116억원어치 순매도중이며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4억원, 50억원 순매수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우려로 시장금리도 급락했다.

미국 국채 10년금리는 3일 연속 사상최저치를 경신하며 1.20%를 하회했다. 주간기준으로는 2018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주요국의 국채 10년 금리도 지난 2월 20 일 이후 30bp 이상 급락하며 하락세가 계속됐다. 미국 국채 10년과 2년 금리차가 27bp까지 확대되었는데, 이는 시장의 미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 강화에 기인했다. 연방기금선물금리는 3월 FOMC에서 한차례 이상의 금리인하 기대를 선반영했고 연내 100bp 이상의 금리인하 기대를 선반영했다.

한국 국고채 3 년 금리(1.104%)는 지난해 8월 사상 최저치(1.093%)와 1.1bp 에 근접했다. 국고채 3 년과 기준금리와의 격차는 14.6bp로 두 차례 금리인하 기대를 선 반영했다. 국고채 3년물과 10년 격차도 22.9bp 까지 축소되며 지난해 12월 10일 22.6bp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들과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국계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코로나19의 충격 등을 고려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8%로 하향 조정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도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경제 부진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0.3%p 떨어뜨릴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27일 수정 경제전망을 내면서 코로나19 사태로 향후 성장경로에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주 발표되는 주요국 2월 경제 지표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가늠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먼저 2일과 4일에는 각각 중국의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비제조업 PMI도 발표된다. 중국 공장 가동률을 고려할 때 제조업 지수는 전망치 46.3에 한참 못 미치는 40 이하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에는 미국의 2월 ISM제조업지수도 발표된다. 5일에는 비농업부문 고용자수, 6일에는 소비자신용소비자신용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때 실제 발표 수치가 전망치를 밑돌 경우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충격 공포감이 고개를 들며 증시가 더욱 하락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FOMC에서 금리인하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장의 공포감이 극에 달하면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오후 예정에 없던 긴급 성명을 내고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적절하게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며 공포심 진화에 나선 것이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미 연준의 예상되는 조치는 △1월초부터 개입을 줄여온 레포 운용 규모를 늘릴 개연성이 크다는 점과 △오는 3월 FOMC에서의 25bp 금리인하가 유력하다"며 "지난 한 주간 10bp 이상 확대된 미국 장단기금리차(10y-2y)는 미 연준이 50bp 인하도 고려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 번째 미 연준이 하반기 중 금리동결을 이어갈 경우, 6월까지 예정된 단기국채 매입안(월 600억달러)이 오는 3분기까지 연장될 가능성도 고려할 만하다"며 "매입 국채 항목을 2~3년물까지 확장하면서 금융시장안정 및 수익률곡선 정상화를 동시에 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한편 코로나19가 광범위한 신용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미국의 고수익·고위험 채권수익률이 큰 폭 올라 2018년 연말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이는 그동안 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없었던 기업들이 향후 상황에 따라 심각한 신용경색에 직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JP 모건은 "이를 고려해 중앙은행과 정부 등 정책당국은 기업은 지원하기 위한 신속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현재는 금리인하보다 세제혜택 및 유동성 지원 등의 미시적인 대책이 기업 지원에 보다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COVID-19)' 위기 확산"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