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선 가톨릭대 보건대학원 교수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공포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한 달만에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산돼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확진자가 많은 나라가 됐다.

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빠르다보니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매우 크다. IT 강국인 우리나라는 실시간으로 발생현황과 이동경로가 알려져 감염의심 장소를 사전에 피할 수 있고 신속한 진단으로 발빠른 대처를 하고 있지만, 평소에 내가 다니던 식당이나 마트에 감염자가 다녀갔다는 사실이 나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주고 있다. 시장이 문을 닫고, 행사가 취소되고, 개학이 연기되고, 직장마저 폐쇄되면서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모든 것을 멈춰 세운 감염병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코로나19와 유사하게 감염율은 높지만, 치사율은 높지 않은 신종플루 발생자가 10만명이 넘었던 것을 보면 코로나19 감염자도 더 많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며, 신종플루 유행이 1년 4개월 이상 지속된 것을 보면 코로나19의 유행도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마비된 경제는 생존을 위협하고, 기업운영이 되지 않아 나타날 후유증과 파장은 더욱 클 것이다.

건강과 보건의 문제가 국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인식하게 됐으니 앞으로는 국가적인 아젠더로 보건과 안전의 중요성을 새기고 정책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대부분의 국민들이 하루 종일 밀집해 생활하는 학교와 직장에는 아직도 감염관리와 보건대책이 매우 부족하다. 학교와 직장에 보건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을 확충해 학생과 직장인의 건강을 보살피고 안전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국민들 스스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씻기를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건강생활 실천에 의존하는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이 확충돼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셋째,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 팩트를 알려주는 것과 더불어 통계적 근거와 과학적 전망을 통해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무작정 연기된 사회활동이 언제 정상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근거있는 방향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넷째, 코로나19가 안정됐을 때 나타날 후유증과 부작용을 미리 대비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빠른 시일 내에 안정을 찾도록 노력하면서 동시에 그 이후에 발생할 일들에 대한 준비를 함께 해야 한다.

다섯째, 대구경북지역 주민은 코로나19로 인한 두려움 뿐 아니라 정신적 상처로 인해 사회적 우울감이 지속될 수 있으므로 트라우마센터 등을 설치해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섯째, 건강과 안전이 담보되지 못하고 생명이 보호되지 못한다면 그 어떠한 제도와 정책도 소용이 없다. 또다시 나타날 신종 보건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세우고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나타난 문제점을 잊지 말고, 국민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안전과 위험관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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