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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연기 후 다시 교실에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교육당국이 전국 유치원과 학교의 개학일을 2주 더 연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의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한 긴급돌봄도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긴급돌봄의 실효성이 낮고 안전도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닫은 학교, 텅빈 운동장│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지속으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2주 더 늦춰졌다. 3일 서초구 이수초등학교 입구를 막은 철문 사이로 텅 빈 운동장이 눈에 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3일 성명을 내고 "16시 퇴근하는 양육자가 얼마나 되냐"며 "정부는 할 수 있는 만큼 일하지 말고 국민이 필요한 만큼 일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교육부 권고로 대다수 학원이 휴원 중이라 하교 후 양육자 퇴근까지 '사적돌봄'의 역할을 했던 저학년 사교육, 소위 '학원 뺑뺑이'가 평시처럼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긴급돌봄 운영시간을 17시가 아닌 19시까지 연장하지 않으면 유연근무제나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무용지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린이집 긴급보육은 19시 30분까지 실시하고 급·간식도 평상시와 같이 제공한다"면서 "이 2시간 30분의 돌봄공백이 한국적 고용단절현상을 낳는 주요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한 양육자들 특히 엄마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사직서를 썼다 지웠다 고뇌하고 있다"며 "고용위기이자 생존·생계 문제인 긴급돌봄과 관련해 교육부가 탁상행정 할 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개학연기로 인한 '돌봄공백' 최소화를 위해 긴급돌봄 등 지원 방안을 마련했지만 근본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 결과 이용률은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실제로 3일 서울지역 전체 초등학교 602곳 중 576곳에서 돌봄교실이 운영됐다. 시교육청에 따르년 신청 학생은 전체 초등학생(41만6176명) 중 1만3506명 뿐이다. 또 실제 이용한 학생은 신청자의 40.1%인 5421명에 불과했다.

교육계에서는 실제 이용률이 떨어진 이유로 운영시간의 비현실성과 함께 돌봄교실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판단한다. 3일 오전 10시현재 코로나19를 확진 받은 서울지역 교직원과 학생은 92명중 3명이다. 여기에는 완치된 13명도 포함돼 있다.

학부모들이 많이 참여하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긴급돌봄도 불안해서 보낼 수 없다" "최대한 아이를 집에 두려고 한다"는 등의 의견이 많았다. 서울지역 한 초등학교 교감은 "개인적으로는 집단감염이 우려돼 개학연기를 결정해놓고 긴급돌봄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다시 교실에 모아놓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신종플루 등 과거 경험상 한명이라도 확진자가 발생하면 전체가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부산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도 3일 성명을 내고 "시민 안전을 위한 학교 휴업 연장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긴급돌봄은 불안하다"며 "절대로 감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과연 유치원 방과후교실과 초등돌봄교실은 언제까지 무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어 "(다른 지역에서) 확진자 부모가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낸 사례가 실제 있었다"며 "현재 긴급돌봄은 이런 상황을 막을 대책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문제해결 방안으로 가족돌봄휴가제의 적극적인 활용을 지목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아이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도 '가정돌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이를 위해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한 노동자에게 지원금을 한시적으로 지급하고,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시행한 사업주에 대해서는 간접노무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업주 중심의 경직된 한국의 기업문화를 고려할 때 지원제도가 돌봄의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성명에서 "어차피 가족돌봄휴가를 쓸 수 있는 사업장은 정해져 있다"면서 "예비비로 지원금이 책정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부익부 빈익빈만 느끼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노동청에 진정해 가면서까지 돌봄권을 구제 받을 노동자가 대한민국에 얼마나 될 것인가"라면서 "돌봄휴가를 알아서 쓰라고만 하지 말고 교육지원청과 노동지청이 협력해 실제 학교나 어린이집의 긴급돌봄 신청사유를 취합한 뒤 이를 근거로 개별 사업장의 가족돌봄휴가 사용 실태와 연계해 점검하는 등 적극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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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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