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시 면마스크로도 충분 … 정작 의료진 마스크 부족현상

마스크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들뿐만 아니라, 의료현장에서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재사용을 권고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방역당국은 '면마스크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지침을 개정했다.

마스크대란은 정부가 자초했다. 사태 초기 국민들에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착용이 필수적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었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과 정치인의 마스크 착용 장면이 지속적으로 언론에 비치며 필수품으로 인식됐다.

마스크대란은 정부의 일관되지 않은 메시지가 낳은 비정상적 상황이다. 사진 왼쪽은 식약처가 1월19일 발표한 것으로 '신종코로나 예방을 위해 보건용마스크 사용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오른쪽은 역시 식약처와 대한의사협회가 2월 12일 공동발표한 것으로 '보건용마스크는 제한된 사람만 착용하고, 혼잡하지 않은 야외나 개별공간에서는 마스크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공식입장은 일관되게 후자임에도 식약처의 초기발표와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관료, 정치인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는 장면이 언론에 노출돼 국민들이 오해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온 국민이 '보건용마스크'를 낄 필요없다고 말한다. 마스크대란의 주범인 보건용마스크는 의료기관, 의료진, 환자 등만 필요하고, 일반인은 평상생활에서 마스크를 낄 필요없다는 것이다. 다만 일반인이 대중교통이용이나 대중밀집시설 방문시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고, 그것도 면마스크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보건용마스크 구입을 위해 애쓸 필요없이 쉽게 구할 수 있는 면마스크를 끼고, 불안하면 필터를 교체하는 면마스크로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보건용마스크 기준은 한국이 유일 = 마스크의 종류는 크게 3가지다. 마스크대란의 주범인 보건용마스크와 의료용마스크, 면마스크가 그것이다. 보건용마스크는 'KF(코리안 필터)'가 붙은 'KF80, KF94, KF99' 세가지로 황사마스크로도 불린다. 황사와 미세먼지 문제가 크게 부각되며 2009년 식약처가 기준을 만들어 의약외품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의료용마스크(N95)는 '1회용, 덴탈용, 수술용' 등 각종 이름으로 불리며 수십장 단위 포장으로 값도 몇백원으로 매우 저렴했다. 면마스크는 일명 방한마스크로 빨아서 쓰는 전통적 마스크다.

코로나19사태가 터지며 보건용마스크를 중국이 대거 수입하기 시작하며 마스크 품귀현상이 시작됐다. 보건용마스크 기준을 만들어 관리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기 때문에 한국제품이 우수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반영해 보건용마스크제도를 도입했지만, 정작 코로나19사태로 빛을 본 셈이다.

문제는 국내에도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며 너도나도 보건용마스크를 구하려하며 품귀현상이 가중됐다. 급기야 정부가 중국 수출제한과 생산물량의 50% 이상을 공적공급하는 등 통제에 나섰다. 보건용마스크 품귀현상은 의료용마스크로 번졌다. 값이 저렴한 의료용마스크값이 폭등하자 중국에서 생산한 마스크를 수입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마켓에서 판매하는 상당수 의료용마스크는 중국산이다. 의료용마스크도 품귀현상이 벌어지자 꼭 필요한 의료현장에서 구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는 3일 "'마스크가 부족하니 어제쓰던 것을 한번 더 써라'는 지시가 환자접점부서 직원에 내려왔다"고 밝혔다.

◆식약처 1월29일 보도자료가 문제 = 하지만 방역당국은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12일 대한의사협회와 식약처는 '마스크사용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보건용마스크가 필요한 경우는 △호흡기증상이 있거나 △감염의심자 돌보는 사람 △의료기관 방문자 △감염·전파 위험이 높은 직업군 종사자로 제한했다. 마스크지침은 "혼잡하지 않은 야외나 개별공간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2월 16일에도 대한의사협회와 식약처는 같은 내용으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사용 권고사항'을 재차 발표했다. 여기에서도 역시 보건용마스크는 제한된 사람에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지침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신천지를 통한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국민들의 보건용마스크 수요는 폭발했다.

정부의 공식지침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이유는 당국의 태도가 초기부터 일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1월29일 이의경 식약처장이 보건용마스크 생산현장을 방문해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감염예방을 위해서는 'KF94' 'KF99' 등급의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2월 12일과 16일 식약처가 의사협회와 공동으로 발표한 '마스크사용지침'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외출시 면마스크로도 충분" = 의사들은 한 목소리로 모든 일반인이 보건용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3일 "미국의 질병을 총괄하는 전문기구인 CDC에서 마스크 착용을 코로나19의 예방방법으로 권고하고 있지는 않다. WHO 권고사항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우선해서 권고하고 있지는 않다"며 "보건용마스크는 의료인이 써야 되는 그런 상황이고 일반시민들은 마스크 착용보다 사회적 거리두기, 손 씻기가 일단은 최우선이고 의료기관에 갈 때에는 마스크를 사용하라"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냈던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산업대학원장은 3일 "일반인이 일상생활 하는데 보건용을 낄 필요는 없다. 방송에서 장관이나 정치인들이 전부 마스크 끼고 다니니까 껴야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불안해 마스크를 구입해 비축해놓는 것이다. 마스크 메시지가 잘못됐다. 이게 잘못돼서 바꾸려니 잘 안되고 있다"고 밝혔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는 "마스크는 기침하거나 감기 유사 증상이 있는 사람, 병원방문해야 하거나 불가피하게 많은 사람을 만나는 종사자, 의료기관·건강취약계층 돌봄 종사자 등은 반드시 착용하지만, 혼자 움직이거나 야외 활동시에는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업의사인 김지영씨는 "나는 병원진료시에는 마스크 쓰지만, 개인생활에서는 면마스크를 자주 빨아서 쓴다"며 "외출할 때는 면마스크나 스카프 등으로 대체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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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김규철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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