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행위 통한 감염사례 잇따라

지자체, 임시생활시설 행정명령

중대본은 위치추적 관리앱 개발

'자가격리자의 일탈행동'이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밀접접촉자나 의심증상자가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일탈행동을 하는 바람에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와 지자체가 자가격리자 관리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관리 대상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사실상 무너진 상태다.

중대본의 자가격리자 대응 원칙은 '1대 1 관리'다. 밀접접촉자나 의심증상자가 자가격리자로 확정되면 우선 전화로 그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곧바로 지정된 담당공무원이 직접 통지서를 들고 찾아가 관련 지침 등을 전달한다. 이 때 생필품과 약, 체온계 등도 함께 전달한다. 직접 대면은 하지 않고 문 앞에 통지서와 물건을 두고 대상자가 받아가는 것까지 확인한다. 여기까지가 지정 절차다. 이후 관리는 격리가 해제될 때까지 하루 두 번 전화를 걸어 열이 나는지, 인후통은 없는지 등 매뉴얼에 따라 건강상태를 확인한다. 그리고 결과를 매일 전화상담 결과를 지자체를 거쳐 중대본에 보고한다. 관리자는 격리자가 필요로 하는 생필품 등을 전달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때론 개인 긴급한 용무도 해결해 줘야 한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나 가능했던 방식이다.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선 지금 이 방식이 여전히 유효한지는 의문이다.

우선 관리 대상이 너무 많아졌다. 대구·경북의 경우 담당공무원 한 명이 많으면 5~6명까지 관리한다. 관리가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대구의 한 기초지자체 공무원은 "하루 4~5명에게 휴대전화로 격리 유무를 확인하는데 실제로는 집안에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1인 1가구이면 몰라도 가족들이 함께 있는 집에서는 가족 구성원 일부가 감염됐는지 모르고 외부에서 다른 사람과 접촉해 3·4차 감염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경우 자가격리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공무원은 "자가격리자에게 직접 통지서와 생필품을 전달해주고 개인 용무도 해결해 줘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특히 아파트에 거주하는 자가격리자의 경우 개인신상 보호에도 주의해야 해 방문 확인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1대 1 관리가 무너진 것은 대구 신천지교회가 감염 진앙으로 드러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최소한 대구에서는 기존 대응체계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실제 자가격리자는 지난달 18·19일까지 330명이었다. 하지만 20일 1716명(대구 1335명)으로 확대됐고, 21일에는 다시 5329명(대구 4427명)으로 늘었다. 증가 속도는 기하급수였다. 22일 1만명을 넘어서 1만2054명이었고, 4일 현재 3만2712명까지 늘었다. 이 가운데 대구가 1만6770명이다. 이들을 관리하는 전담공무원 숫자도 4일 현재 2만8000여명이나 된다.

관리가 부실해지니 자가격리 중 이탈하는 사례가 비일비재다. 대구의 한 구청 공무원은 자가격리 중 주민센터를 방문했고, 개인병원의 한 간호사는 자가격리 사실을 숨긴 채 출근하기도 했다. 누구보다 자가격리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사람들의 일탈이라 더 충격적이다. 지난 4일 확진 판정을 받은 대전의 국군의무학교 소속 50대 부사관은 소속 부대 지침을 어기고 거주지 인근 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대구 신천지교회 예배에 참석해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경북 경주의 19세 확진자는 지난달 28일 경주 행정복지센터와 금융기관, 사진관 등을 돌아다녔다. 경북 안동에서는 34세 확진자가 자가격리 통보를 받고도 다음날 카페 영업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울산의 60대 주부는 선별진료 검사를 받은 뒤 일요일 교회에 새벽기도를 하러 갔다. 이들은 모두 자가격리 중 확진판정을 받았다.

지자체들이 자가격리자들을 수용할 임시생활시설을 마련하는 것도 자율적 자가격리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어서다. 실제 서울시는 인재개발원에 마련한 자가격리자 임시생활시설이 포화될 것에 대비해 영어마을 강북 수유캠프를 2차 임시생활시설로 지정했다. 인재개발원은 40명, 영어마을 수유캠프는 100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경기 성남시도 코이카와 함께 성남연수센터에 있는 300개 객실로 임시생활시설을 마련했다.

지자체들은 더 강경한 조치도 취하고 있다. 자가격리 위반자를 '감염병 예방·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거나 긴급 행정명령을 통해 자가격리 수준을 '권고'에서 '강제'로 전환하는 등 대응이 점점 강경해진다.

중대본은 자가격리자 관리를 위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7일부터 전국 현장에서 활용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지자체의 자가격리자 모니터링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이 앱을 만들었다. 위치정보시스템(GPS)을 활용해 자가격리자가 격리장소에서 이탈할 경우 격리자와 관리자 앱에서 함께 경보음이 울리도록 했다. 격리자가 GPS를 꺼 놓으면 역시 경보음이 울리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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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최세호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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