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

코로나19가 전 세계 공급-수요 측면에 원투 펀치를 날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 "이 때문에 향후 수개월 동안 세계 경제가 크게 허약해질 전망"이라며 "기업실적이 대폭 악화할 것으로 예상돼 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 가격을 재산정해야 할 처지"라고 전했다.

원 펀치는 상품 생산능력에 대한 타격이다. 중국 공장들이 무더기로 문을 닫았고 노동자들은 사실상 집에 격리돼 있다. 중국에서 원부자재를 조달해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 세계 기업들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당초 중국발 공급충격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였다. 코로나19가 통제상황에 놓이면 쉽사리 반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V자형 궤적'을 그릴 것이라는 애초의 예측도 그래서 가능했다. 올해 1분기엔 둔화하겠지만, 2분기부터는 급속히 회복되리라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그같은 초기 예측은 이제 허물어졌다. 공급뿐 아니라 수요 역시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 펀치에 이은 투 펀치다. 코로나19는 더 이상 중국에 한정된 게 아니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쇼핑이나 여행, 외식 등 일상의 경제활동에 주저하고 있다. 기업들은 노동자를 집에서 자가격리하도록 유도할 뿐 아니라 고용과 투자마저 중단하고 있다. 소비지출에 대한 타격이 배가되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코로나19가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강타한다는 측면에서 특히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공급과 수요 충격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에 대해 경제학자들 사이에 사소한 논쟁이 일고 있다.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1970년대처럼 공급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다른 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더욱 약해질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반박한다.

각국의 중앙은행과 정부는 경제적 해법을 제시하라는 거센 압박에 시달리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은 없는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에서 일하다 현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있는 데이비드 윌콕스는 "고전적 의미의 불경기는 공급보다 수요의 부족에서 발생한다"며 "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정부 당국은 부진한 수요를 진작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 공급과 수요 모두 부정적 충격을 받고 있기 때문에 대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과 수요의 쌍둥이 충격에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2009년 경기침체 이후 가장 둔화될 전망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더욱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하야트호텔과 유나이티드항공은 당초의 실적 목표를 일찌감치 거둬들였다. 삼성과 도요타 등 제조업체들은 생산라인을 재가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연준의 적극 개입에도 증시는 맥없이 고꾸라졌다. 초기 진압에 실패한 모양새다.

싱가포르 소재 'IG그룹'의 시장전략가인 징이 판은 "연준이 보험 성격의 금리인하를 하면서 지난해 말까지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며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로고프 교수는 상품 부족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경고했지만, 미국채 수익률의 움직임을 보면 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10년 동안 가격 인플레이션을 고작 1.48%로 산정하고 있다. 올해 초 1.80%에서 크게 낮아졌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걱정은 금리인하가 공장을 재가동하거나 노동자들을 일터로 복귀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대부분 중앙은행들은 이미 여러차례 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위기에 대응할 실탄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프린시플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수석 전략가인 시마 샤는 "금리인하는 텅 빈 식음료 상점 선반을 다시 채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때 통화정책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금리인하로 가계의 소비여력이 높아질 수는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되거나 예방을 위해 자가격리한다면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공급 충격은 성격상 중앙은행이 대처하기 어렵다. 생산과 운수송, 통신네트워크, 천연자원 투입을 통화정책으로 신속히 복구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재정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졌다. 각국 정부는 최근까지 중앙은행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뒷전으로 물러나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긴박해진 미국과 일본, 이탈리아, 한국 등은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경제부양 패키지를 종합하고 있다.

연준의 선제조치가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미 하원은 83억달러 규모의 긴급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전직 재무장관 로렌스 서머스는 "우리는 아직 위기의 초입에 들어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중앙은행들은 금리인하보다 더 창의적인 해법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와 소비 심리를 살리고 신용의 흐름을 원활히 지속시키는 정밀한 타깃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인민은행의 경우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규모 금리인하보다 신용과 관련한 정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은행들이 쌓을 수 있는 상환불능 대출의 한도를 높였고 채권판매 규제를 완화했다.

일본중앙은행은 코로나19에 타격을 입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크레딧스위스는 "연준 역시 다양한 조치를 쓸 필요가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와해되면 결국 지급결제 실패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자금조달을 경색시킬 수 있다"며 "공급망은 지급결제 과정의 역순이다. 제한을 두지 않는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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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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