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원, 빚만 늘린다" "대부분 혜택 사각지대"

'끼워 넣은' 세입 경정도 논란 … "선거용은 안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슈퍼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을 놓고 보수진영뿐만 아니라 진보진영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부와 여당지도부가 세워놓은 이달 17일까지 본회의를 넘어설 수 있을지 불확실해졌다.

6일 정부가 전날 제출한 '2020년도 1차 추경안'에 따르면 세출확대 8조5000억원과 세입경정 3조2000억원을 합해 모두 11조7000억원이 편성됐으며 피해의료기관 손실보상, 격리자 생활비 지원 등 감염병 검역 진단 치료에 2조3000억원이 투입되고 피해중소기업 소상공인 융자와 고용유지 및 임대료 인하 유도 등에 2조4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대화하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김부겸 의원 | 정세균 국무총리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김부겸 의원 등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소비쿠폰 특별돌봄쿠폰 노인일자리쿠폰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엔 3조원이 배정됐다.

대구 경북지역의 침체된 지역경제회복 지원엔 8000억원이 쓰인다.

◆진보진영 "절박한 생존권 위기 인식 못해" =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여권에서 주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부겸 의원은 "추경예산이 민생구제에 집중한 것인지 의심이 든다"며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2조4000억원과 피해의료기관 손실보상 등에 배정한 2조2000억원이 비슷한데다 (도산과 폐업위기에 내몰린)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액 중 (빚만 더 늘리는) 대출 확대가 1조7000억원"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 의원은 "소상공인 고용 유지 지원과 임대료 인하 유도에 6000억원을 편성한 것은 대부분 자영업자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피해 구제 대상조차 되지 않는 현장 상황에 눈을 감은 것"이라며 "자발적으로 다수의 임대인들이 임차료를 인하한 전통시장에 화재안전시설을 국고로 지원하겠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고 생업에서 손을 놓고 있는 대구·경북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아우성을 외면하느냐"고도 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전날 당 상무위원회에서 "정부의 추경안은 대부분이 금융 지원, 세제 지원과 같이 지금까지 반복돼왔던 재탕·반쪽 추경"이라며 '하나마나한 추경'이라고 평가했다. "중소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절박한 생존권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답답하다"는 얘기다. "그대로 승인해줄 수 없다"며 "일용직과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 생계지원이 적극 반영돼야 하고 휴교·휴원으로 인한 돌봄 취약계층에 대한 비상지원 예산이 대폭 확대돼야 하는 등 추경안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료 마스크 지급'도 요구했다.

민생당 유성엽 공동대표는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유류세 한시적 인하 △가족돌봄휴가 미신청 가정에 보육 지원금 50만원 지급 △중소기업·자영업자 매출 보전금 지급 △10인 이하 소상공인에게 100~200만원 가량 '재난수당' 지급 등 직접지원책을 제시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 역시 "직접지원이 아니고 빚을 더 내는 식으로 지원하는 것은 오히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직접 돈이 뿌려지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합당 "생색내기용 추경" = 추경통과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미래통합당 역시 비판의 수위를 한껏 올려놨다. 예결특위 미래통합당 간사인 이종배 의원은 "코로나 직접대응예산이 0.7%에 불과"이라며 "소상공인, 중소기업 지원은 직접 보조가 아닌 대부분 대출·융자로 이뤄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이미 고통 받고 있는 소상공인, 중소기업에게는 빚을 내서 기한도 없이 버티라는 무책임하고 생색내기에 불과한 추경편성"이라고 꼬집었다.

사실상 '마이너스 통장'인 예비비 1조3500억원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정부는 향후 의료기관 손실보상에 3500억원을 사용하고 1조원은 추가소요 및 피해지역·업종 지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검역·진단, 격리, 방역물품 등 긴급방역에 주로 쓸 예정이다. 이 간사는 "정부예비비 3.4조원(목적예비비 2조원)중 이달 4일 기준으로 우한폐렴관련 예비비 집행은 총 1863억원으로 목적예비비 대비 9.3%밖에 배정하지 않았다"며 "즉시 집행이 가능한 기본 예비비는 제대로 투입하지 않고 오히려 추경에 1.35조원의 예비비를 편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코로나19를 빌미로 3.2조원 규모의 얌체 세입경정을 포함했다"며 "1.7조원은 자동차 특소세 인하와 임대료 인하 공제 등 코로나와 연계되어 있으나 1.5조원은 부실 세입추계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1분기 세수 실적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본예산 세입경정을 포함한 것은 국민을 속이는 끼워 넣기 세입경정"이라고도 했다.

그러고는 긴급마스크 생산설비 지원, 가정돌봄 보육예산 가정당 50만원 지급, 코로나 검사비용 국가부담, 음압병실 2000개 확대, 소상공인 중소기업 국고지원방식 전환 등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선거용 예산을 끼워 넣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춘 현미경 심사로 혈세가 한 푼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꼼꼼히 심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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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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