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첫 환자 발생

오히려 경각심 높여

수돗물사태 반면교사

"국내 첫 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한 것이 오히려 경각심을 높였습니다.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초기대응에 실패해 진통을 겪은 경험도 반면교사가 됐죠."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인천에서 발생하자 곧바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경한 대응을 지시했다. 박 시장이 재난 상황에서 꺼낸 최선의 대응이 '과도한 선제조치'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대면접촉을 막기 위해 식탁을 한 방향으로 배치한 시청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인천시 제공


인천시는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나온 즉시 인천시와 10개 구·군에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24시간 비상대응에 들어갔다. 첫 환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인천의료원으로 바로 격리 이송돼 사실상 지역 전파 가능성은 아주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최고 강도의 대응체계를 갖춘 것이다. 시와 구·군은 물론 시교육청과 공항·항만공사 의료기관 등 유관기관과도 24시간 비상공조체계를 구축했다.

1월 30일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민간병원 감염관리실장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감염병 관련 민·관 합동추진체계'를 구축했다. 이날 장기화를 대비해 의료기관 인력과 격리병상 확충을 논의했다. 1차 선별진료소와 확진환자 진료를 구분한 의료기관별 역할 분담도 이 때 이미 이뤄졌다. 선별진료소에 손소독제와 마스크 등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날 회의에서다.

2월 20일 전국적으로 확진환자가 급증하면서 지역사회 감염 위험이 높아지자 인천시는 정부보다 먼저 감염병 위기경보단계를 '심각' 단계로 가정하고 행정기관은 물론 유관기관들과 선제적 조치에 착수했다. 당시 인천에는 지역사회 감염환자가 없었지만 격리병실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대규모 환자 발생에 대비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인천의료원을 지원한 것도 이 때다. 감염병 전담병원은 경증 환자 치료 및 유증상자 격리를 위해 병원 또는 병동 전체를 비워 병실을 확보하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21일에는 신천지교회 및 시설에 대한 폐쇄를 명령하고, 모든 시설에 대한 방역소독을 실시했다.

인천시는 23일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운영 의료기관인 인천의료원·길병원·인하대병원 3곳의 선별진료소 기능을 중단시키고 확진환자 치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대신 검사 속도가 10분 안팎인 드라이브스루 안심진료소 2곳을 설치했다. 인천시는 드라이브스루 안심진료소를 포함해 모두 30개의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박남춘 시장은 이날 대응 총괄계획을 수립한 뒤 전 직원에게 도참과 격려를 담은 서한문과 문자를 보냈다. 이날부터 시는 월미바다열차 노인복지시설 화상경륜시설, 학원에 대한 운영 중단 또는 권고를 시행했다. 25일부터는 시와 산하기관의 출근시간을 10시로 한 시간 늦췄다. 3월 2일에는 구내식당 식탁 배치를 한 방향으로 배치해 마주보지 못하게 했고, 매점 테이블도 이용하지 못하게 했다.

전국 확진환자가 5000명을 넘어선 뒤로는 의료 대응체계를 안심과 집중 투 트랙으로 전환했다. 효율적인 중증환자 치료와 지역사회 확산 차단 두 축이다. 대규모 환자 발생에 대비해 10개 구·군에 생활치료센터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일반 환자들을 위한 국민안심병원 18곳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3월 5일 현재 인천의 확진환자는 9명으로 국내 전체 확진환자의 0.2% 수준이다.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은 0.3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이 가운데 국내 첫 확진환자인 중국인 여성은 2월 6일, 세 번째 확진환자였던 한국인 문화유산해설사는 3월 3일 각각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첫 번째 퇴원한 중국인 여성은 의료진에게 쓴 손편지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다. 문화유산해설사는 증상 자각 후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켜 함께 사는 노모를 포함해 접촉가 23명 전원이 모두 감염되지 않았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인구가 300만명이고 공항·항만을 통해 드나드는 사람이 하루 20만명이 넘지만 아직까지는 코로나19로부터 인천시를 잘 방어하고 있다"며 "이런 결과는 한 발 앞선 선제적 조치와 시민들의 자발적 동참이 만들어낸 성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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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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