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확진자 1만명 넘어

이란 등 중동 7천명 육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추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유럽과 중동 지역 확진자 수가 크게 늘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중국과 한국 등의 확진자 수가 점차 진정되는 것과는 달리 유럽과 중동지역은 날이 갈수록 급증하는 추세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 등의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8일(현지시간) 현재 확진자 숫자만 1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이탈리아는 이날 확진자가 737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보다 1492명이나 급증한 것이며, 사망자도 133명이 늘어 366명에 달했다.

이날 프랑스 역시 확진자 수가 전날보다 177명이 증가한 1126명으로 늘어나 1000명을 넘어섰으며, 독일도 오후 기준으로 902명에 달해 증가세를 고려할 때 조만간 1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서유럽에서는 스페인 확진자가 613명, 스위스 337명, 영국 273명, 네덜란드 265명, 벨기에 200명으로 각각 나타났고, 북유럽에서는 스웨덴 확진자가 203명, 노르웨이 173명으로 집계됐다. 뿐만 아니라 중·동유럽에서도 체코(31명) 크로아티아(12명) 폴란드(8명) 헝가리(7명) 벨라루스(6명) 등에서 확진자가 나타나는 등 유럽 대륙 전역에 코로나19가 퍼졌다.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자 지역 봉쇄 등 특단의 대책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북부 롬바르디아주 등 15개 지역에서 가족 만남 및 중요 업무 목적을 제외한 모든 출입을 제한하는 행정 명령안을 마련했다. 해당 지역에는 이탈리아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가량이 살고 있어 이탈리아 정부의 위기감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날 전국의 극장, 영화관, 박물관, 스키 리조트 등을 비롯한 기타 오락 시설을 잠정폐쇄키로 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이탈리아 정부가 자국민의 유럽 여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할 정도로 유럽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또 스페인 북부지역 라 리오하의 작은 마을인 하로에서도 감염이 잇따르자 거주자들이 집 안에 머물도록 봉쇄 명령이 내려졌다.

대형 행사들도 속속 취소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오는 15일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열릴 예정인 국경일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고, 옌스 슈판 독일 보건부 장관은 트위터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1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형 형사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확진자가 73명인 그리스는 당분간 모든 콘퍼런스와 수학여행을 중단한다고 밝힌 것과 아울러 모든 스포츠 행사는 2주 동안 무관중 경기로 진행할 방침이다.

중동지역에서도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란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중국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이 발생해 중동지역 전체에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8일(현지시간) 중동 각국 보건 당국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까지 코로나19 확진자는 699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사흘 전인 5일(3755명)보다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사망자는 이란에서 하루 새 49명이 숨져 194명이 됐고, 이라크(6명), 이집트(1명)를 합하면 201명으로 증가했다. 현재까지 중동에서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 94%는 이란이 차지한다. 나머지 중동 국가 확진자 상당수도 이란을 다녀오거나 이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동 각국은 이란으로부터 전파되는 것을 막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란 보건부에 따르면 8일 정오 현재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743명이 추가돼 6566명으로 집계됐다. 이란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이란 국영 이란항공의 유럽 노선이 일시 중단됐다.

이란항공은 8일 "유럽 국가가 이란항공의 유럽 노선 운항을 불확실한 이유로 금지했다"면서 "테헤란과 유럽을 왕복하는 항공 노선을 이날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란항공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함부르크, 스웨덴 스톡홀름,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이탈리아 로마 등 유럽 노선을 운항했다.

이란 외에도 바레인(누적 확진자 85명), 쿠웨이트(64명), 이라크(60명) 등 중동 8개국에서 확진자 수가 늘어났다.

사우디는 확진자(11명) 모두가 이란에 성지순례를 다녀온 시아파 무슬림 또는 그 가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아파 주민 50만여명이 집중 거주하는 동부 카티프 지역을 일시 봉쇄했다. 사우디 내무부는 확진자 11명 모두가 카티프에 산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당국은 최근 이란에 입국했던 자국민을 감염원으로 보고 이들의 소재와 동선을 추적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이슬람사원(모스크)에서 진행되던 쿠란(이슬람 경전) 강론 등 모든 종교 교육 활동을 9일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또 바레인은 20일 예정했던 자동차 경주 F1그랑프리를 무관중 대회로 치르기로 했고, 카타르 정부는 입국 금지 국가를 한국 중국 이탈리아 이란 이집트 등 5개국에서 인도 이라크 레바논 방글라데시 네팔 파키스탄 필리핀 스리랑카 시리아 태국을 추가해 14개국으로 확대했다.

["'코로나19(COVID-19)' 위기 확산" 연재기사]

정재철 기자 · 연합뉴스종합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