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중·한 이어 미·유럽으로 확산

국고채 3년물 0%대 진입 … 장중 0.998%

미국 금리 4월말까지 0%대로 하락 전망

코로나19가 글로벌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주요국은 기준금리 긴급인하 등 정책적 대응을 실시했지만 시장은 혼조양상을 보이고 있다. 증시 변동성은 더 커지고 채권금리는 연일 사상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중국과 한국에 이어 미국 유럽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자산 선호, 추가 금리인하 전망 또한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 금리인하 잇따라 =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가 0%대에 진입했다. 장중 0.998%로 하락하면서 제로금리대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 6일 국고채 3년물의 금리는 전주 대비 2.6bp(1bp=0.01%p) 하락한 1.078%에 마감했다. 국고 3년물 금리는 주중 1.01%까지 떨어졌다. 이에 채권 전문가들은 '국고채 금리 0% 진입은 시간문제'라고 예상한바 있다. 올해 한국의 기준금리가 0%대가 되는 이른바 '제로금리'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주요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2월 말 대비 미국 10년과 2년물 금리 하락폭은 각각 34bp, 32bp에 달했다. 지난 주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0.76%로 전주대비 39bp 떨어졌고, 독일은 -0.71%로 10bp, 영국은 0.24%로 21bp 하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경제 불확실성 증폭 등으로 안전자산 수요 확대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각 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유동성 지원 정책도 진행 중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예정에 없던 긴급 화상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1.00~1.25%로 50bp 인하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중소기업 대상 신규 재대출 규모를 3000억위안으로 설정하고, 농업기업에도 1000억 위안을 배분하는 등 유동성 지원 조치를 강화했다.

호주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75%에서 0.5%로 인하했다. 로우 총재는 "코로나19 전염이 호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면서 "관련 여파의 수준과 기간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0.25% 낮춰 1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인 2.50%로 결정했다. 이는 정치적 혼란과 14분기 중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자국의 수출과 관광에 파급되는 여파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유로존 재무장관 센테노 의장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세계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관련 규모, 기간 등에 불확실성이 크다"며 "통화정책 외 재정정책 카드 활용 등 모든 조치를 활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은 미국 기준금리가 4월말까지 0%대로 떨어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연준의 익일물 대출금리와 연동하는 선물시장에 따르면 4월 FOMC가 연방기금금리를 0~0.25%까지 낮출 확률이 50% 이상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엔 이미 빠른 속도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미국 및 유럽에서도 수만 명 대로 확진자가 늘고, 증가세가 5월 이후까지 이어지면서 글로벌 경기침체에 진입하게 된다"며 "글로벌 공급체인 훼손으로 제조업 관련 기업들의 손실이 확대되고 미국 등 글로벌 투기등급 기업의 디폴트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0%로 인하하고 양적완화(QE)를 다시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를 신호탄으로 각국 주요 중앙은행도 금리 인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미 연준 발표 하루 만에 캐나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5%p 내렸다. 오는 12일에는 ECB(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회의가 예정돼 있다. ECB는 10bp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용 불안 우려 증가 =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세계경제 침체에 이은 신용 불안이 발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유진투자증권은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세계경제 침체 우려가 점증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심화되면 다음 단계는 신용 불안 발발이라고 경고했다.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 19 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세계경제가 침체되면 재무구조취약 기업은 수입 급감과 차입비용 확대로 인해 부채상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며 "경기침체는 필연적으로 부채 위기를 수반하고 중국과 미국 등 주요국에서의 신용 불안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상재 연구원은 "길게는 기업 채산성 약화와 소비경기 둔화에 따른 선순환 고리의 훼손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먼저, 2020년 미국 기업이익의 약화 가능성과 소비지출 감소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모든 국가에서 나타났듯이 대형 마트와 극장, 콘서트, 여행 등에서의 지출이 위축되고, 소비지출이 악화되면 미국경제 확장의 근간인 고용과 소비의 선순환 고리가무너진다는 지적이다.

◆3~4월 경제지표 주목 = 미국과 유럽의 확진자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서 전세계 실물경제 지표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의 누적 확진자 증가 패턴이 중국을 거의 유사하게 따라가고 있고, 한국의 패턴을 이탈리아와 이란이 거의 동일하게 밟아가고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이제 막 증가하기 시작한 미국, 유럽 감염자 수는 향후 약 1달 뒤에는수 천명 단위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 연구원은 "현재 미국, 유럽의 상황은 한국의 약 15일 전과 유사하다"며 "만약 초기 방역에 실패 시 1~2달 사이에 수 천, 수 만명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제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3월과 4월 경제지표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명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3월 지표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이달 중순부터 발표되는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 IHS마킷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 등은 코로나19의 영향을 부분적으로 반영해 미국 경제 주체들의 심리 위축을 확인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13일에 발표되는 미시건대 소비자 심리지수 잠정치는 95.0으로 전월 101.0대비 하락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발표되는 뉴욕 연준 제조업 지수 또한 5.1로 전월 12.9보다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19일 발표되는 필라델피아 연준 경기 전망 예상은 10.0로 전월 36.7보다 확 떨어진다. 김 연구원은 "24 발표되는 Markit 제조업 PMI 잠정치 등도 주목해야 할 지표"라며 "해당 지표들은 3월 코로나19의 영향을 부분적으로 반영해 미국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을 확인 시켜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실질적인 소비위축 및 고용 부진은 주간으로 발표되는 신규 실업 수당 청구 건수 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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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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