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시사주간 '더위크'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은 날이 갈수록 미국을 좌불안석으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깊어가는 걱정은 변동성이 널뛰는 주식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최장기 경기확장과 2020년 미 대선 모두 칼날 위에 선 듯한 형국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경제와 재선에서 '블랙스완'(Black Swan, 검은 백조) 위협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뉴요커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증시가 다시 하락하자 백악관은 '블랙스완'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랙스완'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영미 시사주간 '더위크'는 8일 "코로나19가 위험하고 두렵지만, 과연 예측불가능한 블랙스완이었을까. 그처럼 강력한 은유를 사용하면서 각국 정부는 시민안전 책임을 회피하고 만약 실패했을 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아닐까"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블랙스완이라는 용어는 약 10여년 전부터 인기를 끌었다. 금융과 부동산시장에 동시다발 위기를 부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황 때다.

이 용어는 투자자이자 수학자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를 글로벌 명사로 만들었다. 그의 2007년 저서 '블랙스완'은 그해 말 시작된 끔찍한 경제침체를 예견한 듯 보였다. 게다가 블랙스완이란 용어는 금융계와 학계에 유용한 개념을 제공했다. 대단히 파괴적이지만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잠재적 리스크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그의 책에 따르면 블랙스완은 첫째 일반적 기대 영역 바깥에 존재하는 관측값(아웃라이어)이어야 하고, 둘째 극심한 충격을 동반해야 하며, 셋째 존재가 사실로 드러나면 그에 대한 설명과 예견이 가능해야 한다.

탈레브의 블랙스완 정의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첫째 폭발하는 금융시스템, 주택가격의 전국적인 하락은 대공황 이후 보지 못한 현상이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21세기 그같은 일의 재발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다. 30년대와 달리 규제정책이 있었고, 현대 금융의 구조가 과거와 달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자 대공황 연구 전문가인 벤 버냉키 역시 그같은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둘째, 그 충격은 매우 심각했다. 전 세계 경제에 2조달러 이상의 손실을 안겼다. 셋째 그 위험들은 회고해보니 명백했다. 주택시장 거품은 복잡하고 새로운 금융파생상품, 상승하는 금리와 맞물려 있었다. 하지만 당시 실시간으로는 그렇게 명백해 보이지 않았다. 전형적인 블랙스완이었다.

더위크는 "반면 코로나19는 탈레브의 블랙스완 정의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극심한 충격과 혼란, 경제적 손실을 동반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같이 위험한 바이러스의 출현이 진짜 예측불가능한 '아웃라이어'가 아니었다는 것. 즉 일반적 기대 영역 바깥에 존재하는 관측값이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누구나 지난 20년 간 발생한 치명적인 글로벌 감염병을 여러개 거론할 수 있다. 2004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대표적이다.

게다가 21세기 들어 미국 문화계 상당수 작품이 대규모 감염병을 극화했다. 2013년 영화 '월드 워 Z', 2003년 영화 '28일 후', 시즌 10까지 방영중인 인기 드라마 '워킹데드', 2013년 발매된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등은 미스터리하고 종말론적인 바이러스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미국 사회는 이런 시나리오에 푹 빠졌다.

2011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 '컨테이젼'의 경우 코로나19의 전개와 매우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기 배우 맷 데이먼과 귀네스 펠트로가 주연한 영화로, 미국내 박스오피스에서 1억3500만달러 매출을 올렸다. 현재도 배급사 워너브러더스 라이브러리에서 가장 핫한 영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헐리우드가 있었을까. 더 위크는 "2000년대 초 월가 모기지 파생상품에 대한 주목할 만한 스릴러는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2009년 신종플루가 발생해 1만2000명 이상의 미국인이 사망한 이후 수많은 전문가들은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시스템적 준비가 미흡하다고 지적해왔다. 2014년 미 국토안보부는 연구보고서에서 "미국의 경우 대규모 감염병을 다룰 장비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치명적인 전염병은 그 어느 나라, 그 어느 때에도 발생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수백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는 여전히 그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또 같은 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대 치명적 감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치명적 전염병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위크는 "현재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각국은 코로나19를 봉쇄하고 백신을 만들어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하지만 각국 정부의 성패를 재검토할 시간이 올 때 '예측불가능한 블랙스완'이었다는 부정확한 이야기가 나와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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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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