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순매도 지속 … 코스피 1900선 붕괴 가능성

일부 부실기업 도산 우려도 나와 … 증시 저점 예상 어려워

글로벌 증시가 패닉상태에 빠지면서 대폭락했다. 코로나 19 의 확산에 따른 경기둔화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OPEC+의 감산 실패에 따른 유가 급락과 에너지기업들의 부실리스크가 도화선이 됐다. 사상최저를 기록한 미국 채권금리도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

증시의 저점을 예상하기 어렵고 일부 부실기업들의 도산 가능성까지 열어둬야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 흐름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락하며 개장한 코스피 | 10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주식 및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미 증시 폭락 소식에 소폭 하락하며 개장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금융위기급 투자심리 위축 = 미국과 유럽 증시 대폭락에 이어 국내 증시의 코스피와 코스닥도 10일 하락세로 출발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11.92p(0.61%) 내린 1942.85에서 출발해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장중 194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오전 9시 24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28p(0.42%) 내린 1946.49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시각 현재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833억원, 1230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기관은 2951억원을 사들이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일대비 3.85p(0.63%) 내린 610.75에서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이 1266억원을 순매도하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72억원, 471억원을 순매수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위협이 현실화했다고 발표한 것이 투자심리 위축 요인"이라며 "간밤 미국 증시가 국제유가 급락과 고위험 회사채 시장 불확실성이 부각되는 등 신용 리스크 우려로 급락한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에너지기업들의 부실리스크도 문제다.

손은정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 기준 Dallas Fed가 미국 에너지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신규 유정에 투자할 수 있는 손익분기점은 WTI 기준 배럴당 48~54 달러, 기존 유정의 손익분기점은 27~37달러"라며 "현 유가 수준에서는 기존 유정의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한다"고 예상했다. 단기간 내 유가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에너지섹터를 시작으로 하이일드 투자심리가 크게 훼손되고 투자 자금이 유출되면서 하이일드채권과 레버리지론, 그리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CLO (대출채권담보부 증권) 모두 투자자들의 손실이 급격히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 경제 연쇄적 충격 불가피 = 증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공포에 국제유가 폭락까지 더해지면서 세계 금융시장은 패닉상태에 빠졌다며 당분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현재는 증시 바닥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당분간 신중한 리스크 관리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동민 교보증권은 코로나19 사태에 안전지대가 없으며 세계 경제에 연쇄적인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임 연구원은 "지금까지 코로나19 사태는 중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대하다가 일시적 안정기를 거쳐 한국과 일본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확대하는 국면으로 구분된다"며 "특히 3월 들어 유럽과 북미에서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올해 2분기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지 않으면 기업 실적 하향 조정을 예견한 금융시장의 조정과정이 불가피하다"며 "이러한 금융시장 충격으로 경제 심리 등 소프트데이터와 생산, 소비, 투자 등 하드데이터가 연쇄적으로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뉴욕 연준이 발표하는 미국 경기가 향후 1년 뒤에 침체에 빠질 확률은 2월 말 기준으로 30.73%를 기록하며 지난해 9월 이후에 재차 30%선을 돌파. 이처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코로나 19의 확산과 유가의 급락이 경기침체 공포를 증폭시켰다고 판단했다. 특히 코로나 19는 확산 정도와 그에 따른 실물 경기에 얼마나 충격을 줄 것인지 불확실하다는 점이 공포심을 더욱 자극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 경제가 1년 후에 경기침체에 진입할 확률이 30.73%이지만, 금융시장은 미국경제가 더 높은 확률과 더 가까운 시기에 침체에 진입할 것을 선제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오 연구원은 "금융시장은 오는 18일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인하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연준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지 여부와 양적완화 정책과 같은 추가 부양정책을 제시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준이 RP거래한도를 오는 12 일까지 기존 1000억달러에서 1500억달러로 확대하는 긴급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급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 정도에 시장이 안정을 찾기에는 현재의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는 판단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 완화 등 유동성 공급을 비롯해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을 내놓는다면 시장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겠지만, 기준금리 인하만 단행될 경우 패닉 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주 예정되어 있는 FOMC까지 연준에서어떤 대책을 강구할지, 그리고 FOMC 에서는 어떤행동을 취할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최대한 현금 확보 중요 = 글로벌 증시 상황 악화로 코스피가 1900선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한 연구원은 "지금은 코스피 1900선의 하향 이탈 가능성과 일부 부실기업들의 도산 가능성까지 모두 열어둬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이제 주식시장은 비이성적인 영역으로 진입했고, 현시점에서 주가의 하단과 매수 타이밍을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현재로서는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면서 미국의 움직임과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대응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오전 8시 간부회의를 소집하여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주열 총재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 등으로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금융안정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가능한 정책수단을 적극 활용하여 금융안정을 도모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중소기업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금융기관 건전성이 저해될 것으로 우려되는 경우 대출정책, 공개시장운영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또 앞으로도 환율 및 외화자금 사정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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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백만호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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