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무기한 농성

'복무 차별 해소' 요구

"조리원·조리사 등 방학 중 비근무 노동자들은 코로나보다 무급기간이 더 두렵다. 3개월째 월급이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라는 것이냐."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내놓은 개학연기 중 학교비정규직 임금 보전 방안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기한 농성'을 선언하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동조합·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모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는 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개학을 23일까지 연기했는데 학교비정규직들의 생계 대책은 사실상 방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6일 맞춤형복지비와 정기상여금, 연차수당을 미리 지급하거나 임금 선지급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여름·겨울 방학을 조정해 수업일수를 확보할 것이라 근무일수는 동일해 임금총액에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코로나보다 굶어 죽을까 더 무섭다" |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전지부가 9일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비정규직 생계와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성민 기자


하지만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0만 방학중 비상시근로자들에 대한 생계대책을 마련하라"며 "휴업수당도 받지 못하고 무임금 휴업이 연장돼 생계의 위협에 놓였다"고 반발했다. 이어 "교육청들이 내놓은 대책은 기껏해야 근무일수 보장과 월급 가불(선지급)"이라면서 "근무일수 보장 방안은 단체협약에 명시된 유급휴일(재량휴업일)을 비정규직만 줄여서 또 다시 차별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연대회의는 또 "선지급안은 기가 차다"며 "교육기관이 대부업체도 아니고 기껏 내놓은 대책이 단체 가불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이들은 "가불로 최저생계비 임금까지 깎인 달은 또 생활이 쪼들릴 게 뻔하다"며 "우리는 몇 십만원이 없어 대출금 이자와 카드값이 연체된다"고 토로했다.

학교비정규직들은 정부의 11조7000억 규모 코로나19 긴급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연대회의는 "추경안에 2900억원이 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확대 지원안으로 포함됐다"며 "교육부는 이를 학교비정규직 생계대책 등에 에 쓰라고 주문했는데 교육청들은 이를 한 푼도 쓰지 못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보수적 교육 관료들의 몽니에 진보교육감들도 맞장구 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연대회의는 긴급돌봄교실 중식을 외부위탁업체로부터 구매하는 것에도 반발했다. 이들은 "교육부 긴급돌봄 3차 수요조사 계획안에 운영시간 확대, 중식 제공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면서 "그런데 교육청은 학교 급식을 놔두고 감염병 노출의 위험성이 있는 외부 위탁업체를 통해 매식을 하려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비정규직의 인건비 아끼겠다고 출근을 안 시키니 이렇게 된 것"이라며 "숙련된 학교급식노동자들을 출근시켜 안전한 돌봄교실 식사를 지원하게 하면 위탁급식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대회의는 일하고 있는 학교돌봄노동자, 방학중 상시근무 학교비정규직들을 위한 '업무 쏠림'이 없도록 차별대우 시정도 요구했다. 이들은 "2만여명의 학교돌봄노동자들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긴급돌봄 최일선에서 고생하지만 70% 가 비자발적 시간제노동자"라며 "이번 기회에 학교돌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과 돌봄노동자의 상시전일제 전환 등 처우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부터 출근의무 이행을 위해 전국 교육청에서 집회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한 주는 참았지만 더 이상은 참지 못한다. 방학중 비근무 노동자들은 출근의무 이행을 위한 투쟁에 돌입한다"면서 "사용자들이 노무수령을 거부하면 우리는 교육청에 모여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학교비정규직이 코로나 사태 속에서 투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추가적 예산 편성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이를 거부하는 시도교육청의 담합 행태와 중앙 정부의 소극적 대처"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등은 이날 오전 전국 시도교육청 앞에서 동시다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서울지부 등은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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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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