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국민여론·국회합의 선행돼야"

국민청원엔 총선 연기 찬반의견 올라

이달 20일 전후 코로나19 상황 중요

총선연기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의 진화로 수면 밑으로 내려갔으나 최근 선거캠프와 주변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정치권에서 논란이 확산될 태세다.

11일 여당 핵심관계자는 "총선연기 문제는 여당이나 청와대에서 언급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국민여론이나 야당의 요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총선연기론이 힘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코로나19의 확산상황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윤건영 선거캠프 입주 건물에 확진자 발생 4.15 총선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의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자신의 선거 캠프가 있는 건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자 스스로 관련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윤 전 실장 선거 캠프가 있는 코리아빌딩 모습.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선거운동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미래통합당 대구 북구갑 양금희 후보의 선대본부장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했고 확진자가 대거 나온 구로의 콜센터 건물에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예비후보 사무실이 있었다. 후보와 선거운동원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선거운동이 사실상 어려워진 셈이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제는 선거자체가 매우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코로나19 확정판정을 받은 하윤수 교총회장이 국회 간담회에 참여해 국회의원들과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은 국회 마비현상을 경험하기도 했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등 의원 다수가 음성으로 나오면서 국회 폐쇄가 사흘만에 끝나긴 했지만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정치권까지 옮겨붙었고 더 이상 선거캠프로 안전지대가 아닌 게 확인된 셈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콜센터의 확진자들이 2차, 3차 감염으로 전파시켰을 가능성이 제기돼 잦아들 것이라는 기대감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문제다. 전날 436명에 대해 검사해 90명이상의 확진자가 확인됐다. 이중에는 콜센터 직원 외에도 가족 등이 대거 포함돼 있어 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역감염의 고삐가 풀리고 잡기 힘들어진다는 불안감이 가중되는 가운데 총선 자체가 감염을 더 확산시킨다는 여론으로 퍼지면 '총선연기론'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유권자들이 투표행위 자체를 불안해 할 수 있다.

'총선 연기'는 대통령의 결단이지만 국민여론과 국회 여야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민생당 유성엽 대표는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3당 대표 회동에서 총선연기 검토를 제안했으나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유 대표는 "현재상황이 3월중에도 잡히지 않으면 정부가 내부적으로 (총선연기를)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즉답을 피하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3월 20일 쯤이면 추세로 봤을 때 진정되지 않겠나"며 "아직은 총선연기 문제를 판단하기 이른 시점"이라고 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달 24일과 28일에 총선연기, 총선연기반대 의견이 각각 올라왔고 11일 오전 7시현재 604명, 5935명의 동의를 얻는 데 그쳤다. 한 달 안에 20만명의 동의를 얻어야 청와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아직 '총선 연기'의견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지난달 24~25일 뉴스1-엠브레인이 전국 만 18세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총선 연기'에 대해 '매우 공감' 20.9%, '공감하는 편' 34.8% 등 긍정적인 답변이 55.7%였다. '공감하지 않는 편' 21.3%,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 18.3% 등 부정적 의견은 39.6%였다.(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2월29일~3월2일까지 쿠키뉴스-조원씨앤아이의 조사에서는 '총선연기를 해야 한다'는 응답이 31.5%인데 반해 '연기해선 안된다'는 의견은 58.3%였다.(만18세이상 성인남녀 1002명 조사,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선거연기를 결정하려면 최소한 재외선거가 예정돼 있는 4월 1일 이전에는 결정해야 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3월 20일'을 결정시점으로 잡은 것은 코로나19의 확산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점으로 본 것으로 전망된다. 3월 26일부터 후보등록이 시작된다는 점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박주현 민생당 공동대표는 "늦어도 3월15일 전까지는 총선연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총선을 연기하더라도 20대 국회 임기인 5월 29일 이후로는 미루기 어려울 전망이다. 입법부 공백상태가 생기기 때문이다. 헌법에는 국회의원 임기가 4년으로 못 박혀 있어 임기를 늘리기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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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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