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콜센터 한곳에서만 확진자 90명

중대형 콜센터 서울 417개·전국 745개

밀집근무·위탁운영 … 감염병 취약환경

서울 구로 콜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90명으로 급증하면서 콜센터 등 밀집 근무시설이 감염병 확산 최대 위험지대로 떠올랐다. IMF와 금융위기를 겪으며 외주 콜센터가 급증, 서울에만 근무인원 100명이 넘는 중대형 콜센터가 400개 이상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잦아들던 감염병 불씨가 수도권에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역당국과 지자체에는 비상이 걸렸다. 은평성모병원(14명)을 넘어서는 수도권 최대 단일 감염인데다 추가 확진자가 얼마나 더 나올지, 얼마나 더 전파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콜센터가 입주한 빌딩은 19층짜리 주상복합이다. 1층에는 카페 등 상업시설이 입주해있고 2~4층은 예식장, 6층은 선거사무실(윤건영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 7~9층은 콜센터, 10층은 교육업체, 11층 콜센터, 13~19층은 오피스텔이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11층 콜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직원·교육생과 그 가족 중 90여명이 확진됐음이 확인됐다. 10일 빌딩 외부에 설치된 선별진료소 앞에서 입주자들이 검진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방역 당국은 확진된 직원 대다수가 11층에서 근무한 것으로 파악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11층 근무자 207명과 그 가족들 중 유증상자에 대해서만 조사가 이뤄졌다. 증상이 없거나 같은 회사지만 다른 층에 근무한 직원 550여명 검사가 끝나면 확진자 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11층 회사는 메타넷앰플랫폼이라는 콜센터 운영 대행전문업체다. 이 건물 7~9층에서도 삼성카드 등 콜센터 업무를 외주 운영 중이다. 메타넷은 이곳뿐 아니라 전국에 30개 센터, 8000여명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감염원으로 두 경로가 우선 지목된다. 하나는 센터 직원 중 신천지 교인 유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직원 중 2명이 신천지 교인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검체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다. 또다른 가능성은 대구 관련성이다. 메타넷은 대구에 2개 센터를 운영 중이다. 센터 간 교류, 집합 교육 등을 통한 감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메타넷은 중견 업체인 만큼 사내 동아리 활동도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전국 센터가 참가하는 직원 볼링 대회를 개최했다.

콜센터가 방역에 취약한 이유는 근무환경 때문이다.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이 밀집된 공간에서 헤드셋을 낀 채 하루종일 전화 상담을 진행한다. 메타넷만 해도 11층에 207명, 7~9층에 550명이 모여 일했다. 회사측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해도 지켜지기 어려운 구조다. 구로구 한 콜센터에 근무하는 직원은 "통화품질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따지는데 마스크 쓰고 전화 받으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약점은 외주 시스템이다. 대부분 대기업들이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콜센터를 외주로 운영한다. 민주노총 콜센터지부에 따르면 외주를 맡긴 모 회사는 콜센터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당연히 본사 관리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 이윤선 콜센터 지부장은 "모 회사 성격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용역 계약 금액 안에서 콜센터를 운영하며 이익도 내야 하는 구조"라며 "당연히 인건비는 최소화되고 쾌적한 근무 환경 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집합 교육도 감염 위험을 더한다. 특히 금융회사 콜센터일수록 신상품 소개, 서비스 내용 변화 등 때문에 교육이 자주 이뤄진다. 한 교육장에 수백명이 동시에 들어가 받는 집합교육은 마치 종교기관 예배처럼 감염병 전파의 최적 환경이 된다.

콜센터가 감염병의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는 서울시뿐 아니다. 대구시 조사 결과 시내 6개 콜센터 직원 10명이 확진자로 확인됐다. 대구에는 56개 기업 9000여명 콜센터 직원이 근무 중이다. 대전도 지리적 특성 때문에 콜센터가 많다. 137개 회사에 1만7725명이 소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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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곽태영 윤여운 박소원 김규철 한남진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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