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는 선포 주저

아직 억제정책 유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중동, 중남미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사실상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단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 CNN 등 일부 언론에서는 이미 팬데믹 용어를 공식 사용키로 결정했다.


CNN 방송은 9일(현지시간) "현재의 코로나19 발병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팬데믹이라는 용어를 쓸 것"이라고 선언했다. CNN은 "많은 전염병 학자들과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세계가 이미 팬데믹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WHO는 이날 "팬데믹의 위협이 매우 현실화했다"고 경고하면서도 팬데믹 선포는 주저했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기준이나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WHO에는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A(HINI)가 발병했을 당시 정해 놓은 기준만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팬데믹은 새로운 질병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정의된다. 그런데 HINI 정의를 그대로 코로나19에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타렉 야사레비치 WHO 대변인은 "2009년 인플루엔자에 대한 새로운 정의는 만들어졌지만, 코로나19를 위한 (팬데믹 정의는) 아무것도 규정된 것이 없다"면서 "코로나19에 대한 팬데믹을 정의하기 위해 여러 기구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WHO의 또다른 고민은 용어 사용에 따르는 부담이다. 팬데믹 선언은 전 세계적 광범위한 확산을 의미하기 때문에 각국의 정책방향이 억제(containment)에서 완화(mitigation)로 전환하게 된다.

환자를 격리하고 접촉자를 추적해 확산을 적극적으로 막는 정책이 아니라, 대규모 행사나 휴교 등을 하면서 확산 가능성을 줄이는 정책으로 방향이 전환되는 것이다. WHO는 아직 억제정책이 유효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팬데믹 선포가 성급한 정책전환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WHO도 팬데믹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는 인정했다. 이미 코로나19 발병 국가가 100개국이 넘고 확진자는 10만명, 사망자는 4000명이 넘어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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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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